2003-10-30 10:30

위안화 절상 장기적으로 대응해야

평가절상시 한국경제 장기적 타격입어



최근 미국, EU, 일본을 중심으로 중국 위안화에 대한 평가절상 압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당분간 위안화의 평가절상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삼성경제연구소 유진석 연구원은 “중국의 환율제도와 위안화 환율 전망”이란 보고서를 통해 당사국인 중국이 평가절상이 득보다 실이 많다고 판단하고 있고, 미국도 북한 핵문제에서의 중국의 역할과 중국의 미국 국채 다량 보유 등으로 무리한 평가절상을 요구할 수 없는 입장이란 점을 들어 이같이 분석했다. 유 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94년 개혁된 환율제도의 기본틀을 현재까지 유지해 오고 있다. 중국은 1994년 공정환율과 조절환율로 이원화되어 있던 기존 환율체제를 일원화하고 시장수급상황을 환율에 반영하는 관리변동환율제도를 도입했다. 공정환율로는 위안화 가치가 과대평가돼 시장의 수급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던 점을 감안, 외환조절센터의 수급상황에 따라 시장환율 중심으로 일원화하겠다는 취지였다. 이에 따라 93년말 달러당 5.762위안하던 공정환율은 환율일원화 결과 8.619위안으로 급등했다.

중국, 94년 관리변동환율제 도입

그러나 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위안화 환율은 정부 당국의 강력한 시장개입으로 관리변동환율제가 사실상의 고정환율제도로 변질되고 말았다.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중국 정부는 중국내 외환위기의 발생을 억제하고 위안화 평가절하 압력을 회피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강력히 개입했는데, 평가절하가 중국의 대외신인도, 산업고도화, 금융개혁 등에 역행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시 중국은 대규모 무역흑자, 풍부한 외환보유고 등 펀더멘털이 호조를 보인데다가 자본 및 외환거래 자유화 수준이 극히 낮아 환투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외환시장 개입에 성공했다. 중국 당국의 강력한 외환시장 개입으로 환율 변동폭은 극히 미미해져 사실상의 고정환율제가 유지됐다. 이에 따라 97년 이후 위안화 환율은 8.27~8.28위안 사이에서 극히 미미한 변동폭을 보였다.
고정환율제는 지난 2001년 11월 중국의 WTO가입에도 크게 바뀌지 않고 그대로 유지됐다. WTO가입시 위안화 환율, 금리 관련 개방일정표나 별도의 합의사항이 존재치 않아 중국이 의무적으로 환율제도를 개혁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선진국이 최근 들어 위안화 평가절상을 요구하는 주된 이유는 대중국 무역적자의 확대 및 자국 수출 경쟁력의 약화 때문이다. 과도한 무역수지 적자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미국으로선 미국의 최대 무역수지 적자 상대국인 중국에 어떤 형태로던지 압력을 행사해야 하는 처지다. 지난해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액은 사상최고를 기록해 4,073억달러로 GDP의 4.5%를 차지했다. 이중 대중국 무역적자는 1,031억달러로 전체 적자액의 21.9%를 차지했으며 올 1~5월 기간에도 440억달러의 적자를 기록, 전체 적자액의 20.9%를 차지하고 있다.
달러화에 대한 유로화와 엔화의 강세로 유럽지역과 일본의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액도 심각한 상황이다. 올 1~5월중 유럽지역의 대중국 무역적자액은 153억유로로 전년동기의 132억유로보다 16% 증가했다. 일본은 올 1~7월중 대중국 무역적자액은 1조 2,235억엔으로 전년동기의 1조 5,757억엔보다 줄어들긴 했으나 여전히 큰 적자규모를 기록했다.

주요 선진국, 중국 무역흑자는 위안화 고정환율제 때문

선진국은 중국의 지속적이고 대규모인 무역수지 흑자는 準고정환율제를 통한 위안화의 의도적 저평가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내 외화 공급이 급증했음에도 위안화 환율은 사실상의 고정환율제도로 시장 상황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선진국은 따라서 위안화의 평가절상 또는 변동환율제를 통해 구조적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를 해결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중국의 디플레이션 수출에 따른 선진국내 산업공동화 현상도 선진국들이 위안화 평가절상을 요구하는 이유중 하나다. 경쟁격화, 창업 열기 등에 따른 공급과잉으로 중국 내부적으로 디플레이션 압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위안화 가치 저평가가 가세해 수출가격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위안화 가치의 저평가가 공산품 가격의 디플레이션을 유발해 세계 경제에 주름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비판한다. 또 미국, 일본, 유럽은 중국 저가제품의 범람으로 경쟁력이 취약해진 자국기업들이 가격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앞다투어 중국 등으로 공장을 이전함에 따라 산업공동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산업공동화 문제는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다는 주장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유 연구원은 그러나 이같은 선진국들의 요구에도 당사국인 중국의 의지가 확고해 당분간 위안화 평가절상은 없을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중국 정부 관계자들은 자유변동환율제의 도입과 위안화의 평가절상을 추진할 계획이 아직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달 23일 진런칭(金仁慶) 중국 재정부장은 IMF 연차총회에서 “현재 고정환율제에 묶여 있는 위안화 환율은 중국의 경제 펀더멘털에 부합한다”고 밝힌 것을 비롯해 최근 인민대학 천시엔쿠이(陳先奎) 박사 등은 위안화 환율에 대한 공동 보고서를 통해 위안화 평가절상은 득보다 실이 더 많을 것으로 분석하고있다. 중국은 위안화 평가절상이 국유기업의 부실화를 심화시키고 실업문제를 야기하는 한편 외국자본의 유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수출이 중국 GDP 대비 40%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위안화 평가절상은 수출부문의 침체를 초래해 투자 위축과 실업문제를 야기한다는 분석이다. 현재 환율제도가 94년 이후 중국경제에 심리적인 안전장치역할을 해왔으며 이를 변경하는 것은 외국투자자에게 불확실성을 줄 우려가 있다는 것. 이에 따라 새롭게 출범한 후진타오 지도부는 출범초기부터 외부의 압력에 굴복하는 것처럼 보이는 환율제도 변경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중국, 정치경제적 유리한 위치…절상 요구 수용안해

중국이 북한 핵문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과 미국의 국채를 다량 보유한 것도 미국이 무리하게 위안화 평가절상을 요구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미국은 북한핵문제가 자국의 세계 리더십 유지와 내년 대통령 선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 등을 고려해 그 해결을 매우 중요한 과제로 인식하고 있는데, 중국이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회담장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북-미간의 중재자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이에 대한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입장이다.
또 중국이 미국 국채를 다량보유하고 있어 위안화 절상압력에 대한 보복차원에서 미국 국채를 매도할 경우 미국 국채수익률이 급등할 수 있는 점도 미국으로선 부담스런 점이다. 올 7월 현재 중국의 미국국채 보유액은 1,261억달러로 일본(4,438억달러), 영국(14,23억달러)에 이어 세계 3위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지난 9월 7일 부시 대통령은 “중국은 빨리 움직이지 않을 것이며 중국의 위안화 절상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 방송프로그램에서 언급한 바 있다.
한편 중국 환율제도 변경의 부작용을 주장하거나 위안화 평가절상을 반대하는 집단도 다수 존재한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S&P는 9월 15일 “중국의 은행들은 아직 갑작스런 환율변동을 감당할만한 내성이 없다”고 위안화 평가절상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확대와 세계 디플레이션 현상이 위안화 환율에 있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주장도 평가절상 추진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미국 투자은행인 레먼 브라더스는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폭이 확대된 것은 과거 아시아 각국이 미국에 수출하던 제품의 생산기지가 중국으로 이전 접중된데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티븐 로치는 중국이 자국으로 디플레이션을 수출하고 있다고 일본이 비난하고 나선 것과 관련, 이는 전혀 잘못된 논리라고 지적하고 오히려 값싼 양질의 중국제품이 일본으로 수입돼 일본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높인다고 분석했다.

한국 경제 득보다 실 커

유 연구원은 한편 위안화가 평가절상될 경우 우리 한국경제도 장기적으로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안화 절상시 중국경제 성장은 둔화될 가능성이 높은데, 평가절상이 중국의 수출과 외국인 직접투자에 악영향을 미쳐 금융부문의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또 수출 위축에 따른 기업경영 악화 및 실업증대, 경제적 불안정 초래 등의 손실이 수입물가 하락, 대외자산 증가 등의 득보다 클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한국은 수출 가격 하락으로 대중국 수출이 증가하고 수출 가격 경쟁력 제고로 선진국 시장에서 중국제품보다 경쟁력 우위확보가 가능하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으나 장기적으로 중국의 성장 둔화와 중국 내수시장 위축에 따른 수출경기 부진으로 대중국 수출수요가 감소하고 대중국 투자비용과 위험이 상승한다는 부정적 영향도 클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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