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2-14 16:56

국제해사기구 선박·항만시설 보안 강화에 총력

선박·항만시설보안 규정 채택, 내년 7월 시행

영국에 본부를 두고 있는 유엔전문기구인 국제해사기구(IMO)는 지난해 12월 13일 선박과 항만시설의 보안을 크게 강화하는 새로운 국제협약을 채택하고 오는 2004년 7월부터 시행키로 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162개국 회원국 대표 5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작년 12월초부터 2주간의 일정으로 개최된 회의에서 국제해사기구는 선박자동정보시스템(AIS)의 도입을 의무화하고 선박과 항만보안계획의 수립, 시행을 의무화하는 새로운 국제선박·항만시설 보안규정(ISPS코드)을 채택했다.
또 이 규정에 명시되지 않은 사항을 처리하고 향후 해사보안 관련규정을 추가로 개정하는 작업 등을 수행하기 위해 각종 결의서도 아울러 채택했다.

WCO와 공동작업

국제해사기구는 지난 2001년 9.11 미테러사태이후 해사보안제도를 강화키로 하고 지금까지 이같은 작업을 진행시켜 왔는데, 작업착수 1년만에 새로운 협약을 제정한 것은 이 기구 설립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번 회의에서 회원국 대표들은 결의문에서 이 협약을 가능한 빨리 시행키로 합의했으며 해사보안제도를 향상시키기 위해선 관련 있는 국제기구와의 협력증진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세계관세기구(WCO)와 공동으로 컨테이너의 국제간 이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키로 결정했다.
또 테러리스트가 선원으로 위장하는 것을 막기위해 새로운 선원신분확인제도를 도입하기로 하고 국제노동기구와 공동으로 이 작업을 수행할 별도의 기구를 설치, 운영하기로 했다.
미국 상원의 상업, 과학, 운수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국제해사기구 해사안전총회가 시작되기 전 연명으로 사무총장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국제해사보안기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등 협력을 구한 바 있다.
미국은 국제해사기구에서 이 협약을 채택하기 전인 지난해 12월 상하 양원 합동으로 2002년 해상운송보안법률을 제정한 바 있는데, 이 법률의 내용은 ISPS코드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또 미국은 국제해사기구의 이 협약 제정작업을 촉진하기 위해 두 차례에 걸쳐 임시회의 개최비용을 지원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전개해왔다.
ISPS코드의 채택은 IMO에서 1974년에 제정한 해상인명안전협약(1974 SOLAS협약) 개정작업과 동시에 이루어졌는데, 이를 크게 선박의 안전확보에 관한 사항, 항만시설의 보안유지에 관한 사항, 선사 및 정부에서 해야 할 사항 등으로 구분해 살펴보면 선박의 안전, 보안과 관련해선 선박보안계획을 수립, 시행해야 하고 선박마다 보안 담당관을 임명해야 한다고 돼 있다.
선박보안계획에는 선박이 처할 수 있는 위험을 3단계(통상, 중간, 긴급)로 구분해 각 단계별로 적합한 보안지침을 미리 정해 놓아야 하는데, 보안 1단계는 선박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상태를 의미하며 보안 2단계는 보안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은 경우, 보안 3단계는 보안사고 발생이 임박한 경우에 요구되는 조치들을 포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이같은 보안 수준은 선사나 선박운항사가 임의로 결정할 수 없고 정부나 정부에서 지정한 기관에서 설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항만시설의 경우 보안계획을 수립하고 보안담당관을 임명하는 절차와 방식은 선박보안과 동일하나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항만시설의 보안운영을 선박의 보안과 연계해 집행한다는 점이다.
이는 항만이 선박이 입출항하는 물류의 결절점이고 선박의 입항여부에 따라 보안 취약성과 위험도가 각각 달라지는 특성에 기인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항만보안 3단계에서는 화물의 적·양하작업이 금지되는 것은 물론 선박의 운항이 전면 통제되고 선박에 접근할 수 없을 뿐아니라 선박을 다른 곳으로 대피시켜야 한다.
또 ISPS코드에는 보안 확보와 관련해 선사나 정부에서 담당해야 할 임무를 규정하고 있는데, 선사의 경우 선장이 선박보안을 확보, 유지할 수 있도록 충분한 권한을 부여해야 하며 선사 보안담당관을 임명해야 한다.

사무국에 별도기금 설치

정부는 우선 이 협약을 집행하는 최종적인 책임을 부담할 뿐 아니라 항만시설에 대한 보안 취약성을 평가하는 것은 물론 선박 및 항만시설 보안계획을 승인하는 임부를 담당해야 한다는 것.
또 각 선박이 이 협약에 정해진 기준을 정확하게 이행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절차로 자국선박에 대해선 사전 검사를 시행해 국제선박보안증서를 발급하고 외국선박에 대해선 항만국통제를 실시해 이행을 강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ISPS코드는 미국 해사운송보안법과 동일하게 선박이 외국의 항만에 입항할 때는 화물정보나 선원의 명세, 여객정보 등을 제공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ISPS코드와 1974년 SOLAS 협약개정안에는 선박·항만시설의 보안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들이 망라돼 있고 기존의 제도와는 상반되는 사항이 많아 선사와 체약국 등에서 이행하는 데 적지않은 문제점을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해사기구는 이 협약을 제정하면서 향후 작업에 필요한 다수의 결의서를 채택한 것도 이같은 점을 시급하게 해결하기 위한 것이며 IMO사무국에 별도의 기금을 설치해 개발도상국의 해사보안제도 이행을 지원키로 한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ISPS코드와 1974년 SOLAS 협약 개정안은 미국에서 2002년말에 제정한 해사운송보안법을 사실상 국제규범화하는 것이어서 그 파급효과가 상당히 클 것으로 판단된다.
더욱이 기존 협약과 달리 그 시행의 시급성 때문에 발효에 있어서 묵시적 수락 절차를 택함으로써 시행시기를 상당히 앞당겼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1974년 SOLAS협약 가입국의 1/3이 반대의사를 표시하지 않는 한 이 협약은 2004년 7월부터 국제적으로 시행되게 됐다.

日, 선박보안통제 강화

이 협약이 채택되자 각국은 이미 국내입법작업에 착수하는 등 이행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협약의 제정작업을 주도한 미국의 경우 금년 9월까지 입법조치를 완료한다는 시간표를 정해놓고 있으며 해사보안제도의 시행에 관해 미국과 공동보조를 맞추고 있는 싱가포르도 자국의 항만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조만간 이 협약의 이행준비에 착수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외신에 의하면 일본은 이라크와 북한의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반테러 대응조치의 하나로 자국항만에 입항하는 선박의 보안통제를 강화한다고 밝히고 이같은 조치는 미국의 요청과 최근 국제해사기구에서 채택한 협약의 이행과 관련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일본 국토교통부는 금년 가을 의회 임시회기에 입법안을 제출한 뒤 2004년 7월부터 이를 시행키로 했다. 이같은 각국의 움직임에 비추어 볼 때 우리나라도 발효까지 남은 기간동안 이 협약의 국내 시행에 따른 모든 준비와 세부절차를 매듭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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