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4-04 11:16

“여러분의 사랑을 기증받아요”

해외이주시 여러 재활용품들 제공받아
파주물류창고 일부 ‘아름다운가게 전용창고’로 기증할터



아름다운가게’를 아는가? 버리기는 아깝고 정작 쓰지는 않는 물건들, 옷장 자리만 차지하고 한 번도 입지 않게 되는 옷들…. 집안을 어수선하게 만드는 이런 물건들은 어느 집에나 있게 마련이다. 이미 중고가 돼버렸고, 사용하지도 않는 제품들이지만 버리기엔 아직 쓸만한 제품들인 이른바 중고재활용품들을 무료로 기증받아 필요한 일반시민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해 그 수익금 전액을 불우이웃돕기나 자선활동에 사용하는 생활운동이 바로 아름다운가게다.
참여연대에서 주관하는 아름다운가게는 관심있는 일반기업체나 시민들을 대상으로 점차 폭넓게 확산되고 있다. 은행이나 대형유통할인점 등의 한쪽 코너에서 아름다운가게의 중고품기증함이 기증자들의 아름다운 마음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이렇듯 아름다운가게는 자칫 연말시즌의 일회성행사로 끝나기 쉬운 불우이웃돕기를 생활 속의 실천운동으로 끌어올렸다.
현대해운이 아름다운가게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의외로 단순하다. 매년 일회적으로 그치던 각종 자선금기부를 회사차원으로 정례화하자는 것이 그 취지.

“수재의연금이나 불우이웃돕기성금을 직원 개인이 각출해서 매년 기부해왔습니다. 하지만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쉬웠고, 또 참여한 직원들의 보람도 적었죠. 이에 한시적인 일회성 행사가 아닌 좀더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행사를 해보자는데 직원들 의기가 투합됐고, 그런 행사를 기획하던 차에 우리 회사 바로 옆에 있는 ‘아름다운가게’를 알게 됐습니다.”

회사차원에서 장애인돕기, 무의탁노인돕기 등을 할 수도 있으나 그보다 물류기업인 현대해운의 장점을 살리면서 여러 고객들의 참여도 끌어들일 수 있는 것이 아름다운가게다 싶어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됐다고.
현재 현대해운이 아름다운가게에서 하고 있는 일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이민, 유학, 주재원파견등 해외로 이주하는 고객들이 사정상 못 가져가게되는 물품 발생시 그것을 무료로 기증받아 아름다운가게일일장터를 열 계획이며, 다음으로 ▲서울ㆍ경기에 매일 운행되는 직영업무차량을 통해 인근 지역 주민들 중 온라인구입을 한 고객들에게 위탁배송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또 ▲조만간 완공될 2천평 규모의 파주물류창고 일부를 할애, 아름다운가게 전용창고로 기증할 계획이다.

“전압이 안맞는다거나, 기후가 다르던지, 혹은 건물구조 등이 안맞아서 놓고가야 할 물건들이 생기면 기존엔 그냥 버리거나 아는 사람에게 주고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그런 물건들을 우리가 아름다운가게를 위해서 무료로 기증받는거죠. 이런 소중한 물건들을 모아 오는 26일 토요일에 아름다운가게 안국점에서 현대해운의 ‘아름다운토요일’을 개최합니다. 우리 직원들이 일일명예위원으로 고객들에게 판매하고 그 수익금을 아름다운가게에 희사할 계획이구요 ”
아름다운가게는 지난 2001년 상근간사 4명이서 시작된 자선단체로 이후 아름다운재단의 유관기관으로 협력체제를 구축해 2002년 5월에 미도아파트와 ‘아름다운날’을 실시했고, 아름다운가게 후원음악회인 ‘풍경과 노래’, ‘음율에 스치다’ 등을 통해 기금을 마련, 같은 해 10월 안국동에 상설매장인 ‘아름다운가게’ 1호점을 개장했다. 또 홈페이지(www.beautifulstore.org)도 오픈해 온라인판매도 병행하고 있다. 올해 들어 2호점인 삼선교점을 열었으며, 곧 3호점인 서울역점도 오픈할 계획에 있다. 또 각 업체나 아파트 등에 기증함을 설치, 참여를 원하는 사람들의 소중한 물건들을 접수받고 있다.
아름다운가게 형태의 자선사업을 위한 재활용품가게는 선진국에선 이미 상용화돼 있는 추세인데, 영국의 Oxfarm이나 미국의 Goodwillㆍ구세군, 일본의 가나카와 생협ㆍ대안무역단체, 독일의 Hay-on-Wye 등이 대표적인 단체다. 특히 선진국에선 일반 생필품뿐만 아니라 고급품목이라 할 수 있는 자동차나 골동품 등도 자선행사를 위해 무료로 기증된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아름다운가게는 성공회대교수인 박성준교수와 연극인 손숙씨가 공동대표로 있으며, 대학교나 연구단체, 기업 등의 인사들이 이사회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현대해운 조명현이사도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 회사의 기업이미지는 안전과 신뢰입니다. 해외로 나가시는 분들이 믿고 자신들의 재산을 맡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우리 회사의 목표죠. 그러려면 우리 또한 그만큼 고객들을 위해 서비스에 최선을 다해야합니다. 더불어서 물류기업이란 특성에 맞는 부분을 찾아 사회에 환원하는 것도 중요하구요.”

현대해운이 운송관련회사다보니 해외이주화물을 취급할 때 다량의 쓰레기가 발생하는 것은 불가결한 일이다. 물류기업으로서 어쩔 수 없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을 아름다운가게활동을 통해 환원한다는 것이 현대해운의 모토다.

“제지회사가 환경을 가장 많이 파괴하는 주범입니다. 종이를 만들기 위해선 나무는 필수적인 소재니까요. 그런데 나무를 베기만하고 심지는 않는다면 그것은 사회를 통해서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했을 뿐 사회에 그만큼의 환원은 하지 않은 겁니다. 하지만 나무를 벤만큼 환경에 대한 재투자를 한다면 비록 환경을 파괴한다 할지라도 그만큼 사회에 공헌을 하는 거죠. 우리 회사도 마찬가집니다. 처음엔 자선활동을 정례화하자는 자그마한 취지로 시작했지만, 아름다운가게를 통해 물류업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모토를 회사대내외적인 기업이미지로 발전시켜나갈 계획입니다.”

현재 현대해운에서 아름다운가게 기획을 총괄하고 있는 이기주팀장은 누구보다 각오가 남다르다. 비록 아름다운가게와 영업업무를 병행하다보니 힘들기도 하지만 아름다운가게 활동을 통해 직장생활에서 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보람과 기쁨을 맛보고 있다.

“이번 아름다운가게 참여를 기획하면서 안국동본점을 자주 들렀습니다. 들를 때마다 장소가 너무 협소하다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죠. 그래서 사장님과 협의하에 곧 완공될 파주물류센터를 아름다운가게창고로 할애토록 했죠.”

이팀장은 아름다운가게 일을 하면서부터 사표를 양복주머니에 넣어다니고 있다고 농담을 한다. 그만큼 아름다운가게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미다. 그는 “한차례 왔다가 쓸려가는 썰물이 아니라 현대해운만이 할 수 있는 일이고 또 그 일을 맡아서 하고 있는 만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 일을 알리고 함께 동참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오는 26일은 현대해운 직원들에게는 특별한 토요일이 될 것 같다. 이제까지 준비한 ‘아름다운물건’들을 모아서 그날 하루 직원들이 손수 판매에 나서기 때문이다. 물류기업으로서는 처음 시도되는 행사인만큼 업계에서의 관심도 상당하다. 복합운송업체들 중에서도 아름다운가게를 위해 쓰라고 무료기증한 사람들도 많다고 조대표는 설명한다. 현대해운이 펼쳐가는 ‘아름다운 해운인’의 ‘아름다운 세상’.
싱그러운 푸른 바다내음만큼이나 살맛나는 세상을 열어가는 우리네 이웃의 따뜻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글·이경희기자(khlee@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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