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서안 철도 노사간 교섭이 계속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캐나다 연방정부의 요청에 따라 노조 측이 예고했던 파업 시기가 늦춰지고 있다.
캐나다 철도노조인 팀스터즈캐나다(TCRC)는 지난달 캐나다 정부의 요청으로 캐나다노사관계위원회(CIRB)가 철도 파업에 따른 국가안전영향평가가 마무리될 때까지 파업 일정을 연기한 걸로 파악됐다.
CIRB는 사측인 캐나다국영철도(CN)와 캐나다퍼시픽캔자스시티(CPKC)에 지난달 22일까지, 노조는 31일까지 의견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다만 CIRB는 노조 측의 답변 제출 기한을 오는 6월14일까지 미뤘다. 현재로선 연장된 의견 제출 마감일 이후 CIRB가 결정을 내리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는 불분명한 걸로 알려졌다.
CIRB의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파업은 계속 보류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의 선례에 미뤄 당사자들이 7월 중순 또는 그 이후 이전에 파업을 시행할 가능성은 낮은 걸로 추정된다. CPKC 측은 “향후 60일 이내에 파업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낮아 여름 기간까지 일정이 미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노조가 파업을 실시할 경우 적어도 72시간 전에 통보해야 한다.
주요 물류기업들은 7월 이전 파업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높은 재고 수준을 유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덴마크 선사 머스크의 경우 ‘TP1’ 서비스의 네 번째 기항지인 밴쿠버항 대신 시애틀·터코마항으로 노선지 일시 변경을 고려하고 있는 걸로 알려졌다.
한편 CIRB의 국가안전영향평가 시행에 앞서 CN은 지난 5월17일 TCRC에 새로운 계약 조건을 제안하면서 노사 간 교섭을 진전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새로운 협상안엔 2024년와 2025년 임금 인상률을 각각 3% 2.5%로 정하고, 교대 근무시 10시간 이상의 근무에 대한 임금 인상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새로운 제안이 나온지 불과 일주일 만에 TCRC 측은 계약 조건이 불합리적이라는 이유로 거부했다.
앞서 미국해운전문지 저널오브커머스(JOC) 등은 당사자들이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이르면 철도 파업이 현실화돼 대대적인 물류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JOC는 철도 파업이 발생하면 캐나다의 모든 컨테이너 터미널을 오가는 철송 서비스가 중단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주당 약 5만TEU의 수입량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7월엔 캐나다 서안 항만 노동자로 구성된 캐나다국제항만창고노동조합(ILWU)이 약 2주간 파업을 벌여 태평양 북서부 전역에 막대한 물류 차질이 빚어졌다. 파업엔 캐나다 최대 항만인 밴쿠버를 포함한 서부 브리티시 컬럼비아(BC)주 30개 항만에 속한 7400명의 근로자들이 참여했다.
캐나다 입법부 무역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파업으로 캐나다의 국내총생산(GDP)이 거의 10억캐나다달러(CAD·한화 약 9900억원)만큼 하락했으며, 총 100억CAD(약 9조9300억원) 규모의 선적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 홍광의 기자 keho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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