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자에 이어>
다) 한편 원고는, 이 사건 사고로부터 1년 이내에 보험자대위에 기한 이 사건 소를 제기했으므로, 위 손해배상채권은 시효중단이 됐고, 따라서 원고가 위 손해배상채권을 양수했음을 이유로 양수금청구를 선택적으로 추가한 것이 단기소멸시효 기간인 1년 경과 후에 이루어진 것이라 하더라도 적법하다는 취지로 재항변한다.
재판상의 청구가 시효중단의 사유가 되려면 그 청구가 채권자 또는 그 채권을 행사할 권능을 가진 자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대법원 1963년 11월28일 선고 63다654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채권자가 동일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복수의 채권을 가지고 있는 경우 채권자로서는 그 선택에 따라 권리를 행사할 수 있으나, 그 중 어느 하나의 청구를 한 것만으로는 다른 채권 그 자체를 행사한 것으로 볼 수는 없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른 채권에 대한 소멸시효 중단의 효력은 없다(대법원 2002년 6월14일 선고 2002다11441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살피건대, 앞서 인정한 사실 및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원고는 이 사건 사고 이후 E사에게 보험금 1,191,372,719원을 지급하고, 사고발생일부터 1년이 지나기 전인 2008년 4월28일 이 사건 사고로 인해 E사가 피고에 대해 가지는 이 사건 물류서비스공급계약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을 E사의 보험자로서 대위 행사한다는 취지로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점, ② 그런데 사실은 E사는 원고와의 보험계약상 피보험자가 아니었던 점, ③ 그 후 원고는 2010년 4월경 E사로부터 E사에게 지급한 보험금 상당의 손해배상채권을 양수한 후 2010년 6월9일 피고에 대한 양수금청구를 청구원인으로 추가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E사가 원고와의 보험계약상 피보험자가 아닌 이상 원고가 E사에게 보험금을 지급했더라도 보험자로서 E사의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 행사할 수 없으므로, 원고가 당초 보험자대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한 것은 이를 청구할 아무런 권리나 권능이 없는 자의 권리행사에 불과해 이로써 E사의 손해배상채권이 행사됐다고 할 수 없고, 보험자대위청구와 채권양수금청구가 동일한 소송물이라고 볼 수도 없으므로, 원고가 피고에 대해 보험자대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했더라도 이로써 원고가 E사로부터 양수한 손해배상채권의 소멸시효가 중단될 수는 없다.
라) 결국 소멸시효의 완성을 다투는 원고의 주장 내지 재항변은 모두 받아들일 수 없고, E사의 피고에 대한 채무불이행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채권은 원고가 제1차 환송전 당심에서 이를 양수받았음을 이유로 양수금청구를 하기 이전에 이미 그 소멸시효가 완성됐다.
3) 소결론
따라서 원고가 E사로부터 피고에 대한 채무불이행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 채권을 양수받았음을 전제로 한 양수금청구는, 위 손해배상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된 이상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
다.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채권에 관한 양수금청구
1) 당사자들의 주장 요지
원고는 E사로부터 양수한 채권에는 공작물책임 또는 사용자책임에 기한 손해배상채권(이하 편의상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채권’이라고 부른다)도 포함돼 있고, 원고가 그 소멸시효 기산일로부터 3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2010년 6월9일자 준비서면을 통해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채권에 관한 양수금청구를 한 이상, 그 소멸시효가 중단됐다고 주장한다.
피고는, E사의 피고에 대한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채권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하는 한편, 설령 위와 같은 손해배상채권이 성립한다고 하더라도, 그 소멸시효 기산일로부터 3년이 경과한 제2차 환송후 당심에 이르러서야 위와 같은 양수금청구를 했으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취지로 항변한다.
2) 판단
가) 갑 제4, 6호증, 을 제10호증, 제1심 증인 A, B, 제1차 환송전 당심 증인 C의 각 증언을 모두 모아 보더라도, 이 사건 사고가 피고가 소유하거나 점유하고 있던 이 사건 냉장설비의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로 발생했다거나, 피고 직원의 고의 또는 과실로 발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채무불이행 책임과 달리 이 부분 증명책임은 원고에게 있다)<각주12>.
나) 또한 설령 피고가 이 사건 냉장시설이 설치된 C창고의 점유자 내지 소유자로서 E사에 대한 공작물책임이 인정되거나, 피고 직원이 고의 또는 과실로 그 온도 조절을 잘못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E사가 피고로부터 이 사건 진단시약을 보관하던 냉장창고의 온도가 영하로 떨어진 사실을 보고받은 후, 검사를 거쳐 위 진단시약의 판매, 사용이 불가능한 상태로 판명됨에 따라 원고로부터 보험금을 지급받은 2007년 11월22일경(아무리 늦어도 원고가 피고에 대해 이 사건 소를 제기한 2008년 4월28일경)에는,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알았다고 보아야 하는데<각주13>, 원고는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14년 9월1일자 준비서면에서야 공작물책임에 기한 손해배상채권을 양수받았음을 전제로 한 양수금청구를 했고, 2014년 9월5일자 준비서면에서 사용자책임에 기한 손해배상채권을 양수받았음을 전제로 한 양수금청구를 순차적으로 추가한 이상, 그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할 것이다.
각주
12) 오히려 갑 제4호증(손해사정보고서)에는, 이 사건 사고의 원인에 관하여 "온도유지상의 문제가 발견됨에 따라 E사는 C창고에게 냉동설비에 대한 점검을 하도록 하였으나, 냉동설비 자체만이 아니라 그 운영에 있어서 어떠한 문제점도 확인되지 않음에 따라 어떠한 수리도 하지 않고 동 냉동설비를 재가동한 결과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됨", "동 냉동설비는 사고 후 현재까지도 이상 없이 작동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조사나 분석을 하더라도 정확한 원인규명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는 상황임"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13)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민법 제766조 제1항 소정의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이라 함은 손해의 발생 사실과 가해자를 알아야 할 뿐만 아니라, 그 가해행위가 불법행위로서 이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을 안 때라고 할 것이고, 이 경우 손해의 발생 사실을 알았다고 하기 위해서는 손해의 액수나 정도를 구체적으로 알았다고 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하더라도 손해를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인식하여야 한다(대법원 1997. 2. 14. 선고 96다36159 판결, 대법원 1998. 12. 11. 선고 96다15176 판결 등 참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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