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9-22 17:52

범양상선 노조파업 장기화 조짐

회사, 협상불가고수…노조, 부당노동행위로 회사측 고발


범양상선(대표:장진원) 육원노조의 파업이 노사측의 입장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협상마저 불투명해 이러다 장기화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5일 노조의 전면파업으로 촉발된 이번 사태는 22일 현재 파업 8일째를 맞고 있는데, 이날 현재 노조는 경기도 가평소재 모 유스호스텔에서 노조원의 90%정도인 140여명이 단체합숙을 하며 회사측과 협상을 시도하고 있다.
노조측은 회사가 ‘협상불가’방침을 고수하면서 이번 사태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측은 “부서장 및 팀장을 동원해 각 조합원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거론하거나 조합원 가정으로 연락해 복귀를 종요하는 것도 모자라 파업에 참여하려는 여성 조합원을 강제로 납치하는 등 부당행위를 일삼고 있다”면서 “이에 노조측은 지난 18일 서울 지방노동청에 부당노동행위 사례를 정식으로 제소했다”고 밝혔다.
또 같은날 이경국 노조위원장이 회사를 방문해 조기타결 가능성을 타진했지만, 장진원 사장은 무조건적인 조기복귀만을 요구해 더이상의 협상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노조 집행부는 회사측의 이런 강경자세에 대해 “이것은 노동조합을 와해시키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며 “회사가 지속적으로 부당노동행위를 일삼고 있으며, 해외점소의 주재원까지 본사로 불러들여 업무공백을 메꾸고 있는 등 협상 자체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현 경영진은 협상에 의한 타결 자체를 노조에 굴복하는 것으로 인식해 회사의 금전적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결코 협상하지 않겠다는 다소 과격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범양상선측은 지난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파업관련 회사측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회사측은 일부 파업불참 노조원 및 관리자급, 계약직 여사원 등 약 270여명의 인력을 총동원해 회사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는 또 회사측 당초 인상안이 ‘6.4%+3%(100%성과상여)’로 합산하면 9.4%의 실질 인상안이 되므로 노조측에서 제시하고 있는 호봉수 산정을 제외한 10.5% 확정인상율과 비교해도 금액상 별반 차이가 없으며 실적에 따라 최대 10.9%까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 부정기선사로서 컨테이너 선사와 비교해 영업이익률이 많이 낮음에도 노조측이 예시한 현대상선이나 한진해운의 경우와 비슷한 임금수준을 유지코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회사측 한 관계자는 “과거에도 노동쟁의는 있었으나 대부분 회사내에서 이뤄졌고 이번처럼 노조들이 회사밖으로 나가면서까지 전면파업을 시도한 적은 처음이라 회사측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면서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집계된 상황은 없으나 장기화될 경우 범양상선측의 대외 신인도나 영업력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이번주를 파업의 최대고비로 내다봤다.
그는 또 “팀원들을 대상으로 개별적인 전화연락을 시도하고 있으나 파업이 길어지면서 팀장급과 노조원간에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면서 “이렇게 된다면 노조원들이 업무에 복귀한다 하더라도 사후 봉합에 어려움이 클 것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범양상선은 재작년 경우 부정기선 호황에 따라 실적의 큰 상승세를 보였으나 지난해엔 용선료상승과 유가인상 등으로 부진을 보였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이는 범양상선이 대부분 용선서비스를 하기 때문으로 범양상선의 용선(200척) 비율은 전체 선박(260척)중 70%를 차지하고 있다.

글: 이경희기자(khlee@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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