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8-25 10:37
(서울=연합뉴스) 화물연대 파업이 24일 나흘째로 접어들면서 시멘트업계 등을 중심으로 산업계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번주 부터는 시멘트를 주요 자재로 사용하는 레미콘과 건설업계는 물론 조선, 철강업계 등의 피해도 본격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가 파업 직후 군장비와 병력을 긴급 투입하고 비화물연대 소속 차량들을 일부 동원하고 있으나 역부족인 상황이다.
산업계는 지난 5월 물류대란의 악몽을 떠올리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무역협회 등에 컨테이너와 일반화물 트럭알선을 요청하는 등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중이다.
◆시멘트.레미콘.건설 = 화물연대 파업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시멘트 업계는 날이 갈수록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파업초기 일부 동원됐던 비조합원 차량조차 이제는 거의 이용할 수 없게 되면서 피해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누적 피해액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시멘트업계는 이번 파업으로 인해 평일 기준으로 하루평균 최소 100억원 이상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업체별 피해현황은 쌍용양회의 경우 강원도 영월 및 동해공장에서 하루 평균 4만∼5만t의 시멘트를 생산, 철도 및 선박을 이용해 전국 30여개 출하기지로 수송하고 있으나 정작 출하기지에 발이 묶여 시멘트를 건설현장으로 보내지 못하고 있다.
성신양회도 충북 단양공장에서 하루 평균 1만1천t(성수기 1만5천t)의 시멘트를 전국으로 수송하고 있는데 이번 화물연대 파업으로 수송이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이 회사는 21일 비조합원 차량 100대 가량을 풀가동해 시멘트를 일부 수송했으나 22일부터는 신변위협 등을 우려한 비조합원들의 이탈로 시멘트 수송이 완전 중단된 상태다.
현대시멘트 단양.영월공장(하루평균 1만t 생산)과 아세아시멘트 제천공장(하루평균 2천500∼3천t생산) 등도 이번 파업으로 사실상 나흘째 일손을 놓고 있다.
시멘트 수송중단이 계속되면서 시멘트를 공급받아 2차 제품을 생산하는 레미콘업계와 시멘트 및 레미콘을 주요 자재로 사용하는 건설업계도 피해가 가시화되고 있다.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시멘트 재고물량이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면서 “일부 레미콘업체의 경우 이미 재고물량이 바낙 나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사량이 적은 주말이 낀데다 비까지 많이 내리면서 시멘트수요가 줄어들긴 했지만 재고물량이 얼마 없어 걱정"이라면서 "이번주 초부터는 시멘트공정을 처리하지 못하는 건설현장이 하나 둘씩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 = 특히 육로 수송 비중이 높은 현대미포조선과 한진중공업, STX조선, 신아조선 등은 큰 걱정이다.
거의 100% 육로수송에 의존하고 있는 현대미포조선의 경우 화물연대 파업이 파 업돌입 한주 전부터 예고돼 2∼3일치의 재고물량을 확보해 놓은 상태로 파업사태 이후 급히 비노조원 차량과 회사비상차량 20대 가량을 확보, 1일평균 하루치 물량인 800t 가량씩을 비상 수송해 놨다.
그러나 정부의 강경대응 방침 발표후 화물연대측이 실력행사를 하고 있어 운송에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로 2∼3일 후에는 정상조업이 어려울 전망이다.
현대미포조선은 향후의 비상수송 계획을 계속 마련중에 있으며 상황이 심각해질 경우 바지선을 이용해 물량을 현대중공업에 옮겨놓은 다음 다시 미포조선으로 운반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육로수송 비중이 60% 정도인 한진중공업과 STX조선, 신아조선도 파업이 장기화되면 물량 확보에 큰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동국제강 물량(전체의 15% 가량)을 육송으로 운송하는 삼성중공업의 경우도 재고량이 빠듯해 며칠만 더 가면 조업 차질이 예상된다.
동국제강으로부터 형강재를 육송으로 전달받는 대우조선은 재고물량이 10일치 정도 남아있어 아직까지는 피해가 없지만 이 회사도 사태가 장기화되면 피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번 화물파업 때 피해에 완전 노출됐던 조선업체들은 포스코나 동국제강 등 철강업체의 공급물량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재고를 충분히 확보하는 것도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이런 일이 재발하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자동차 = 자동차업계는 일단 물량 조절 등을 통해 당장은 큰 피해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수출 등의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사태가 장기화되면 수입부품 조달 차질로 현대모비스 등 부품업체와 현대차 등 완성차업계가 연쇄적인 조업차질을 보게 될 처지다.
현대차의 경우 수출선적은 대부분 울산 전용부두를 이용하는데다 아산공장의 물량을 선적하는 평택항의 경우 아직 문제가 없어 현재로서는 지장을 받지 않고 않다.
GM대우차는 수입부품 조달과 KD 수출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부품의 경우 화물연대 파업에 대비, 파업돌입 1주일 전에 물량을 미리 당겨 받았고 KD수출도 물량조절을 통해 아직까지 버티고 있지만 장기화되면 차질이 초래될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의 경우도 부품물량을 미리 확보해 놓은 상태지만 장기화 된다면 매월 말 실시되는 수출선적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부품조달 및 물류(자동차) 수송에 있어서는 화물연대 소속 화물차량 비중이 높지 않고 컨테이너가 아닌 부품운반 전용차량으로 수송되는 비중이 높아 당장은 큰 어려움이 없다는 분석이다.
기아차만 하더라도 별도 물류회사인 로지텍(현대차 자회사)과 계약을 맺고 있다.
◆철강= 일요일에는 보통 출하가 이뤄지지 않지만 각 업체들은 화물연대 파업으로 빚어진 출하차질을 만회하기 위해 비상근무 체제를 폈다.
포스코의 경우 제품 출하담당 직원들이 모두 출근해 다른 지역의 비화물연대 소속 차량을 수배하고 화물운송사를 독려해 168대의 차량으로 휴일 출하를 강행했다.
포스코는 전날까지 화물차 600여대 중 400여대를 풀로 가동해 출하차질로 인한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25일부터는 한계상황에 도달해 점차 피해가 늘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INI스틸과 동국제강 등도 비상근무 체제를 가동 중이나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화물차 확보에 점점 더 어려움을 겪고있다.
INI스틸과 동국제강은 제품 출하률이 평소의 70%와 50% 수준에 그치고 있지만 동국제강의 경우 파업에 대비해 5일정도 출하를 앞당겨 놓은 상황이어서 아직까지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철강공장이 몰려있는 포항지역의 한 제품출하 담당 관계자는 “화물연대 파업이후 철강제품 실질 출하률이 30% 정도에 불과하며 계속 줄어드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상출하를 위해 포항에서 빠져나가야 할 차량이 하루 1천700여대에 달하지만 실제 포항을 빠져나가는 차량은 400대에도 못미치고 있다"면서 “철강제품을 주문처에 전달하지 못하고 운송사 야적장에 쌓아두는 것을 정상출하라고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주문처로부터 제품을 빨리 배달해 달라는 전화를 하루종일 받고있다"면서 “특히 조선용 형강과 후판의 경우 아직 1∼2일 정도 여유가 있지만 더 이상 장기화되면 조선업계의 조업중단 사태까지 빚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전자 = 전자업계는 휴일에는 대개 출하작업이 이뤄지지 않아 다소 안심하면서도 주중 미출하된 물량의 출하작업을 펼치거나 파업 장기화를 대비, 공컨테이너 및 비노조원 기사 확보를 위해 부산하게 움직였다.
삼성전자[05930]의 경우 파업 이후 제품출하에 차질을 빚었던 광주사업장에서 주말과 휴일을 이용해 그동안 파업으로 인해 출하되지 못한 물량의 40% 가량을 처리하는 작업을 벌였다.
삼성전자는 파업 장기화에 대비, 수원사업장에서 미리 확보한 공컨테이너를 철도를 이용해 광주사업장에 전달하는 한편 운송사 자체과 비노조원 차량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회사 측은 평일 오후 5시까지 진행되던 출하업무가 오후 9시까지 지속되면서 비노조원 기사 및 출하관련 임직원들이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이 부분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LG전자[66570] 역시 휴일에는 물량출하가 이뤄지지 않아 별다른 추가 피해상황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지만 미리 확보한 공컨테이너 2천200개가 휴일 이후에는 바닥날 것으로 보고 공컨테이너 추가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대우일렉트로닉스의 경우는 파업 이전에 수출물량중 상당 부분을 미리 출하해 아직까지 별다른 피해는 발생하지 않고 있지만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육로운송 비중이 큰 광주공장이 곤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대책마련에 들어갔다.
◆수출 =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23일 의왕 경인내륙컨테이너기지(ICD)의 컨테이너 장치율은 전날 84.5%에 비해 약간 높아진 84.9%를 기록했고 컨테이너 처리물량은 평소의 54.5%인 3천6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로 전날의 65.8%에 비해 상당히 낮아졌다.
의왕 ICD의 철도수송은 하행이 318량으로 수송능력의 79.5%, 상행은 373량으로 93.3%에 달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수출물량의 경우 금, 토요일 출하가 많고 일요일 출하는 거의 없어 업계의 정확한 피해실태를 파악하기 힘들다"면서 "파업이 금주 중반을 넘어설 경우 부산항 등의 장치율이 크게 높아지면서 엄청난 피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섬유 = 효성은 화물연대 파업으로 운송차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수송량이 평소보다 30-40%가량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효성은 사태가 장기화되면 출하되는 물품이 수송되지 못하고 쌓이면서 보관공간이 부족해지고 수출 지연으로 바이어에 대한 신뢰도에 손상이 가는 등 피해가 현실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