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9-05 19:19

강도행위로 인한 화물멸실과 해상운송인의 책임(Ⅱ)

- 대법원 1999. 12. 10. 선고, 98다9038판결 -



<9/1자에 이어>

2) 우리법상의 법정면책사유
상법은 민법상의 과실주의를 원칙으로 하면서도 과실의 종류를 상사과실과 항해과실로 구분하여 후자의 경우에는 책임을 면제하도록 하고 있으며, 선박화재로 인한 면책 및 해상위험 등의 개별면책사유를 규정하고 있다.

3) 이사건 판결에서는 강도행위의 면책여부에 대한 논의가 미흡하였으나, 이 건의 구체적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동국무역관련건은 “총과 금속판으로 무장한 두사람의 신원불명의 사람들이 검은차에서 내려 그들이 사법경찰이라고 이야기하고 트레일러에서 서류들을 요구하다가 트레일러 운전사를 협박하여 트레일러 선실로 밀어 넣어 눈을 가렸다. 그들이 약10분간 차를 운전한 후 트레일러 운전사를 다른 차에 옮겨 실었고 약 두시간 후 동 운전사를 유기하였다. 따라서 그 시점에 트레일러 운전사로서는 트레일러나 화물을 보지 못하였다.”는 것이며, 태평염직관련건의 경우는 “5명의 신원미상의 사람들이 트레일러 운전사로 하여금 트레일러를 강제로 정지시킨 후 두 사람이 그를 트레일러에서 내려 강제로 그들의 차 바닥에 얼굴을 박고 엎드리게 하였다. 약 1시간정도 운전하여 간 후 그들은 운전사에게 돌아보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트레일러로부터 화물을 어느 창고로 하역하였다. 그들은 약 두 시간동안 그 창고에 머무른 후 트레일러와 그들의 차를 1시간 운전하여 가서 트레일러 운전사를 유기하고 트레일러에서 내렸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으므로 이사건 사고들은 피고의 어떠한 잘못도 없이 전적으로 강도들의 불법행위에 의하여 발생한 것으로서 운송인의 지배(control)나 권한(power) 밖에서 발생한 손해로 볼 수도 있을 것이므로 강도행위로 인한 운송인의 면책을 인정하여도 무방했던 사안이라고 생각된다.
3. 책임제한과 공서원칙의 적용문제

1) 선하증권 등에 면책약관을 두는 경우 동 면책약관 특히 배상액제한약관이 항상 유효한 것은 아니며, 우리 대법원은 그 책임한도액이 운송인의 배상책임을 면제하는 정도의 명목상의 금액에 불과하여 실질적으로 책임제외약관과 다를 바 없는 경우에는 상법 제790조에 저촉되어 무효라고 하거나(대법원 1990.11.27. 선고, 89다카21149판결), 외국법준거약관에 의하여 외국법이 적용되는 결과 그 약관이 운송인의 면책을 기도하여 본래 적용되어야 할 공서법의 적용을 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거나 합리적인 범위를 초과하여 배상청구권자에게 불리하게 된다고 판단되는 경우 무효라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1991. 5. 14.선고, 91다카25314판결). 그러나, 한편, 대법원 1983. 3. 22. 선고, 82다카 1533 전원합의체판결은 “만일 상법제790조를 엄격하게 해석하여 배상액제한규정도 위 상법제790조의 책임경감금지에 저촉되어 무효하고 한다면, 운임수입을 기업이익으로 삼아 저렴한 운임으로 대량수송을 하는 해상운송기업이 운임을 훨씬 초과하는 운송물가액 상당의 무거운 손해배상책임까지 부담하는 위험을 안게 되어, 운송기업은 필경 운임인상의 방법으로 그 위험을 하주측에 전가하려고 할 것이고, 이는 오히려 하주측의 이익을 저해하는 결과가 될 뿐이므로 위와 같은 해석은 구체적인 타당성을 결여한 것이라고 하겠으며, 국제해상운송에 있어서도 상당한 범위 내의 배상액제한은 적법하게 용인되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설시하고 있다(위 사안은 1포장당 100파운드 배상액제한약관을 유효로 본 사례임).

2) 이 사건 원심판결은 대법원판결과 같은 입장에서, (1) 멕시코 국내법에 의하여 산정한 피고의 손해배상액이 근소한 액수라는 사정만으로 운송인이 면책을 기도하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2) 이사건에 있어서의 멕시코 책임조항은 당사자가 멕시코 국내의 공로 및 고속도로 등 각지에서 화물의 무장강탈사건 등 불법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정을 고려하여 당초의 선하증권상의 규정과는 별도로 약정한 특약사항이므로 이와 같이 멕시코 책임조항을 첨부하게 된 당사자의 의사와 그 첨부경위를 존중하여야 할 것이며, (3) 섭외사법 제5조의 공서법규정은 그 공서위반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 단지 우리나라의 관념뿐만 아니라 외국의 관념도 참작하여야 할 것이고, (4) 외국법 적용의 결과가 단지 내국법의 공서에 반한다는 이유로 그 외국법의 적용을 배제한다면 국제거래의 당사자의 신뢰는 예기치 않게 저버리게 되어 부당하므로 공서의 원칙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적용되어야 한다고 설시하고 있는 바 타당한 것으로 생각된다.

3) 섭외사법 제5조에서는 “외국법에 의하여야 할 경우에 있어서 그 규정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것인 때에는 이를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는 민법 제103조상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보다도 좁은 개념으로서 결코 넓게 해석해서는 아니되며 또한 외국법규의 적용제한에 있어서도 외국법규의 내용이 우리나라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할 뿐만 아니라 그 법을 적용할 경우 우리나라의 사회생활질서를 해치게 되는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그 적용을 제한하여야 할 것이며, 섭외사법 제5조의 사회질서는 우리나라법 질서의 불가침적 부분으로서 외국법의 적용결과가 당해사안의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부당한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서 민법 제103조의 그것보다는 좁은 개념이고 국제사법상으로 반드시 적용되어야 하는 국제적 공서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 있어서 위와 같은 공서(public order)위반의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는 단지 우리나라의 관념뿐만 아니라 외국의 관념도 참작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이 사건 멕시코책임조항은 단순한 외국법준거약관이 아니라 멕시코 국내의 공로 및 고속도로 등 각지에서 화물의 무장강탈사건 등 불법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국내 사정을 고려하여 당사자간에 별도로 약정한 특약사항으로서 선하증권의 일부를 구성하여 운송계약의 중요요소를 구성하고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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