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들이 중동 사태를 배경으로 한 국제유가 상승에 대응해 운임 인상에 나선다.
장금상선과 계열사인 흥아라인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베트남·태국항로에서 150달러, 말레이시아항로에서 200달러, 인도네시아항로에서 300달러, 인도항로에서 400달러의 운임 인상(GRI)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또 남성해운과 천경해운 SM상선은 TEU당 100달러의 GRI를 실시하는 한편 전체 운임에 포함해 받고 있던 저유황할증료(LSS)를 분리 징수하기로 했다.
그런가 하면 동영해운은 수출화물, 팬오션은 수입화물에 각각 100달러의 긴급유류할증료(EFS)를 도입한다. 범주해운은 수입화물에 30달러의 EFS를 부과할 예정이다. 이번에 도입되는 긴급할증료와 별도로 2분기에 부과되는 LSS는 1분기와 같은 50달러다.
선사 관계자는 “최근 미국-이란 전쟁으로 선박 연료유 가격이 톤당 400달러에서 1200달러까지 3배가량 상승해 운항 채산성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며 “유류비를 보전받지 못할 경우 적자를 내는 해운기업들이 속출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운임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이 같은 선사들의 움직임으로 동남아항로 운임은 올해 들어 처음으로 상승곡선을 그렸다.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2026년 3월 3주 평균 상하이발 동남아항로운임지수(SEAFI)는 2214.5포인트(p)를 기록, 지난 2월의 2099.9에서 5% 올랐다. 1월과 2월 두 달 연속 전달 대비 두 자릿수 하락세를 보인 뒤 3개월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전 노선이 강세를 띠었다. 노선별 20피트 컨테이너(TEU)당 운임은 싱가포르행이 3% 오른 473달러, 베트남 호찌민행이 10% 오른 279달러, 태국 램차방행이 16% 오른 386달러, 필리핀 마닐라행이 2% 오른 133달러, 말레이시아 포트클랑행이 4% 오른 496달러,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행이 4% 오른 474달러로 집계됐다.
한국발 운임도 동반 상승했다.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3월 평균 한국발-동남아항로 컨테이너운임지수(KCCI)는 40피트 컨테이너(TEU)당 910달러를 기록, 전달(2월)의 893달러에서 2% 상승하며 1달 만에 900달러 선을 회복했다.
4개월 연속 성장세를 띠던 물동량은 지난달 설 연휴의 영향으로 하락세로 전환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2월 우리나라와 동남아 8개국을 오간 컨테이너 물동량은 31만7700TEU(잠정)를 기록, 지난해 같은 달의 34만1800TEU에서 7% 감소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상승곡선을 그리다 가파르게 꺾였다.
수출화물의 부진이 전체 실적 감소를 이끌었다. 같은 달 수출화물은 전년 대비 19% 감소한 14만200TEU에 머문 반면 수입화물은 6% 늘어난 17만7500TEU를 달성했다. 수출화물은 지난해 10월 이후 4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반면 수입화물은 3개월 만에 플러스 성장을 시현했다.
국가별로 보면 상위권 국가 중에선 베트남과 필리핀을 제외하고 모두 약세를 띠었다. 동남아항로 물동량 1위 국가인 베트남은 3% 성장한 10만3900TEU, 6위 국가인 필리핀은 5% 늘어난 2만1900TEU를 각각 신고했다.
반면 2위 인도네시아는 2% 감소한 5만2500TEU, 3위 말레이시아는 12% 감소한 4만7400TEU, 4위 태국은 17% 감소한 4만3200TEU, 5위 대만은 24% 감소한 2만2400TEU, 7위 홍콩은 16% 감소한 1만3700TEU, 8위 싱가포르는 18% 감소한 1만2400TEU에 그쳤다.
중하위권 국가들이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한 가운데 말레이시아의 약세가 눈에 띈다. 지난해 2월 덴마크 머스크와 독일 하파크로이트가 결성한 제미니의 유럽항로 환적 거점으로 지정된 말레이시아는 지난해 내내 승승장구하다 1년 만에 기저효과와 설 연휴를 배경으로 큰 폭의 부진을 보였다.
선사 관계자는 “2월에 부진했던 물동량이 3월 들어 완연한 회복세를 보였지만 중동 사태로 석유화학기업들이 나프타(석유화학제품 원료) 공급이 막히면서 해운 수요도 영향을 받는 모습”이라며 “4월에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진다면 수요가 크게 위축될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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