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이 탄소 포집 장치(OCCS) 설치를 현존 선박의 온실가스 배출 규제 대책으로 추진한다.
HMM 김민강 상무(해사실장)는 지난달 18일 한국해사포럼이 주최한 친환경 해운 전환 세미나에서 “LNG나 메탄올 등의 이중연료 엔진을 단 신조선이 4~5년 후 시장에 다 나오더라도 (탄소 저감 설계를 하지 않은) 현존선은 여전히 60~70%에 이르는데 이들 선박을 어떻게 할 것이냐가 굉장히 큰 문제”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김 상무는 “배를 잘라서 연료를 바꾸는 개조 작업은 잔존 기간 등의 투자 규모를 생각할 때 현실적이지 않다”며 탄소 포집 장치가 현존선을 위한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OCCS는 선박이 운항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CO₂)를 포집해 액상으로 저장하는 온실가스 저감 시스템이다.
HMM은 지난 7월 국내 최초로 실제 선박을 대상으로 한 실증 시험에 돌입했다. 중국과 방글라데시 싱가포르를 순회하는 2200TEU급 컨테이너선 <에이치엠엠몽글라>(HMM MONGLA)호에 삼성중공업 파나시아 한국선급과 공동 개발한 OCCS가 설치됐다.
김민강 상무는 “이론상으로 탄소 포집 장치가 CO₂ 100%를 포집할 수 있지만 포집 과정에서 에너지를 추가로 소모하기 때문에 현재는 60~70%를 포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포집한 탄소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상용화의 마지막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상무는 포집한 탄소 처리 방법으로 지하 매장과 조선소 이산화탄소 용접에 활용하는 방식 등이 있다고 소개했다. 원유나 천연가스 광물 자원을 뽑아낸 지하에 CO₂를 매장하는 방법은 현재 가장 많이 연구되는 대책이다. 하지만 CO₂를 지하 매장지까지 운송할 수 있는 수단이 여의치 않다는 게 단점이다.
김 상무는 HMM 등의 해운기업들은 차선책으로 조선소와 협정을 맺고 용접용으로 포집한 탄소를 제공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음료를 만들 때 들어가는 탄산에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넣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면서도 “포집한 탄소를 정화해서 고순도의 탄산을 생산할 수 있느냐가 숙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상무는 팬오션이나 일본 MOL, 노르웨이 왈레니우스윌헬름센 등의 국내외 선사들이 최근 설치하는 로터세일(원통돛) 등의 돛 모양 풍력 추진 장치를 두고 “풍력을 받아서 출력으로 변환하는 설비가 컨테이너선이나 탱크선에는 적합하지 않다”며 축발전기 같은 별도의 에너지 저감 설비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2040년까지 LNG가 주류 대체연료 될듯
이날 발표자로 나선 안광헌 HD한국조선해양 사장은 2040년까지 선박 대체 연료로 LNG(액화천연가스)가 주도적으로 이용되다 이후 e연료나 바이오연료 형태의 메탄올과 암모니아가 경합을 벌일 것으로 내다봤다. 장기적으로 수소까지 대체 연료로 채택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e연료는 재생 에너지로 물을 전기 분해해 생산한 그린수소와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합성해 만드는 탄화수소 계열 연료를 말한다.
안 사장은 “선박 추진 기술이 가장 안정적이라고 평가받는 메탄올은 포집된 탄소를 사용해 생산된 것만 탄소중립 연료로 인정되기 때문에 생산량 확대에 어려움이 있다”며 “결국 연료 생산량을 얼마나 끌어 올리느냐가 메탄올이 대체 연료로 성장할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친환경 지원사업을 발표한 한국해양진흥공사 김형준 사업전략본부장은 “2021년부터 국적선사가 친환경 선박을 확보할 때 가격 기준 총 15억달러(약 2조700억원)를 지원하는 신조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해진공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자산관리공사(캠코)에서 후순위로 참여하는 이 사업의 지원 규모를 수요에 따라 최대 30억달러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금융 구조는 선사 자담 10%, 선순위 민간금융 40~60%, 후순위 정책금융 30~50% 수준이다.
공사는 또 산업은행과 국적선사의 친환경 선박 도입에 6억달러(약 8300억원)를 지원하는 그린오션펀드도 운영 중이다. 다만 사업 지원 대상에서 중고선과 컨테이너선은 제외된다. 공사 단독으로 신용등급 BBB 이상의 중소중견 국적선사가 3등급 이상의 친환경 선박을 짓거나 친환경 설비를 장착할 경우 2500억원을 지원하는 위기대응펀드도 운영 중이다.
김 본부장은 이와 별도로 정부 위탁 사업으로 ▲저탄소 친환경 선박을 건조하는 외항화물운송 사업자에게 친환경 등급에 따라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글로벌 저탄소선박 정책지원 프로그램 ▲선사가 선박평형수처리장치(BWMS)나 탈황장치(스크러버) 육상전원공급장치(AMP) 에너지절감장치(ESD) 등의 친환경 설비를 도입할 때 공사가 대출 자금을 특별 보증하고 정부가 대출 이자 2%까지 보전하는 친환경 설비 개량 특별보증 사업을 제공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밖에 공사는 투자 보증을 제공한 선박이 다양한 환경 규제 솔루션을 제공받으면 서비스 비용을 지원하는 바우처 지원사업도 벌이고 있다. 협약기업 솔루션 비용의 50%, 척당 최대 1000만원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탄소집약도지수(CII) 등급 모니터링이나 탄소 배출량 계산, 환경사회투명경영(ESG) 보고서 컨설팅 등의 서비스 비용이 지원된다.
김 본부장은 “신조펀드나 그린오션펀드 위기대응펀드 정부보조금 등 5.5조원 규모의 금융 안전망이 마련돼 있지만 기대만큼 소진이 활발하지 않다”며 “친환경 연료 등의 불확실성 때문에 중소형 선사로 갈수록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중소선사 주력 선종 짓는 국내 조선소 없어
토론자들은 친환경 해운 전환에 정부가 대대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우양상선 강선원 부사장은 “국내 조선소에선 중소 선사들의 주력 선종인 중소형 벌크선이나 탱크선을 짓는 곳이 없다”며 “국내 중견 조선소가 친환경 선박을 지을 수 있도록 육성하지 않으면 2030~2040년엔 중소 해운사들이 중국 조선소에서 수많은 친환경 선박을 발주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HJ중공업 차종률 상무는 지난해 해양진흥공사가 국적 컨테이너선사의 중소 선박 도입을 지원하려고 700~1000TEU급 선박 10척을 짓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가 가격 문제로 무산된 사례를 들면서 “중소선사가 친환경 선박을 건조할 때 지원하는 정책이 마련돼야 중소 조선소도 살고 중소 선사도 살 것”이라고 친환경 전환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한국산업은행 장세호 신용평가전문위원도 “친환경 선박 전환은 지구 환경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기에 조선소나 해운사가 아닌 정부가 비용을 부담하는 게 기본 전제가 돼야 한다”고 정부의 강력한 개입을 촉구했다.
한국선급 송강현 친환경선박해양연구소장은 “내년 봄쯤엔 규제의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때문에 선사들이 CAPEX(자본비용)나 OPEX(운영비용) 등을 면밀히 따져 친환경 전환의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해양수산부 이시원 해운물류국장은 “중소선사의 ESG 경영을 집중 지원하기 위해 친환경 선박 도입 시 좀 더 좋은 조건으로 금융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지원 프로그램 규모를 2배로 확대하고 선박 LTV(담보 인정 비율) 상향, 거치 기간 부여 등의 지원 조건을 대폭 개선했다”고 정부 지원책을 소개했다.
아울러 “정부는 1조원 규모의 친환경 선박 연료 인프라 펀드를 조성해서 앞으로 가시화되는 인프라 투자 수요에 대응하고 친환경 벙커링(연료공급) 선박 신조 시에도 선가의 최대 30%까지 지원할 예정”이라며 “LNG부터 그린메탄올 암모니아 수소까지 향후 필요한 친환경 선박 연료 공급망을 조속히 구축해서 우리 선사의 친환경 선박 도입을 적극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구상을 밝혔다.
이 국장은 “머스크 MSC 등 글로벌 선사들은 이러한 국제 환경 규제에 대응해서 선제적으로 친환경 선대 전환을 추진하고 있고 그 속도를 높여가고 있다”며 “우리 국적 선사가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고 한 걸음 더 도약하려면 무엇보다도 속도감 있는 친환경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당부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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