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주상호보험조합(KP&I)이 선체보험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하는 내용의 선주상호보험조합법 개정안을 올해 상반기에 발의할 계획이다.
KP&I 안중호 회장은 해양수산부 출입 해운기자단과 진행한 간담회에서 “우리 조합이 선체보험을 하려고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데 2025년 8월 새 정부가 발표한 ‘북극항로 시대를 주도하는 K-해양강국 건설’이란 국정과제 중 KP&I 업무 영역을 선박 보험 전체로 확대하는 내용이 실천 과제로 들어갔다”며 이 같이 말했다.
해양수산부는 실천 과제에 기반해 지난해 10월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정책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연구 과제명은 ‘미래 대한민국 해운업과 한국선주상호보험조합의 역할 및 과제’다.
안중호 회장은 “해수부와 협의해서 올해 상반기에 법안을 발의하면 하반기에 새로운 국회상임위가 구성되고 9월 또는 10월부터 본격적으로 협의가 될 걸로 기대한다”며 “법안이 통과되면 기존 P&I보험(선주배상책임보험)과 선체보험을 원스톱으로 지원할 수 있게 돼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확보할 걸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배석한 성재모 KP&I 전무는 조합법 개정과 관련해 “국내 손해보험사나 해운조합이 심하게 반대를 하고 있어서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며 “이들과 설득하고 상생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략상선대·전쟁보험 등 사업 다각화 기대
선체보험이 목적사업에 포함되면 KP&I는 다양한 영업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안 회장은 국내 해운업계에서 추진하고 있는 전략상선대에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국해운협회는 현재 88척인 필수선대를 200척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전략상선대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국회와 협력해 올해 안으로 특별법을 발의한다는 목표다. KP&I는 K-전략상선대가 도입되면 이들 선박에 P&I보험과 선체보험을 묶어 패키지형 보험 상품을 제공할 계획이다.
아울러 미국-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전쟁보험의 중요성이 커진 가운데 국내 보험사와 전쟁보험 공동인수단(War Pool)을 구성해 국내 선사의 대응력을 높이는 사업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그리스와 싱가포르에 전쟁보험 공동인수 회사가 활동하고 있다. 그리스 선주들은 냉전 시절 전쟁 위험이 높아지자 1961년 전쟁보험 풀인 헬레닉워리스크를 창립했다. 이 조합엔 그리스 국적 또는 관련된 선박 3200척이 가입해 있다. 운영 주체는 영국 UK P&I를 관리하고 있는 토마스밀러다.
안 회장은 P&I 보험사들이 보험 상품을 다양하게 취급하면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다고 전했다.
“전쟁보험료는 일주일 단위로 갱신되는데 현재 재화중량톤수(DWT) 30만t급의 초대형 유조선(VLCC) 같은 큰 배는 일주일에 40만달러, 작은 배들은 5만달러 정도를 낸다. 전쟁이 6주를 넘어가면 배 1척당 보험료만 수백만 달러 내야한다. 보험사들은 사업 포트폴리오에 이런 상품을 구비하고 있어야 문제가 생겼을 때 커버할 수 있다. 이런 게 사업 다각화다.”
안 회장은 또 올해 갱신 실적을 소개했다. KP&I는 지난 2월20일 마감된 P&I보험 갱신에서 가입 선박 731척, 총 보험료 3458만달러(제휴 프로그램 포함), 순 보험료를 2630만달러를 달성했다. 1년 전에 비해 선박 숫자는 2% 줄었고 순 보험료는 1% 감소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56억원이었다. 2024년 -73억원에서 129억원을 개선하면서 2023년의 18억원 이후 2년 만에 흑전 전환에 성공했다. 2024년엔 거영해운의 <거영썬> <거영파이오니아>호 사고와 금양해운의 <금양6>호 사고로 수천만 달러의 배상금이 지급되면서 창립 이래 최대 폭의 적자를 냈지만 지난해엔 사고 예방 활동을 강화하면서 수익성을 강화했다.
지난해 순이익 56억 달성…2년만에 흑자전환
KP&I는 사고 위험 선박의 심사를 강화해 지난 2022년 450만달러에 달했던 해외 선단 규모를 올해 갱신에서 130만달러로 30% 이상 줄였다. 그 결과 2022년까지 800척에 이르던 사고 건수는 2023년 이후 500척대로 내렸다.
토종 해상 보험사는 또 브래태니어 노스스탠더드 등 IG(국제 P&I 보험 카르텔) 보험사와 제휴한 상품의 보험료 분배 비율을 2022년 34%에서 올해 45%로 크게 끌어 올렸다. 재보험료 의존도는 2022년 63%에서 올해 59%로 낮춰 재무 건전성을 강화했다.
KP&I는 아울러 지난해 27곳의 국적 선사에서 총 93억원의 특별 출자를 받아 자본금을 크게 확충했다고 전했다. 조합원사뿐 아니라 비조합원사 10곳에서 16억원을 지원받은 건 큰 결실이다.
이로써 조합은 지난 2005년 톤세 제도 도입 과정에서 14개 선사에서 33억원의 출연을 받은 뒤 20년 만에 자본금을 추가 확충했다. 20년 전엔 매칭 펀드 방식으로 정부에서도 66억원의 지원을 받은 바 있어 이번에도 정부에서 추가 지원을 받을 걸로 기대하고 있다.
선사들의 지원으로 2024년 말 480억원이었던 비상준비금(Free Reserve)은 지난해 말 현재 627억원을 기록, KP&I 창립 이래 처음으로 60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회장에 부임해서 보니 2024년도에 여러 가지 대형 사고로 조합이 많이 힘든 상황이었다. 가장 크게 느낀 부분은 사고 예방이 중요하고 재무 안정성을 높이는 게 필요하다는 거였다.
지난 10년간 발행한 사고 예방 공지를 취합한 책자를 발행하고 내부 교육을 활성화해 클레임 담당자의 역량을 고도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우리나라 해운의 기반이 크려면 KP&I 같은 관련 인프라도 같이 커야 한다. 전반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데 열심히 노력하겠다. 그런 점에서 자본금 확충에 협력해 주신 해양수산부와 해운협회 조합원사와 비조합원사 모두에게 감사 말씀을 드린다.”
이날 KP&I는 향후 영업 전략도 털어놨다. 제휴 상품을 활용해 대형 외항 선박 유치를 확대하고 베트남과 중국 시장에서 공동 인수 또는 제휴 등의 방식으로 영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조합 운영을 총괄하고 있는 성재모 전무는 “최근 해운 시장에서 중소 선박 비중이 줄고 대형 선박이 늘어나고 있어 이에 대응한 영업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올해 갱신에서 P사에서 8척을 가입했고 C사에서 지난해 8척을 가입하고 올해 7척의 가입을 확약하는 등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 정부의 북극항로 개척 정책에 맞춰 국내 보험사와 협업해서 북극항로를 항해하는 선박을 대상으로 한 위험 보험 담보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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