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9-18 10:45
“한국 국회 성의보여야” 칠레 FTA 표결 보류
WTO협상 결렬 악재, 한-칠레 FTA 장기표류 가능성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김영섭 특파원= 칠레 상원은 당초 이번주 중으로 한국-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법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었으나 10월 말로 찬반투표를 연기해 실시키로 결정했다고 칠레의 통상 소식통들이 17일 밝혔다.
칠레측에서는 한국과의 FTA 법안이 지난달 26일 하원에서 통과됐고 상원에서도 이달 중으로 문제없이 비준될 전망이었다.
지난 11일 주한 칠레 대사관도 보도자료를 통해 칠레 상원 FTA 특별위원회가 한-칠레 FTA 법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며, 곧 상원 본회의로 송부해 마지막 비준절차를 끝낼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사관측은 "상원 FTA특별위는 주요 인사들로 구성돼 이번 비준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며 "마지막 절차에도 특별위의 결정이 비중있게 작용할 것"이라고 낙관적 전망을 했었다.
그러나 한국 국회에서 칠레와의 FTA 체결 비준동의안이 계속 표류를 거듭하자 칠레 국내에서 일방적으로 의회 승인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여론이 급격히 형성되면서 향후 일정도 상당히 불투명한 상태에 빠질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FTA 법안 표결 보류와 관련해 안드레스 살디바르 칠레 상원의장은 16일 보도된 칠레 일간지 `라 에스트라테히아'와 회견에서 "한국 국회측이 FTA 법안 처리가 진전이 되도록 성의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살디바르 의장은 이어 "우리에게 한-칠레 FTA가 그렇게 시급한 과제는 아니다"면서 "또한 한-칠레 FTA 법안이 양국 국회에서 같이 비준이 돼야지 한 쪽에서만 비준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해 칠레측의 불편한 심기를 단적으로 드러냈다.
이에 따라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칠레 상원에서 FTA 법안이 표결에 부쳐질 경우 절대 다수의 찬성으로 비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 것과는 달리, 한국 국회에서 진전이 없는 한 일방적인 칠레측 비준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속속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제5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서 농업협상의 이견이 선진-개도국, 수출-수입국간에 상당한 것으로 재확인됐고, 한국의 경우 농산물 시장 개방 대폭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우세해 향후 농민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져 국회 비준동의안 처리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칠레 의회에서 한국과의 FTA 법안은 지난 7월 하원에 제출돼 8월 12일 외무위, 14일 재무위를 각각 통과했다. 이어 하원 본회의는 지난달 26일 반대없이 찬성 91표(기권 3표)로 전폭적인 지지 속에 이를 승인했다.
한편 우리나라의 비준동의안은 7월 8일 국회에 제출됐으나 소관상임위원회인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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