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오면서 HMM 신임 사장 인선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HMM은 지난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2년의 임기를 마친 김경배 사장의 연임을 의결했다. 이 결정으로 김 사장의 임기는 올해 3월 말 열리는 주총까지 1년 연장됐다.
HMM은 채권은행 관리 체제로 전환한 뒤 지금까지 3명의 사장을 배출했다. 유창근 사장과 배재훈 사장, 김경배 사장이다. 유창근 사장을 제외하고 모두 외부에서 발탁된 인사들이다.
배재훈 사장은 LG그룹 출신이고 김경배 사장은 현대자동차그룹에서 이력을 쌓았다. 둘 다 굴지의 화주기업이자 물류사인 판토스와 현대글로비스를 성공적으로 경영한 경력을 인정받아 국내 대표 해운기업의 수장직에 올랐다.
이들 3명의 CEO는 나란히 HMM을 3년간 이끌며 오랜 기간 경영난에 신음하던 회사를 재건하고 안정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창근 사장과 배재훈 사장은 HMM의 디얼라이언스 가입을 성사시키고 세계 최대 선형인 2만4000TEU급 선박 신조를 주도했다. 코로나 사태발 초호황기인 2022년부터 지휘봉을 잡은 김경배 사장은 국제 사회의 환경 규제에 대응해 HMM의 새로운 비전과 목표를 설정한 공로가 크다.
이들의 노력으로 HMM은 100만TEU에 육박하는 컨테이너선단을 보유한 세계 8대 해운사로 도약할 수 있었다.
이런 가운데 새 시대에 직면한 HMM을 이끌 수장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관련 업계에선 글로벌 해운기업의 새로운 미래를 설계할 해운 전문가를 사령탑으로 발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세계 컨테이너선업계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8년간 이어져 온 질서가 무너지고 올해부터 3대 얼라이언스와 1대 독립 선사가 경쟁하는 체제가 출범했다.
HMM과 한솥밥을 먹던 세계 5위 선사 하파크로이트가 세계 2위 머스크와 손잡고 제미니를 결성했고 HMM은 이에 맞서 기존 멤버인 일본 ONE, 대만 양밍과 프리미어얼라이언스란 브랜드를 새롭게 선포했다. 그런가 하면 머스크와 동고동락했던 세계 1위 MSC는 얼라이언스 체제에서 빠져 나와 독립 선사로서 여정을 시작했다. 제미니가 아시아-유럽 간 뱃길에서 부산항 취항 중단을 선언하는 등 새로운 변화는 국내 항만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듯 컨테이너선 시장은 MSC 같은 초일류 기업이 아닌 한 얼라이언스에 가입하지 않고선 살아남기 힘든 환경이 됐다. 아울러 하파크로이트가 디얼라이언스를 일방적으로 탈퇴해 머스크와 손잡은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선사 간 협약은 더 이상 구성원의 이탈을 막는 강제력을 담보하지 못한다.
구성원들이 서로 필요한 부분을 충족해 줄 수 있을 때 동맹은 유지되고 동맹이 유지될 때 거기에 소속된 선사들은 이를 보호막으로 삼아 생존과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얼라이언스 체제에 소속돼 성장의 동력을 확보하려면 국제 비즈니스 감각과 인적 네트워크를 갖춘 리더가 해운사를 이끌어야 하는 건 자명한 이치다.
뿐만 아니라 컨테이너선 시장 재부흥의 배경이 됐던 홍해 사태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해소될 것으로 보여 거친 파고를 헤쳐 나갈 새로운 전략 수립이 그 어느 때보다 긴요한 상황이다. 국제사회의 환경 규제에 맞춰 탈탄소 선박 개발과 회사 체질 개선에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
HMM은 소속 임직원과 민관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지난한 불황과 백척간두의 위기를 극복하고 해외 거대 해운사와 당당히 겨룰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했다. 그 경쟁력을 밑거름으로 삼아 앞으로는 초일류 해운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새로운 청사진을 그려 나가야 한다. 그에 걸맞은 전문성과 능력을 갖춘 리더십을 발탁해야 한다는 주장에 이견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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