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9-24 20:21

CY「컨」화물 침수, 하주와 선사· 포워더간 책임 추궁 ‘대립 첨예’

예상못한 막대한 피해에 관련 판례 등 정보입수 총력
이해 관계자 눈치만 보는 ‘관망세’도


지난 12일 한반도를 급습했던 태풍 ‘매미’는 화물연대파업의 멍이 아직 남아있던 부산항에 또 한번의 일격을 가했다. 11기의 거대한 크레인들이 태풍에 휩쓸려 힘없이 넘어졌는가 하면 CY에 야적돼 있던 수천개의 컨테이너들이 풍랑에 잠겨 일부 파손되거나 컨테이너 안에 있던 화물에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최근 물동량 처리에 있어 상하이항에 뒤지는 양상을 보이며 잇따른 화물연대파업으로 대외적인 신인도가 떨어져 동북아 물류 허브로의 목표가 한층 멀어진 가운데 이번 ‘매미’는 부산항의 꿈을 더욱 요원하게 한건 아니냐는 관계자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특히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최근 ‘부산항 태풍 피해와 대응방안'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다수의 외국적선사들의 부산항 기항 이탈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KMI는 지난 16일과 17일 자성대 및 신감만부두를 이용하는 선사 17개사와 부산항내 타부두를 이용하는 10개선사 등 총 27개 선사를 대상으로 부산항 기항 변경 가능성을 조사한 결과 응답업체의 29.4%가 화물연대 파업에 이은 태풍 피해 등에 따라 부산항을 떠나 기항지를 이전할 가능성이 ‘어느정도 있다'고 답변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산항에 기항하는 최대 외국적선사인 에버그린의 경우 최근 태풍 ‘매미’에 따른 피해에도 불구하고 부산항에 계속 기항 의사를 19일 밝혔다. 실제로 에버그린은 태풍 직후 기항지를 중국 닝보로 옮기는 것에 대해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었다.
에버그린 코리아의 관계자는 “이번 태풍으로 부산 신감만 부두가 큰 피해를 입어 선대를 인근 신선대 터미널로 옮기는 등 긴급조치를 취하긴 했지만 기항지를 옮길 계획은 없음이 본사를 통해 확인 됐다.”고 전하며 “다만 태풍으로 피해를 입은 기존의 이용 터미널인 신감만 대신에 신선대와 허치슨 터미널을 이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선사들이 태풍으로 피해를 입은 터미널을 대신해 신선대 등 이용 가능한 터미널로 이동, 변경하는 바람에 물량 처리가 많이 타이트해 지긴 했지만 현재 처리상태는 무난하며 별다른 변동사항은 없다.”고 전했다.
한편 머스크 시랜드는 태풍 이전의 부산항 터미널 사용 현황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상태. 동사 관계자에 따르면 대한통운과 세방을 통한 기존의 감만 부두와 신선대 터미널 사용이 특별한 변동 없이 이뤄지고 있으며 화물처리에 따른 차질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상선 역시 화물처리에 있어 별다른 차질은 빚고 있지 않는다고 전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기존에 이용해오던 신선대 터미널, 감만 터미널, 우암 터미널 그리고 자성대 터미널 중 태풍 피해로 현재 자성대 터미널의 이용이 불가능 할뿐” 이라며 덧붙여 “피부로 느끼는 태풍으로 인한 피해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KMI 보고서의 ‘선사들이 부산항 기항 이탈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건에 대해 “화물연대 파업과 태풍 피해 등으로 인한 부산항 기항 이탈의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고 말하며 “국적선사로서 국내 최대 항만인 부산항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일축했다.
대체적으로 선사 관계자들은 부산항 기항 이탈에 대한 가능성을 부정했으며 새로이 부산항에 서비스를 추가하는 경우라면 다른 항구의 이용을 심각히 고려할 만하나 기존의 부산항을 이용한 서비스는 별다른 차질 없이 무난히 이어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하주, 침수된 「컨」의 개봉조사 및 피해액 집계중

한편 태풍 ‘매미’가 할퀴고 간 부산항 CY는 22일 현재 약 2,800여개의 컨테이너가 태풍으로 인한 침수를 당해 선사 및 포워더와 하주간 피해를 입은 컨테이너의 책임소재를 두고 벌일 싸움의 불씨가 잡히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한 복합운송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태풍으로 인한 컨테이너 침수 사건과 관련 하주들이 손해보상 받는 것을 목적으로 한 전화 문의가 빗발치고 있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것.
이와 관련 현대상선은 13일 당시 對하주 공지를 띄워 하주들이 직접 부산항으로 가서 피해를 입었을지 모를 컨테이너를 육안으로 확인하고 찾아갈 것을 전했다.
현대상선에 따르면 22일 현재 수입화물의 경우 하주들이 다 찾아간 상황이며 환적화물의 경우도 상당수가 선적돼 목적지로 출발한 상태다. 다만 수출 화물의 경우 피해의 여부 및 피해 정도에 대한 파악을 위해 일단은 찾아갈 것을 하주측에 전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아직은 침수 피해 컨테이너의 피해정도에 대한 파악이 필요한 때다. 추후에 피해정도가 정확히 집계되면 하주측과 보상관련 문제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비록 태풍이라는 천재지변으로 비롯된 것이긴 하나 그 책임소재가 일정부분 불분명하므로 하주측 피해에 대한 적정한 보상도 염두에 두고있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로지텍은 약 70개정도의 컨테이너가 침수피해를 받았다고 전한다. 삼성로지텍의 경우 대부분의 화물이 가전제품 등의 전자제품이라서 그 피해가 치명적이다.
동사 관계자는 “사고가 난지 꽤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 현장조사 중이다. 사고 후 피해 컨테이너의 60%를 차지하는 냉장고를 광주 공장으로 옮겨 개봉 후 테스트하였으며 피해 컨테이너의 40%를 차지하는 오븐, 세탁기 등은 수원 공장으로 옮겨 조사 중인 상태”며 “빠르면 10월 초중순경 피해 액수 등 최종집계가 나올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일부 부품의 경우 큰 손상이 없을 경우 재작업을 진행하면서 전체 컨테이너의 피해금액을 파악한 후 선사나 터미널운영사 또는 보험사에 보상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한국타이어는 약 13개 정도의 컨테이너가 침수 피해를 입었으며 현재 현장조사 중에 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일단 부산 물류센터로 침수 컨테이너를 옮겨 와 개봉한 후 상태를 점검, 바닷물이 덮쳐 하얗게 일은 타이어를 세척하고 건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전하며 “아직까지 피해액 집계 중이 있으며 조사가 끝나봐야 보험사를 통한 보상이든 운송사를 통한 보상이든 액션이 취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동사 관계자는 또 “문제는 이번 사고가 운송사가 CY에 컨테이너를 옮겨주고 아직 선적전의 상태에서 일어난 상황이므로 쉽게 어느 쪽의 책임이 크다고 말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밝히며 “조사 작업이 끝난 후 이와 관련한 선사 등 운송사측과 책임소재에 대한 분분한 의견과 나아가 법적 조치가 예견 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무역협회 하주협의회는 사고 후 회원사들의 피해상황을 접수, 집계하고 있다. 하협 이순중부장은 “현재 각 회원들의 피해정도를 집계하고 있다. 하주들도 자체 피해정도를 조사 중에 있어 아직까지 접수된 건이 그렇게 많지는 않으나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피해정도에 따라서 대책회의 등 회원사를 위한 일익을 담당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천재지변에 의한 운송인 면책, 현실적으로 불가능

일부 선사 및 포워더등 운송사측은 이번 컨테이너 침수사태를 단순히 천재지변으로 인한 불가항력적인 성격이라고 치부, 대하주 책임이 없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
이와 관련 김신 앤 유 법률사무소의 해사관련 분쟁 전문, 정해덕 변호사는 “지금까지의 판례를 보건데 천재지변으로 인한 사고였다고 해도 선사등 운송사측이나 보관인이 그 책임을 물지 않고 면책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며 덧붙여 “쉽게 말해 모든 컨테이너가 다 피해를 입었다면 모르지만 사고가 없는 컨테이너도 있으므로 운송인의 면책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운송인들이 이번 태풍이 ‘사상초유의 강풍’이었다는 언론 등 보도에 힘을 실어 불가항력의 성격이었다는 점을 강조, 면책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더욱이 이번 사태는 컨테이너 침수와 관련한 것으로 바람의 세기보다는 빗물의 양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또 이번 침수사건은 화물이 선적된 후 해상에서 벌어진 것이 아닌 CY, 내륙에서 발생된 것으로서 사실상 운송인의 면책에 있어 가능성이 더욱 희박해 진다는 지적이다.
항해 중에 발생하는 해양사고는 특별히 불가항력적인 요소가 없었더라도 해상이라는 고유의 이유가 포함되면 면책이 가능할 수도 있지만 육상·내륙에서의 경우 웬만한 불가항력적인 요소가 아니고서야 운송인의 면책은 어려운 것이 실정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컨테이너의 보관 장소가 상시침수지역이라는 사실을 운송인과 수출입업자가 서로 알고 계약을 이행한 경우 운송인의 면책이 가능할 수 있지만 대부분 침수는 어떤 식으로든지 가능한 방법으로 막을 수 있다는 전제가 성립되므로 이를테면 일기예보가 완전히 빗나갔거나 예측이 불가능했다는 식의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역시 운송인의 면책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결국 이번 침수사고는 사상 초유의 태풍이 있었다는 사실 만을 내세워서는 면책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 다만 태풍이라는 불가항력적인 천재지변이라는 사실에 힘을 얻으려면 과연 풍속이나 강수 등 태풍으로 인한 영향이 얼마나 있었고 그와 비교해 어느 정도까지 사고에 대비할 수 있었는데 실제로 대비수준은 얼마나 됐느냐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바로 이러한 조건 여하에 따라 책임의 경중 즉 손해보상의 정도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는 또 “이번 침수사고는 선사와 운송인 하주 등과 관련한 것이긴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해상운송과 관련한 문제는 아니다.”고 전하며 “해상에서 일어난 것이라면 해상법의 제재를 받겠지만 이번 사고는 육상에서 일어난 사고와 똑같이 기본적 법제를 받게 된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중랑천이 범람했을 경우 사고 예방의 가능성이 얼마나 있었느냐와 실제로 관계자들이 어느 정도의 대비책을 마련했느냐는 식으로 사태를 풀어나가는 것처럼 이번 침수사고도 풍속과 강수에 따라 최대한 대비가 가능했던 한계점과 실제 대비 정도와의 차이에 따라 운송인과 선사, 터미널 관계자들과 하주 등 관련 이해관계자들의 보상이 조율된다는 지적이다.

글·박자원 기자


<참고 판례>
사건번호: 82다카1553 판결
선 고 일: 19830322
사 건 명: 구상금
출 처: 집31(2)민017,공1983.5.15.(704)734
원심판결: 198208 서울고법 82나404

[판시사항]
01. 섭외사법 제 13조 제1항 소정의 불법행위로 인한 채권의 “원인된 사실이 발생한 곳”의 의미.
02. 민법상의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의 경우 섭외사법 제 44조 제5호에 의해 동법 제13조의 적용이 배제되는지 여부(소극)
03. 선하증권 약관에 규정된 준거법 규정이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에도 적용되는지 여부(소극)
04. 선박사용인의 과실인정과 운송인의 불가항력 항변
05. 해상운송 계약상의 채무불이행 책임과 불법행위 책임의 관계(청구권 경합설)
06. 선하증권에 기재된 면책약관의 불법행위 책임에의 적용 여부(적극)
07. 선하증권에 기재된 면책약관의 불법행위 책임에의 적용제한
08. 면책약관에 대한 상법 제790조의 적용범위

[판결요지]
01. 섭외사법 제13조 제1항에 의하면 불법행위로 인하여 생긴 채권의 성립 및 효력은 그 원인된 사실이 발생한 곳의 법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바, 여기에서 원인된 사실이 발생한 곳이라 함은 불법행위를 한 행동지 뿐만 아니라 손해의 결과 발생지도 포함하므로 화물을 운송한 선박이 대한민국의 영역에 도착할 때까지도 손해발생이 계속됐다면 대한민국도 손해의 결과발생지에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이 경우 대한민국의 영역에 이르기 전까지 발생한 손해와 그 영역에 이른 뒤에 발생한 손해는 일련의 계속된 과실행위에 기인한 것으로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우므로 통틀어 그 손해 전부에 대한 배상청구에 관하여 대한민국법을 준거법으로 정할 수 있는 것이다.
02. 섭외사법 제44조 제5호는 운송계약상의 채무불이행이 아닌 민법상의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의 경우까지도 섭외사법 제13조를 베재하고 선적국법을 준거법으로 하라는 취지라고 볼 수는 없다.
03. 선하증권약관에 선하증권에 의하여 입증되는 계약에 적요될 준거법이 규정되어 있어도 이 규정이 운송계약상의 채무불이행이 아니라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 배상청구에 있어서까지 그 준거법을 배타적으로 적용키로 한 취지라고 해석되지 않는다.
04. 해상운송에 있어서 운송물의 선박적부시에 고박. 고정장치를 시행하였으나 이를 튼튼히 하지 아니하였기 때문에 항해중 그 고박. 고정장치가 풀어져서 운송물리 동요되어 파손되었다면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불법행위의 책임조건인 선박사용인의 과실을 인정할 수 있고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 배상청구에 대하여 운송인이 불가항력에 의한 사고라는 이유로 그 불법행위 책임을 면하려면 그 풍랑이 선적 당시 예견 불가능한 정도의 천재지변에 속하고 사전에 이로 인한 손해발생의 예방조치가 불가능하였음이 인정되어야 한다.
05. 해상운송인이 운송 도중 운송인이나 그 사용인 등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운송물을 감실 훼손시킨 경우, 선하증권 소지인은 운송인에 대하여 운송계약상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과 아울러 소유권 침해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을 취득하며 그 중 어느 쪽의 손해배상 청구권이라도 선택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
06. 운송계약상의 채무불이행 책임에 관하여 법률상 면책의 특칙이 있거나 또는 운송계약에 그와 같은 면책특약을 하여도 일반적으로 이러한 특칙이나 특약은 이를 불법행위책임에도 적용하기로 하는 명시적 또는 묵시적 합의가 없는 한 당연한 불법행위 책임에 적용되지 않는 것이나, 운송물의 권리를 양수하여 선하증권을 교부받아 그 소지인이 된 자는 운송계약상의 권리를 취득함과 동시에 목적물의 점유를 인도받은 것이 되어 운송물의 소유권을 취득하여 운송인에 대하여 채무불이행 책임과 불법행위 책임을 아울러 추궁할 수 있게 되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운송인이 선하증권에 기재한 면책약관은 채무불이행 책임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고 당사자 사이에 불법행위 책임은 감수할 의도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불법행위책임에 적용키로 하는 별도의 명시적·묵시적 합의가 없더라도 당연히 불법행위 책임에도 그 효력이 미친다.
07. 선하증권에 기재된 면책약관이라 할지라도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재산권 침해에 대한 불법행위 책임에는 적용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 약관의 상법 제787조 내지 제789조의 규정에 저촉되는 경우에는 불법행위책임에도 적용되지 않는다.
08. 상법 제790조는 면책약관 중 전반적인 책임을 제외하거나 또는 특정손해에 대한 책임을 제외하는 이른바 책임제외 약관과 입증책임을 변경하거나 청구에 조건을 붙이는 책임변경약관 등에 적용되고 책임결과의 일부를 감경하는 배상액제한 약관을 이제 저촉되지 않는다.

[전원합의체판결: 본판결로 80.11.11 80마1812 판결폐기]

[참조조문]
섭외사법 제13조 제1항

[참조판례]
1962. 6.21 선고 62다102 판결
1977.12.13 선고 75다 107 판결
1980.11.11 선고 80다1812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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