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5-09 17:20
(서울=연합뉴스) 이광철기자= 유럽연합(EU)의 국내 조선업계에 대한 WTO 제소가 임박하면서 대응책 마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조선업체들은 일단 EU의 제소 방침이 우리나라 조선 산업과 관련됐다기보다 유럽 조선산업의 내부 갈등이 불거저 나오면서 불똥이 우리나라로 튀었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조선업계는 정부 차원의 협상을 촉구하는 한편, 최악의 경우 맞제소까지 불사한다는 판단 아래 법률 자문을 구하는 등 다각적인 대응방안을 모색 중이다.
삼성중공업 고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 등 국내 대표 조선사들은 EU가 주장하는 정부 보조금과 아무 연관이 없지만 EU가 국내 조선업체들을 제소하면 적극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조선업체들은 그 동안 EU가 유럽 조선업체들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해왔다는 충분한 증거를 갖고 있으며 국제 변호사 선임 등 맞제소에 대비한 구체적인 작업을 정부측과 함께 진행중"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조선업체들은 EU가 결국 WTO에 제소하더라도 최종 결론이 내려질 때까지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 불이익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차라리 지루한 발목잡기보다 제소를 하는 게 오히려 낫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며 "일차적으로 협상을 통해 타결점을 찾는 게 원칙이지만 맞제소까지 가도 손해볼 것은 없다"고 말했다.
유럽 조선업계가 우리나라 조선산업을 WTO까지 끌고 가는 데 대해서는 정부로부터 다시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하고, 그렇지 못하더라도 WTO 제소를 앞세워 우리나라로부터 어느 정도 양보를 받아낼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유럽연합과의 조선 분쟁은 지난 93년으로 거슬로 올라가는 해묵은 사안이다. 당시 유럽공동체(EC)는 한국 조선업계의 설비 확장과 저가 수주가 포화상태인 세계 조선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비판했었다.
지난 98년에는 한국 조선업계의 저선가 문제를 거론하며 덤핑 문제를 본격 거론하기 시작했다.
또 지난 98년 유럽 조선업계에 대한 9%의 운영 보조금 폐지방안이 EU 차원에서 논의되자 유럽 조선업계는 조선산업의 존망이 위태롭다는 논리로 반발했다.
당시 우리나라 조선업계는 대우조선 등 경영난을 겪고 있는 조선업체들이 산업은행으로부터 회사채 인수, 이자 면제 등의 조치를 받는 상황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EU의 제소 방침은 보조금 연장을 위한 유럽 조선업계의 압력"이라며 "맞제소까지 가더라도 불리할 것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편 정부는 적절한 타협점을 찾기 위해 협상을 준비 중이면서도 최근 조선공업협회, 조선업체 임원들을 소집해 맞제소에 대비한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조선업종은 WTO에서 한번도 다뤄진적이 없는 특수 업종인데다 지금 시점에서 다른 분야로까지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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