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1-22 17:42
‘2002’라는 숫자와 ‘January'라는 글자가 나란히 콱 박힌 달력을 보니 작년 이맘때쯤이 생각이 났다. 침대에 누워 벽에 걸린 새로 산 양복을 보며, “학교”를 떠나 “사회”로 나간다는 사실이 실감이 안나 묘한 기분에 휩싸이기도 했고, 자신감과 두려움, 희망과 아쉬움, 후회 등 만감이 교차했던 것 같다.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해서인가? 원래 신년 계획을 세우고 하는 일에 취미가 없던 내가 참 많은 계획을 세우기도 했었다. 자세한 내용은 생각나지 않지만 회사생활과 경력관리, 가족, 친구와 선후배, 개인생활 등에 대해 노트 5장 정도의 분량으로 인생설계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1월 초, C화장품 회사 홍보팀에 입사해 신입사원 교육을 받을 때도, 한달만에 현대상선으로 회사를 옮겨올 때도 어디에서건 열심히 사는 사람이 되겠다던 신년초의 결심과 계획을 마음속에 두고 있었다. 무슨 일을 하게 되건, 무엇을 배우게 되건 뭐든지 새로운 것이었고, 중요한 것이었다. 홍보실에 발령받은지 2주쯤 지나서인가? 처음으로 선배로부터 복사업무를 넘겨받고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온 정성을 다해서 한 장 한 장 복사했던 것이 생각이 난다. 지금은, 하기 싫고 귀찮으면서도 손에 익어 아무 생각없이 하는 일이지만 말이다. 다른 일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처음 무슨 일인가를 할때는 새롭고 조심스러운 마음에 정성을 들이고 하찮은 일이라도 열의를 다하지만 익숙해지면 아무런 생각이나 노력없이 기계적으로 일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항상 신입사원처럼 긍정적인 자세와 열의를 가지고 있다면 재미없는 일이 뭐가 있고, 안될 일이 어디 있을까? 신입사원의 겸손함과 창의적인 자세를 잃지 않는다면 배울 것 없는 일이나, 개선되어야할 여지를 가지지 않는 일이 얼마나 될 것인가?
아직 입사한지 1년도 채우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신입사원”때의 마음가짐을 너무 잊어버린채 살았던 것 같다. 마치 5장이나 되었던 거창한 신년 계획조차 기억해내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아무런 발전도 즐거움도 없이 1년을 허비해버렸다면 좀 심한 말일까? 올해는 작년처럼 거창한 계획은 세우지 않을 생각이다.
“신입사원이 되자!”
2002년에는 신입사원때의 적극적인 마음가짐으로. 처음으로 복사기를 맡게 되었을 때의 ‘두근거림’으로 살아보고자 한다. 2003년 새 달력을 걸때에는 “정말 보람차고 즐거운 2002년이었다!”라고 말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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