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9-18 17:56

부산항 태풍피해 관련 분쟁 회오리 예상

크레인 전복 책임소재.`컨'침수 배상 등

(부산=연합뉴스) 태풍 `매미'로 인해 800t이 넘는 거대한 크레인 11기가 전복되거나 궤도이탈하는 등 엄청난 피해를 당한 부산항에 앞으로 책임소재와 손해배상 문제 등을 둘러싼 분쟁의 회오리가 몰아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가장 심각한 분쟁이 예상되는 것은 크레인 전복 피해다.
신감만부두는 개장 1년5개월만에 크레인 7기 중 6기가 전복돼 부두가 거의 마비상태에 빠져 수백억원에 이르는 재산피해는 물론 하역차질로 인한 막대한 운영수입마저 잃게 됐다.
그러나 보험사로부터 보상받을 수 있는 한도가 60억원에 불과해 나머지 손해는 부두운영사가 고스란히 떠안을 처지다.
운영사로서는 더 오래 전에 건설한 인근의 신선대와 감만.우암부두의 크레인은 멀쩡한데 자기 부두의 크레인만 줄줄이 무너진 만큼 부두나 크레인의 부실여부에 의혹의 시선을 던질 수 밖에 없는 처지다.
부두나 크레인의 결함이 밝혀진다면 건설사나 제작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크레인 2기가 전복되고 3기가 궤도이탈한 자성대부두도 마찬가지다.
크레인 피해에 대해 거액의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보험사들도 부실시공이 밝혀진다면 구상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신감만부두와 자성대부두에 설치된 컨테이너 크레인은 초속 50m의 바람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시공됐으나 부산지방기상청이 공식적으로 밝힌 당시 부산의 최대풍속은 초속 42.7m로 설계기준에 훨씬 못미친다.
그러나 신감만부두의 건설공사를 발주한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은 당시 신선대부두가 자체적으로 측정한 풍속이 초속 52m에 달했던 점을 들어 설계기준을 초과한 강풍이 불었을 것이란 섣부른 추정을 내놓고 불가항력적인 자연재해로 결론내고 싶어하는 분위기다.
또 한진중공업 등 크레인 제작사는 고정장치가 파손되지 않았고 땅속에 묻힌 부분까지 통째로 빠진 점으로 미뤄 크레인 자체에는 아무런 결함이 없고 부두의 지지력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서로 자신들의 책임은 없다는 것이다.
`컨'공단이 외부 전문가에게 용역을 줘 17일부터 크레인 전복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정밀조사에 착수한 만큼 3개월쯤 뒤에는 어느정도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이지만 과연 그 것으로 책임소재 문제가 별 분쟁없이 지나갈 지는 의문이다.
피해규모가 워낙 커서 어느 한쪽도 선뜻 자신들의 책임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신감만부두의 크레인이 전복되면서 덮쳐 파손된 컨테이너 10여개 속에 든 화물의 손해배상도 분쟁의 대상이다.
부두운영사는 크레인 조작과정에서 화물이 파손되는 경우에 대비한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했으나 이번과 같은 자연재해에 대해서는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으로 약관에 명시돼 있고 우리 민법도 면책을 인정하고 있어 보험처리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화주는 부두운영사에 책임을 묻거나 크레인 전복의 원인이 부실시공으로 드러날 경우 부두건설사나 크레인 제작사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밖에 없어 분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보험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와함께 해일로 인해 감만부두의 야적장이 물바다로 변하면서 침수돼 수백억원으로 추정되는 피해를 입은 컨테이너 2천800여개 속에 들어있던 수출입 화물의 보상문제도 분쟁거리다.
보험사의 보상대상이 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다 아예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도 있어 심각한 분쟁이 벌어질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또 침수된 컨테이너 중 화주가 외국기업이어서 피해여부를 확인조차 못하고 그대로 제3국으로 실어보낸 환적화물의 경우 나중에 물건에 이상이 있어 선사와 부두운영사를 대상으로 클레임을 제기할 수도 있어 국제적인 분쟁도 예상된다.
따라서 부산항이 정상을 회복하더라도 갖가지 피해의 책임소재 등을 둘러싸고 길고 지루한 법적소송 등 분쟁이 벌어지는 후유증을 겪어야 할 지 모른다.
과거 자성대부두에 접안하던 대형 컨테이너선이 실수로 크레인을 들이받아 전복시킨 사고의 경우 책임소재와 보상금을 놓고 2년이 넘게 분쟁이 이어진 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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