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2-21 15:21

항로운임 안정화와 한국해운시장의 위상

우리나라 해운시장의 운임이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인데다 하주들의 관행적인 외상거래로 해운업체들이 자금에 큰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하주와 선사간을 중개하는 포워더의 경우 컨테이너화물 수송에 남는 이윤이 극히 적은데다 선사에는 현금거래, 하주와는 외상거래를 해야 하는 처지로 국내 로칼화물 영업에 한계를 느껴 많은 업체들이 중국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시장이 동북아 중심 해운시장으로 옮겨진지 꽤 됐고 이제는 한국 해운업체들도 상당수 진출해 있어 중국에서의 경쟁도 만만치 않지만 늦게라도 중국시장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아주 단순한, 외상거래가 아닌 현금 거래가 오가기 때문이라고 거침없이 말하는 한 포워딩업계 관계자의 지적이 피부로 와닿는다.
한국시장의 운임이 낮다보니 외국 주요선사들이 한국에 배당하는 선복량을 줄여 중국쪽의 할당량을 늘려주고 있어 이같은 상황이 지속될 시 한국은 중국의 변방 해운시장으로 전락할 우려도 없지 않다는 조심스런 전망도 나오고 있다.
동북아의 물류 중심국을 지향하는 새정부로선 항만개발이나 확충, 그리고 SOC시설을 늘리는 하드웨어적 발상에서부터 수출입 물류 소프트체계의 선진화를 꾀하는 일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해운 상관행의 선진화는 오래전부터 해운업계에서 부르짖던 사안이다. 그러나 해운업체와 하주간의 관계가 갑과 을의 입장이라는 편협된 생각이 확 바꿔지지 않으면 우리나라 해운 상관행은 후진성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제도의 변화는 인식의 변화에서부터 찾아야 할 것이다.
최근 아시아/북미항로에서 추진되고 있는 선사들의 선복량 자율적 감축은 경쟁이 심한 해운업계에 신선한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예전에는 선사들간의 집화경쟁이 심하다보면 운임 제살깎아먹기식이 되더라도 자연스런 현상으로 눈감아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선사들마다 수익성을 우선으로 추구하는 정책이 우세하다보니 공급과 수요의 원칙에 의해 한쪽으로 치우칠 경우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과거 항로에서 감축이나 서비스 일시 중단이란 단어들이 기사화할 경우 선사들이나 하주들이 민간한 반응을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부정적인 시각에서 이를 해석했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아시아/북미항로에서 나타나는 선복량 감축현상은 비수기에 선복량이 과잉될 시 운임이 하락하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채산성을 높이기 위해 행해지고 있는 시책들이라는 점에서 고무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아시아/북미항로를 운항하는 주요선사와 전략적 제휴그룹들은 작년 겨울철 비수기가 도래함에 따라 10월이후 운항 선복량을 감축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지난 1월 항로내 운항선대 주간 수송능력이 5%정도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운항선대 수송능력 감축은 수익성 유지를 위한 전략으로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미국의 경기불황이 장기화되면서 항로내 컨테이너물동량 둔화세가 상당기간 이어지고 미 관세청의 CSI 조치로 대미 수출화물에 대한 집화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돼 종전 선복과잉으로는 수익이 남는 장사를 할 수 없다는 시장논리에 의해 선복을 감축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물량이 넘쳐 선복이 부족할 시는 전략적으로 스페이스를 늘리는 시책도 앞으로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항로의 안정화를 꾀하는 일은 곧 자사의 수익을 높일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점에서 선사들의 자발적인 항로 안정화 노력을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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