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10-09 11:01
<美 서부항만 폐쇄, 업계 피해 '눈덩이'>
(서울=연합뉴스) 업계팀 = 직장폐쇄로 인한 미국 서부항만 마비상태가 장기화되면서 국내 관련업계의 피해액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정부와 업계는 비상대책반을 마련, 사태 장기화에 따른 운송수단 대체, 우회수송 등 다각도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사태가 조기에 해소되지 못할 경우 응급처방 이상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해운.항만 비상 태세 = 서부항만으로 실어나르는 물류를 담당하고 있는 해운업계는 이번주까지 사태가 해결되지 못한다면 운항 스케줄 조정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현재 외항에 대기중인 선박은 한진해운 11척, 현대상선 6척, 부정기선 9척 등 모두 26척이지만 현재 컨테이너선 10여척에 서부항만쪽으로 가고 있어 이번 주말까지 대기선박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컨테이너 확보와 수출입 화물처리도 골칫거리다. 국내에 확보된 빈 컨테이너는 5만TEU(1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로 서부항만에 대기중인 선박의 컨테이너가 돌아오지 못하면 처리 가용량이 이번주를 넘기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게다가 태평양항로 선사들이 선적을 기피할 경우 부두 안팎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 물류대란의 우려감까지 감돌고 있는 실정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미주물량 처리비중이 61.3%에 달하는 부산 감만부두의 경우 터미널내 장치장이 협소해 타격이 크다"면서 "파업이 타결되더라도 적체된 화물을 단기간에 처리하기 쉽지 않아 후유증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업계 피해 '눈덩이' = 지난해 미국 9.11 테러사태 이후 수출이 큰 폭으로 준데 이어 이번에는 서부항만 직장폐쇄라는 변수가 돌출하면서 수출업계 입장에서 가을은 2년 연속으로 미국발 악재로 인한 잔인한 계절이 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청소기, 전자레인지, 모니터 등을 담은 2천TEU의 컨테이너가 하역을 못한 채 외항에 대기중인 상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우회접근도 고려해 봤지만 절차가 복잡해 사태해결을 기다릴 수 밖에 없다"면서 "미국 중.서부 지역에 출하할 물량에 대해서는 현지와 운송기일을 늦추는 문제를 협의중"이라고 말했다.
LG전자도 TV, VCR 등 600TEU의 가전이 선박 10대에 실린채로 대기중이며 파업이 장기화 될 경우에 대비, 중부지역 물량을 파나마운하를 통해 뉴욕으로 운송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현대차 역시 자동차 운반선 2대가 현지에서 발이 묶여 1천100대, 1천200만달러의 수출에 차질이 생겼으며 기아차도 2천157대의 하역작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현대차 관계자는 "차 운반선 1대를 캐나다로 회항시키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으나 항만폐쇄가 장기화될 경우 운반선 확보문제로 선적 자체가 어려워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생산.소비도 타격 =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서부항만을 통해 수입하고 있는 원.부자재나 농산물의 수입이 끊기면서 국내 생산 및 소비에 미칠 파장에 대한 우려감도 높아지고 있다.
효성은 섬유 원료의 수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효성 관계자는 "현재 10t 가량의 원료가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면서 "한달분의 재고가 바닥나는 경우를 대비해 항공 운송이나 동부항만 이용하는 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스펀덱스 원료의 경우 모든 국내업체가 미국 바스프로부터 로스앤젤레스항을 통해 수입하고 있으나 현재 한달분의 재고 밖에 확보돼 있지 않아 내달초까지 사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공장 가동이 전면 중단될 상황이다.
선박.건축용 도료 및 전자부품 생산에 들어가는 합성수지 역시 재고분이 내주말 이후면 재고가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돼 관련업계는 이스라엘 등 대체수입선 이용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밖에 육류의 경우 서부항만 사태가 국내에 알려지면서 국내 유통업자들이 출하물량을 줄여 수입쇠고기 가격이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제분업체 역시 최대 45일치의 재고만 확보돼 있어 사태 장기화에 따른 공장가동 중단을 우려하고 있다.
중남미에 현지공장을 둔 업체들도 주요 원.부자재가 미 서부항만을 통해 공급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생산중단의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멕시코 티후아나에 공장을 두고 서부항만으로 CDT(모니터용 브라운관)를 조달해 온 삼성SDI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 공급선을 브라질 마나우스 공장으로 바꾸는 등 지역거점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같은 지역에 공장을 둔 삼성전기도 생산에 필요한 영상부품용 자재는 충분하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서부항만이 아닌 멕시코로 직접 운송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며 미국으로의 수출을 항공기편으로 이용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또 과테말라, 온두라스 등 중남미에 공장을 둔 국내 섬유업체들은 원단 공급이 어려워 과테말라의 경우 지난 주말부터 공장가동을 30%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태 조기타결 만이 해결책 = 정부와 업계는 이번 사태 종결시까지 운영한다는 방침아래 지난 7일 업종별, 단체별 비상대책반을 꾸려 피행상황을 수시로 체크하고 있다.
또 해양수산부도 사태가 13일까지 종결되지 않을 경우 준설토 투기장, 광양항 항만부지 등에 화물수용공간을 마련하고 파업종결 후에도 부두 운영사에 트레일러 확보를 권고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하지만 피해상황 체크와 함께 운송수단 대체, 우회수송 등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이는 임시방편으로 사태 조기종결 만이 궁극적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산자부 관계자는 "불가항력적 상황이라 뾰족한 대책이 없어 10월 수출입 실적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면서 "노사 합의가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당장은 연방정부의 직권조정 명령에 그나마 희망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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