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10-05 10:45

미 서부항만 폐쇄..수출차질 가시화

(서울=연합뉴스) 류지복기자 = 미국시장으로 들어가는 관문인 미 서부항만이 지난 29일 무기한 직장폐쇄에 돌입, 우리나라 수출업체들의 피해가 가시화되고 있다.
정부와 업계는 미국 정부의 정치적 부담 때문이라도 사태가 조기에 타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직장폐쇄가 장기화되는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 현지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 피해 속출 = 미 서부항만은 우리가 미국으로 수출하는 연간 70만TEU(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의 물량중 63%인 44만TEU를 처리할 만큼 우리 업체들의 의존도가 높은 곳이다.
KOTRA 현지무역관 보고에 따르면 식품업계가 이번 항만 직장폐쇄로 가장 먼저 피해를 입은 것으로 분석됐다. 통관이 늦어질 경우 가격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제품이 많고 유통기한이 정해진 식품류는 폐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최근 판매호조에 따라 딜러마다 재고가 부족한데도 현재 포틀랜드항에 570대의 차량이 묶여있고 오는 10일까지 잇따라 입항할 예정인 3천400대도 정상하역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현대모비스 박종환 과장은 "현대자동차의 부품서비스를 위해 월 1천만달러의 부품을 수출하고 있지만 40여개의 컨테이너가 현지에 묶여있어 약 200만달러의 피해가 발생한 상태"라고 말했다.
LG상사는 지난달 30일 이후 일부 품목에 대해 서부항 선적을 보류하고 동부 쪽으로 우회수송하고 있는 실정이며 코오롱도 바이어의 주문 중단으로 시장상실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동부나 캐나다 밴쿠버항을 통한 우회수송을 심각하게 검토중이다.
이밖에 LG화학도 주요 수출품목이 산업용 완제품, 반제품, 원자재인 관계로 바이어가 항공선적을 요구하고 있지만 고비용 문제로 고심하고 있으며 한국타이어는 9월 중순부터 하역이 중단돼 외항대기나 항해중인 물량이 200FEU(FEU는 4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로 현재 800만달러 가량의 수출이 차질을 빚었다.
◆사태 장기화 여부에 촉각 = 무역협회는 우리나라에서 서부항만을 통해 수출하는 물량이 연간 180억달러 정도임을 고려할 때 하루 5천54만달러의 수출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업체들은 직장폐쇄가 장기화될 경우 수출 차질 뿐만 아니라 운송비용 상승, 원자재 재고바닥에 따른 생산자체의 차질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지난 2일까지 우리나라 한진해운 4척, 현대상선 3척, 부정기선 5척 등의 통관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연료비 등 통관지연에 따른 부대비용도 하루에 1척당 최대 2만5천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무역협회 하주사무국 이우원 팀장은 "사태가 장기화돼 미국 동부항만을 이용할 경우 TEU당 운임이 1천500달러 증가하고 항공편은 배편보다 운임이 4-5배 비싸 대체가 용이하지 못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에어컨 컴프레셔, 반도체 케미컬 등 부품을 서부항만인 오클랜드, 롱비치 등을 통해 수입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경우 현재 재고를 일주일 분만 확보하고 있어 직장 폐쇄가 계속될 경우 재고가 바닥나 생산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와 업계는 미 연방정부가 3일(현지시간) 조정중재위원회를 첫 소집했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나는 등 노사협상이 단기간에 원만히 타결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현지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직장폐쇄 전까지는 하루 단위로 임금을 협상하는 데 이 투데이(day to day) 방식으로 하역작업이 계속됐다"면서 "조정중재위원회가 개입한 만큼 당장은 이러한 방식이라도 재개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조정중재위의 직권조정 명령이 내려지면 군 병력을 포함한 대체인력 투입이 이뤄질 수도 있지만 요건이 까다로워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 "조정중재위원회가 계속되는 만큼 당장은 이를 지켜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운행시기 조정, 운송수단 대체, 인근항만을 통한 수송, 외교적 대응 등 사태장기화에 따른 다각적인 대책도 마련하고 있지만 서부항만 자체의 노사 타결이 조기에 이뤄지지 않을 경우 수출업계의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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