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0-02 11:18
(서울=연합뉴스) 2년째 지속되고 있는 1대 10의 원/엔 환율이 최근들어 무너질 조짐을 보여 주목을 끌고 있다.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일 현재 원/엔 환율은 100엔당 1천35.7원을 기록, 전날의 1천38.1원에 비해 약간 떨어지기는 했으나 엔화에 대한 최근의 원화 약세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원/엔 환율은 지난달 15일 998.5원에서 다음날 1천2.8원으로 1천원대에 올라선 이후 9월 18일 1천10.4원, 9월 19일 1천13.5원, 9월 24일 1천24원, 9월 30일 1천38.1원 등 상승 가도를 질주했다.
현재의 원/엔 환율은 지난달 15일에 비해 3.72%나 절상된 것이다.
이는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달러에 대한 원화의 가치가 3.14%, 9월 한 달 동안은 2.44%가 각각 절상된 것을 감안하면 절상 폭이 상당히 큰 것이다.
한은은 특히 원/엔 환율이 1천20원선을 뛰어넘은 데 주목하고 있다. 원/엔 환율1천20원선은 작년부터 지속된 980∼1천20원대 박스권의 상단으로 이를 돌파함으로써 원-엔 동조화에 금이 간 게 아니냐는 기대감을 높였기 때문이다.
한은 이창형 외환시장팀장은 "원/엔 환율은 최근 2년간 100엔당 980∼1천20원에서 움직이면서 1대 10의 환율이 마치 고정된 것 같은 인상을 준 게 사실"이라고 말하고 "1천20원선을 돌파해 1천30원대까지 오른 것은 엔화 강세 속에서도 원화가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높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은은 기본적으로 올 들어 일본 경제는 회복세가 뚜렷한 반면 우리 나라는 소비와 투자의 침체로 경기가 바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엔화 강세에 원화가 지나치게 동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시각이다.
원화에 대해 엔화가 강세를 보일 경우 일본에 수출하는 업체나 제3국 시장에서 일본과 경합 관계에 있는 우리 나라 기업은 그만큼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다.
반면 일본에서 부품이나 원자재, 기계류 등을 수입하는 업체나 엔화 부채를 안고 있는 기업들은 환율 절상분만큼 부담이 커진다.
하지만 원-엔 환율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은 달러화에 대한 엔화의 초강세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므로 향후의 지속성은 낮을 것이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금융연구원 박해식 박사는 "최근 원/엔 환율의 동반화 약화는 달러에 대한 엔화의 절상 폭이 원화에 비해 커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따라서 "일본과 경합 관계에 있는 수출 구조나 1대 10을 적정한 원/엔 환율로 보는 시장 참가자들의 심리 구조를 고려할 때 원/엔 환율의 디커플링은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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