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9-28 09:50

물류동향/TSR·TKR vs 해상운송

TSR~TKR루트, 對해상수송 물류비 경쟁력이 관건
북한의 재원 조달력도 미흡하다는 지적도 제기

물류비 절감을 위해서 수송수단의 다양화는 과학의 발전과 그 궤를 같이 해 왔다. 하지만 그 과학의 발전으로도 길을 뚫을수 없는 것이 생각의 다름이었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세계는 급변하고 그 변화의 한 과정에서 우리나라와 북한을 통과하는 철도마저도 이제는 가능하게 된 지금, 그 철도는 “경제”라고 홍보되고 있다. 그렇다면 그 철도가 진정으로 경제성을 갖게 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이번호 물류와 경영에서는 LG경제 연구소의 발표자료를 통해 TKR과 TSR의 그 전망과 과제를 조망해 보기로 한다.

남·북·러 철도 연결 전망과 과제

남·북·러 철도 연결은 정치적·재정적·기술적으로 많은 난제들을 안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그 경제적 의의가 매우 크다. 보다 긍정적인 관점에서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문제들을 풀어나갈 필요가 있다.
지난 8월 4일의 북·러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한반도 남북과 러시아, 유럽을 연결하는 철도수송로 창설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기로 합의했다. 이어 8월 14일에는 북한과 러시아 철도부가 철도 연결을 위한 협력협정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오랜 기간 논의만 무성했던 한반도 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의 연결사업 추진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 TKR, TSR 연결사업은 어떻게 전개될지, 풀어야 할 과제들은 무엇인지 살펴보기로 한다.

남·북·러 철도 연결과 3국의 입장

현재 TKR과 TSR 연결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러시아이다. 러시아는 TSR 활성화를 통해 시베리아와 극동의 자원을 개발하는 등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데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물론 상당한 금액의 운임수입을 거두어 들인다는 의도도 있다. 한국도 유럽으로의 물류비 절감, 남북 교류협력 확대 등의 효과가 있으므로 TKR, TSR 연결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북한은 그간 철도 현대화, 운임수입 확보 등의 긍정적 효과가 기대됨에도 불구하고 체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해 TKR과 TSR 연결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해왔다. 그러다가 최근 북·러 관계가 진전되면서 양국간에 협의가 보다 구체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의 움직임을 보면 북한이 남·북·러 철도 연결에 종전보다 관심이 높아진 듯 하나 철도 연결 적극 추진쪽으로 돌아섰는지 여부는 미지수이다. 남·북·러 철도 연결 그 자체의 성사여부는 북한의 개방의 폭 확대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TKR·TSR과 해상운송의 경쟁력 비교

다만 남·북·러 철도 연결사업은 연결 그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경제적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경쟁력이 확보되어야 한다.
언뜻 보면 철도가 해운보다 수송거리가 훨씬 짧으니까 유리할 것처럼 보인다. 예컨대 부산-로테르담의 경우, 해상운송거리는 1만 9,800km이지만 TSR을 이용하면 1만 2,200km로 무려 7,600km나 짧다. 그래서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TKR·TSR을 이용한 한국-유럽간 철도운송과 한국-유럽간 해상운송의 경쟁력을 비교해 보자. 다만 이 구간의 철도수송은 아직 현실화되지 않았으므로 추정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부산에서 보스토치니(러시아)까지의 해상운송과 보스토치니에서 모스크바까지의 TSR이용을 결합한 노선은 운송시간이 20~25일이며 운임은 TEU (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당 2,100~2,200달러이다. 이 가운데 부산-보스토치니간 해상운송 및 보스토치니에서의 환적에 소요되는 기간은 5~7일 정도이다. 부산-보스토치니간 운임은 1,100 ~1,200달러이다.
TKR 운송시간의 추정은 쉽지 않다. 다만 북한 철도의 속도가 느리다는 것과 남북의 군사분계선 및 북러 국경에서 통관이 필요하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또 남북한은 표준궤(1,435mm)를 쓰지만 러시아는 광궤(1,520mm)를 사용하며 이에 따라 국경에서 화물의 환적이 필요하다는 것까지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2~5일은 소요될 전망이다. 운임은 예상하기가 더 어렵다. 현재 부산-보스토치니 철도거리가 부산-부곡(수도권의 화물운송기지)간 거리의 2배 이상이 된다는 점을 감안해 400~500달러로 가정한다.
이제는 부산-보스토치니-모스크바 노선의 운송시간과 운임에서 부산-보스토치니간 해상운송 시간과 운임을 빼고 같은 구간의 철도 운송의 그것을 더해 보자. 그러면 TKR·TSR을 이용한 부산-모스크바는 운송시간이 15~23일, 운임은 1,400~ 1,500달러가 될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한편 현재 부산-서유럽항구(로테르담, 함부르크 등)의 해상운송은 24~26일이 소요되며 운임은 1,000~1,200달러이다.
유럽의 어느 지역으로 가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서유럽의 경우, 운송시간은 단축될 수 있으나 운임의 면에서 경쟁력을 가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베를린의 경우, 부산-로테르담 해상운송과 로테르담-베를린 육상운송을 결합하면 1,300~1,400 달러가 소요된다.
그런데 TKR·TSR은 부산-모스크바만 해도 이 금액과 같거나 이 금액을 넘어선다.
다만 화물수송의 출발을 수도권으로 하면 사정은 조금 달라진다. 해상운송의 운임은 부곡-부산 운임(200 ~250달러)만큼 비싸지고 TKR·TSR 운임은 그만큼 싸진다. 그러므로 수도권-유럽노선도 지역에 따라서는 TKR·TSR이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도 있게 된다.

TSR의 경쟁력 많이 떨어진 상태

TSR은 현재 동북아-중앙아시아, 러시아 노선에 대해서는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나 동북아-유럽 노선에 대해서는 경쟁력이 많이 약화된 상태이다. 한국의 TSR 이용은 90년대초까지는 유럽행 화물이 많았으나 90년대 중반 이후 유럽행은 거의 중단되었다. 일본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특히 일본은 TSR 이용실적이 91년에 8만 1,566TEU이었으나 97년에는 1만 4,721TEU로 이 기간동안에 연평균 24.8%씩 감소했다.
무엇보다도 해상운송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졌다. 동북아-유럽 해상항로에서는 80년대 전반기에 2,000TEU급의 컨테이너 선박이 운행되었으나 최근에는 5,000~6,000TEU급의 선박이 운행되고 있다. 즉 선박의 대형화가 크게 진전되면서 규모의 경제성이 발휘되어 운임이 인하되었다.
반면 TSR의 경우 1회 운행시 컨테이너 적재량이 100~150TEU에 불과하다. 이는 10년 전과 별 차이가 없다. 사실 철도는 대형화를 통해 규모의 경제성을 확보하는데 명백한 한계가 있다.
또 비가격 경쟁력의 면에서도 TSR은 해상운송에 뒤지는 실정이다.
해상운송은 화물수송의 정시성, 안정성 등이 보장되지만 TSR은 그렇지 못하다. 철도시설의 노후화, 화차 및 컨테이너 부족, 화물의 도난 및 분실사고 빈발, 화물 위치 추적 불가능, 복잡한 통관절차 등이 그 원인이다.
다만 극히 최근 TSR의 비가격 경쟁력은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건설교통부는 지난해 12월 TRS의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종전보다 시설과 운영시스템이 나아져 화물수송의 정시성, 안정성의 면에서 어느 정도 진전을 보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 같은 점은 복합운송업체들도 인정하고 있다. 다만 이들은 아직까지 TSR의 서비스는 해상운송보다는 뒤진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북한의 열악한 철도 사정을 감안해야

앞에서 본 TKR·TSR과 해상운송의 경쟁력 비교는 북한 철도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북한의 철도사정까지 고려에 넣어야 보다 현실적인 논의가 가능해진다.
우선 북한의 철도는 매우 노후화되어 있다는 사실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북한 철도의 70%는 일제 시대에 건설된 것이다. 게다가 철도의 개보수, 정비가 제대로 되지 않아 운행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며 열차는 평균적으로 시속 30km 정도의 속력밖에 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북한의 철도는 대부분 전기로 움직인다. 1998년 말 현재 북한 철도의 79.3%가 전철화되어 있다. 같은 기간 한국의 전철화 비율이 21.2%에 불과한 사실을 감안한다면 북한의 전철화율이 얼마나 높은 수준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전력이 모자라면 열차가 제때 다니지 못할 수 있고 실제로 현재 북한의 사정이 그러하다.
더욱이 북한 철도는 현재의 시설로는 수송능력에 한계가 있다.
1998년 말 현재 북한의 철도 총연장 가운데 97.0%가 단선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열차 운행 빈도가 높아질수록 중간역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많아져 전체 열차 운행은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북한은 수송수단 가운데 철도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북한은 여객수송의 약 60%, 화물 수송의 약 90%를 철도가 맡고 있다.
사실 현재의 철도 시설과 전력사정으로는 북한 내 화물수송 수요도 소화하기에 벅찬 실정이다. 특히 경제활동이 극도로 위축되어 있는 최근에도 평양-사리원 같은 일부 구간은 수송량이 수송능력의 100%에 달해 있을 정도이다.

재원조달의 문제도 관건

그렇다면 한국이나 일본의 화물을 북한을 거쳐 러시아·유럽으로 원활히 수송하기 위해서는 북한측 구간을 대대적으로 보수하거나 아예 복선화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런데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이 결코 만만치 않다.
TKR과 TSR의 연결은 경의선, 평나선(평양-나진) 등을 이용해 러시아로 연결하거나 경의선, 청년이천선(황해도 평산-강원도 세포), 평나선 등을 이용해 러시아로 이어지는 두가지 노선이 가능하다. 경의선을 이용하지 않고 아예 경원선을 이용, 평나선과 연결하는 노선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들 노선의 현대화 및 복선화에 필요한 돈이 어느 정도일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지난해 경의선(서울-신의주) 복원사업의 단계별 추진계획을 수립하면서 경의선 북측구간의 복선 전철화 비용을 6조 5천억원 정도로 추산했다. TKR과 TSR의 연결 노선은 경의선보다 훨씬 길고 산악지대도 많으므로 이보다 더 많은 돈이 필요하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또 재원조달에 있어서 북한의 철도 개보수, 시설 확충은 전력 사정의 개선과 동시에 추진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다.
결국 이런 막대한 재원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마련할 것인가 하는 과제가 대두된다. 이를 둘러싸고 여러 구상들이 흘러나오고 있지만 이렇다 할 방안은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러시아가 북한의 철도 현대화를 지원할 가능성은 꽤 높다. 하지만 대규모 지원은 힘들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 어느 정도가 될지, 언제 가능할지 모르지만 한국의 지원도 논의되고 있다. 여기에서는 여론의 향방이 큰 변수이다. 국제금융기구를 통한 자금마련도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북미관계의 개선이 전제되어야 한다.
남·북·러 철도 연결의 의의

TKR·TSR 연결이 제대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시간이 꽤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넘어야 할 산도 많다. TSR의 효율성 제고와 같이 러시아측이 풀어야 할 과제도 있지만 막대한 투자 재원의 조달, 북한의 개방 폭 확대, 북미관계의 개선 등 남·북·러, 심지어 미·일까지 포함한 여러 나라들이 협력해서 풀 수밖에 없는 과제도 많다.
기본적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중단기적인 의미를 평가절하할 필요는 없다. TKR·TSR이 연결되면 한국-유럽의 일부 구간은 가격경쟁력을 갖출 가능성도 있다. 물론 비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린다. 아울러 러시아, 중앙아시아 등지로의 운행은 TKR·TSR의 가격 경쟁력이 더욱 강화되고 일반 기업 입장에서는 물류비 절감 효과가 적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한반도의 장래라는 관점에서 본 TKR·TSR 연결의 의의이다.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없지는 않지만 언젠가는 남과 북이 합쳐질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그렇다면 남과 북의 경제적 격차를 좁히는 일이 시급한 과제이고 이를 위해 북한의 철도 현대화는 좋은 방안의 하나가 될 수 있다.
철도가 경제성장에 얼마나 기여하는지에 대해서는 새삼 이야기할 필요도 없다. 게다가 철도는 말 그대로 사회간접 ‘자본’이다. 한반도의 재산으로 남는다. 또 한국이 북한의 철도 현대화에 돈을 내는 것은 ‘지원’이 아니라 ‘투자’이다. 더욱이 통일 이후 들어갈 막대한 자금을 미리 조금씩 나누어 내는, 이른바 통일비용 분산 효과도 있다. 보다 긍정적인 관점에서 인내를 가지고 차근차근 문제들을 풀어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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