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5-13 17:47

국내 물류시스템 무엇이 문제인가

국내 물류시스템 무엇이 문제인가

(서울=연합뉴스) 부산화물연대 파업으로 부산ㆍ광양항이 마비상태에 빠지면서 물류시스템 개선이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제5단체 부회장들은 13일 간담회에서 "우리 물류 시스템이 후진적이고 낙후돼 있어 혁신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며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물류체계 혁신 필요성을 집중 거론했다.
기업과 물류전문가들이 우리 물류시스템의 문제로 꼽는 것은 ▲물류기업의 전문화와 대형화 미진으로 대외 경쟁력이 뒤떨어지고 ▲물류 인프라가 부족하며 ▲다단계 알선 등 후진적인 물류구조가 상존해 있다는 점이다.
이번 화물연대의 파업을 불러온 다단계 알선의 경우, 화주가 지급하는 운송비중 30% 이상이 알선료 등으로 중간에 사라지고 운송자가 받는 돈은 70%, 심지어는 50%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서너 단계의 알선체제가 상존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 물류체계의 후진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전경련 이규황 전무는 "기업의 물류비 부담이 14-16%인데 IT(정보기술) 등을 활용하고 시스템을 개선하면 최소 4%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면서 "경제단체와 정부가 나서 장기적으로 물류시스템과 제도를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에는 한진, 대한통운 등 대형 물류 전문기업들이 있지만 기업규모 등은 외국에 비해 크게 뒤떨어져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예컨대 한진그룹 산하 3개 물류회사의 총 매출액은 연간 11조원 수준이지만 이는 일본의 대형물류 회사인 일본통운 1개사의 연간 매출 13조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이처럼 물류기업의 대형화와 전문화가 늦어지면서 물류기업의 대외경쟁력이 약화된 원인은 무엇보다도 그동안 정부의 물류기업 육성책이 전무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전경련 동북아 허브팀의 손경숙 과장은 "그동안 정부의 산업정책이 제조업 중심으로 짜여지면서 물류에 대한 정책적 제도적 지원은 백지상태였다"고 지적했다.
손 과장은 "물류가 제조활동에 버금가는 중요성이 있는데도 그동안 정부는 제조나 생산활동의 부가적인 영역으로 취급해 조세.금융상의 지원이나 정책면에서 물류기업을 차별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금은 없어졌지만 과거에는 산업단지 등에 물류기업이 들어설 수 없도록 규제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물류기업에 대한 지원과 규제가 제조업에 비해 차별적으로 적용됨에 따라 해당기업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으며 이에따라 물류 경쟁력도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류 인프라 부족도 물류 시스템 선진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항만, 도로,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도 부족하지만 이들 시설처럼 원활한 물류를 위해 필요한 창고시설, 배송단지 등 물류센터는 크게 부족한 상태라는 것이다.
한진물류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사회간접자본 시설에 꾸준히 투자해 왔지만 한때 공백기가 있었으며 도로정체 등 그 영향은 아직 남아 있다"면서 "창고나물류단지는 여전히 크게 부족하며 우리도 일본처럼 창고발전 5개년 계획을 추진하든지 해서 물류지원 인프라를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단계 알선 등 후진적 물류구조는 하루빨리 개선돼야 할 과제다.
화물알선은 지입차주 입장에서는 마케팅을 할 능력이 없어서 알선업체에 의존할 수 밖에 없고 운송회사측에서는 노사문제나 관리비용 등의 이유로 직영차량을 많이 거느리기 어렵다는 현실을 감안할 때 필요한 것으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문제는 이런 알선이 건설업체의 하청-재하청 처럼 3-4단계의 다단계 알선으로 구조화되면서 중간에서 새는 비용이 늘어나고 물류 경쟁력도 떨어뜨린다는 점이다.
대한상공회의소 물류.유통팀의 임복순 팀장은 "법적으로는 재알선을 금지하고는 있지만 영세한 운수업체가 산재해 있는 데다 운수업체들이 직영차량의 수를 줄이고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다단계 알선이 성행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임 팀장은 "다단계 알선을 줄이기 위해 차량 1대만 갖고 있어도 개별등록을 할수 있도록 허용하더라도 현재의 물류 구도를 그대로 가져간다면 다단계 알선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화물운송 정보시스템을 확충하는 방법 등을 통해 중간의 알선단계를 줄여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진물류연구원의 박영재 박사는 "물류업체들의 대형화.전문화를 이루지 않고서는 물류 경쟁력을 개선할 수 없다"면서 "정부는 물류혁신을 위한 제도적 정책적 지원에 나서고 기업들 역시 선진적인 물류 기법을 도입하고 끊임없는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등 경쟁력을 키우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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