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4-28 15:54
세계 산업집적지發 사스 파장, 물류·교역분야 악재작용 ‘우려’
중국 광둥성 전자제품 등 공장 집중돼 세계공장 생산차질
이라크 전쟁에 이어 중국에서 발생한 괴질 사스문제가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경제의 새로운 불안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은 아직 발병사실이 확인되지 않아 사스의 직접적 영향권은 아니다. 그러나 사스문제로 아시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된다면 그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최근 한국의 대 중국 교역이나 투자가 급속하게 증가하면서 중국과의 관계가 강화되고 있다. 따라서 만약 사스사태의 확산에 의해 중국경제가 불안해진다면 그 영향은 적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총 해외투자 중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급속하게 늘고 있고 특히 사스의 발원지인 광둥지역에 대한 투자는 100%이상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인 전자산업 등 많은 제조업 투자가 광둥성에 집중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전자산업의 생산 및 기술면에서 광둥지역이 아세안을 능가하고 부품원재료의 현지공급력이 원할해지는 등 세게적인 산업집적지로 부상하면서 유력업체들의 진출이 크게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광둥에는 에어컨 등 가전제품, TV와 DVD 등 음향영상기기의 부품, 프린트, 복사기, 엘리베이터 등의 공장이 집중돼 있으며 중국 전체 수출의 40%정도를 점유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광둥성에 대한 투자가 홍콩 다음으로 많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광둥을 세계 수출을 위한 생산거점으로 활용하고 있어 이번 사스사태가 “세계 공장”의 생산차질로 이어지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
WHO의 4월 8일자 발표에 의하면 사스로 의심되는 감염자수는 2천6백71명이고 사망자는 103명에 달하고 있다.
홍콩과 중국의 감염자와 사망자가 집중돼 있지만 싱가포르, 베트남 뿐아니라 캐나다에서도 사망자가 10명이나 보고 되고 있고 사망자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국가가 20개국에 달해 사스문제가 가히 글로벌 현상처럼 보인다.
하지만 캐나다를 제외하면 서구의 사망자는 보고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현재로선 전파가 주로 아시아역내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프랑스 투자은행인 BNP 파리바스 페레그린은 사망자가 발생한 아시아국가에선 관광, 소비위축 등 실제 경제활동의 위축을 통해 각국의 금년 성장률이 0.4~1.5%포인트정도 둔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스확산이 중국경제에 미칠 영향은 수요와 공급측면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전염 우려로 여행과 국내소비지출 감소가 예상된다. 해외로부터의 여행 뿐만아니라 무역상담, 전시회 참여 등이 줄어 수출주문의 감소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공급측면에서는 감염에 의한 격리, 사망등이 노동일수 감축으로 이어진다면 생산차질을 야기시키게 되며 사태가 심화, 장기화된다면 해외로부터의 직접투자까지 감소해 공급측면의 충격이 심화될 수도 있다.
수요, 공급측며의 충격은 질별의 확산정도, 측 확산의 지역적 범위와 기간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사스의 확산정보에 대해선 현재로선 몇가지 가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가장 낙관적인 가정은 감염속도가 둔화되고 주 영향지역도 광둥에 국한되는 상황이다. 국지적, 단기 시나리오이다. 이러한 낙관적인 상황은 중국정부 발표대로 사스 감염속도가 이미 둔화되고 있다는데 바탕을 둔다. 이 경우 사스의 경제적 충격이 4월까지는 있겠지만 5월중순부터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즉 경제활동에 영향을 미칠 기간이 5~6주정도로 1년의 10%라 볼 수 있을 것이고 경제활동 중 영향을 받는 분야도 주로 소비수요 측면에 국한되며 수출주문 감소나 생산활동에 미칠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보다는 비관적으로 감염자 및 사망자의 지역 범위가 베이징, 상하이, 푸젠 등으로 확산되고 감염자 증가 속도가 4월까지는 유지되는 시나리오를 가정해 볼 수 있다. 이 경우 경제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기간은 3개월정도가 될 것이고 해외로부터의 출장자제 등이 길어짐에 따라 수출주문, 물류흐름에도 다소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경우 사스문제가 보다 장기화돼 사망자수가 증가하고 생산차질까지 발생하는 경우이다. 하지만 사스의 감염력이 크지 않은데다 계절적으로 감기 증상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장기화 시나리오의 가능성은 10%미만으로 낮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
광둥에서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는 WHO의 결과가 아직 공식적으로 보고되지 않았다. 현재로선 중국당국의 발표대로 2월이후 감염속도가 둔화되었다는 사실을 현지 조사자들도 인정하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이미 감염이 광둥에만 머물지 않고 산시 등으로 확산된 점을 보아 낙관적인 단기 시나리오보다 중기 시나리오의 확률이 약간 높을 것으로 분석된다.
사스에 따른 성장률 효과를 보는데 있어선 중기 시나리오를 광둥만의 국지적 효과로 끝날 경우와 일부 타지역으로 피해가 확산될 경우로 다시 구분해 볼 수 있다.
사스가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하기 위해선 서비스업이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감염지역의 소비수요 감소효과는 주로 운송, 관광, 소매업 등을 포함한 서비스분야에서 이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광둥지역의 서비스 수입이 전국 GDP에서 점하는 비중은 4.5%이다. 베이징, 상하이, 산서를 포함할 경우 12.5%정도이다. 관고아 소비지출에 대해서만 보더라도 지난 2001년 해외여행수입이 178억달러로 GDP 1.5%를 점한다. 여행수입이 20%이상 감소한다면 여행수지가 적자가 될 가능성도 있다. 또 주민들의 내수관광 수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7%이다. 관고아수입의 대부분은 춘절, 노동절, 국경절 전후 일주일 기간동안에 이루어 진다. 따라서 사스의 영향이 남아있을 5월 노동절기간에 내수 관광 격감도 커다란 충격이 될 것이다.
화물운송 감소율 35% 추정
사스사태가 심각한 홍콩의 경우 30%이상으로 보고 있다. 서비스 비중이 높은 홍콩의 경우 외국인들으 소비지출 감소율은 65%, 화물운송 감소율은 35%, 주민들의 소비지출 감소율을 20% 정도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우 주민들의 소득소비 탄력성이 낮을 것이고 서비스 비중이 작은 것을 감안하면 서비스지출 수요감소율을 15%내지 20%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과 같은 전제조건을 가정할 경우 수요측면의 위축으로 인한 손실은 0.07~0.47%포인트 정도 성장률을 감소시킬 것으로 추정된다. 생산차질을 초래하지 않을 정도라면 사스의 영향이 중국경제의 전체 성장률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할 것이다. 골드만 삭스, 시티그룹 등 투자은행이 사스로 홍콩경제성장률이 1.3%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그 영향이 1/3내지 1/5정도임을 알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경제의 서비스 비중이 낮기 때문이다.
또 순수출의 성장 기여율이 10%에 불과한 중국의 경우 수출주문의 감소가 성장률에 미칠 정도는 더욱 미미한 것으로 보여진다. 따라서 중기 시나리오에서 약간의 수출주문 감소 효과를 추가해도 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중국의 금년 성장률이 7%미만으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성장률이 7%미만으로 떨어지지 않는다면 우리의 대 중국 수출 전반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광둥지역만의 국지적 충격도 기간이 길거나 수요 감소율이 높아질 경우 광둥지역경제에는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광둥 지역경제 자체의 성장률을 최소 0.6내지 2.0%포인트 정도 둔화시킬 것으로 나타났다.
1/3 물동량 광둥에 집중
광둥성의 소비 시장규모는 2001년 기준으로 4,515억위안을 기록해 중국내 2위인 강소성의 1.6배에 달한다. 또 중국 전체 교역량의 약 1/3이 넘는 물동량이 광둥에 집중돼 대형 도매시장이 곳곳에 형성돼 있다. 중국 각지로 유통되는 거래량을 감안하면 광둥의 실제 시장규모는 통계로 나타난 것보다 배 이상 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리의 직접투자 중 광둥비중이 근년들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중국의 세계 수출기지인 광둥의 경우 세계소비수요의 영향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광둥성은 해외수출기지이므로 전시회, 상담회 등의 취소와 외국인의 출장방문 자제로 수출주문이 사스 영향기간동안 감소할 수 있다. 광둥지역에 투자한 한국기업의 경우 중국 수출품에 대한 세계수요 위축시 직접 타격을 받게 된다. 뿐만아니라 중국에 부품을 수출하는 한국기업의 경우 중국의 해외수요 위축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무역통계에 의하면 한국의 대 중국 수출규모는 286억달러이고 대 광둥 수출규모는 78억달러에 달해 광둥의 수출비중이 27.4%를 점유하고 있다. 더구나 한국의 전자제품(HS 85코드) 수출에서 광둥비중을 보면 4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나 우리 전자제품 수출이 광둥에 집중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광둥성의 세계 수출 역할을 감안하면 이중에는 중국내수를 위한 수출외에도 현지기업의 수출용 부품이 상당수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해외 전자수요감소는 광둥을 거쳐 우리기업에 파급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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