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특송기업인 DHL코리아가 늘어나는 국제특송 수요에 대응하고자 한국 시장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물류 인프라 투자 확대와 서비스 다각화를 통해 글로벌 물류 공급망 네트워크를 강화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DHL은 우리나라 특송시장 내 케파(공급)를 키우고자 물류 설비와 시설의 현대화 등에 적극적인 투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9월엔 시설 확장 공사를 끝낸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규모의 인천 화물터미널 공식 개장했다. 해당 터미널의 총 연면적은 기존보다 3배 늘어난 5만9248㎡ 규모에 이르며, 화물 처리량도 3.5배 이상 증대된 시간당 2만8400개를 소화한다. 서울과 경기 남부권역 서비스센터도 확장·이전했다.
DHL코리아는 올해 새롭게 취임한 한지헌 대표이사를 필두로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고 배송 채널을 확보하고자 BGF네트웍스와 협업해 ‘CU 편의점 해외발송 서비스’를 개시하는 등 다양한 사업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아울러 싱가포르항공과 파트너십을 맺고 신규 화물기 취항 등 항공 네트워크도 강화한다.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로체스터대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이수한 한지헌 신임 대표는 DFI리테일그룹·CJ올리브영·한국노바티스 등 여러 글로벌 기업에서 주요 직책을 역임하며 유통·제약 전문가로 이름을 알려 왔다.
지난 2020년 DHL코리아 커머셜 본부장으로 입사해 본격적인 물류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특히 팬데믹 기간 동안 DHL의 ‘K-방역’ 해외 배송에 혁혁한 공로를 세우며 회사의 기록적인 성장을 견인하는 등 혁신적인 기업 리더이자 물류 역량을 갖춘 핵심 인력으로 입지를 공고히 해나갔다. 한지헌 신임 대표를 만나 사업성과와 향후 계획을 들었다.
Q. 올해부터 DHL코리아 대표이사로 새롭게 취임했다. 소감은?
전 세계를 무대로 물류 사업을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인 DHL의 한국 지사장에 선임돼 기쁘다. 처음엔 1500명이 넘는 우수한 직원들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많았지만, 한편으론 사명감을 가지고 꾸준히 늘어나는 국제특송수요에 대처해 회사의 더 큰 성장을 이끌어 내겠다.
Q. 유통·제약·마케팅 등 경력이 다양하다. 물류 분야에 도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상품 서비스의 완성은 결국 물류라는 걸 느꼈다. 물류란 상품들이 전 세계 각 지역을 수월하게 오갈 수 있도록 하역·보관·운송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며 여러 산업의 동맥 역할을 수행한다. 아시아 주요 기업들에게서 영입 제의를 받던 2019년, 익숙한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일하는 것을 택하기 보다 물류 산업이라는 새로운 시장에 도전하기로 마음을 먹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 중 DHL은 사람에게 영감을 주는 기업, 현장에서 고객이 요구하는 인사이트(통찰력)를 통해 전략적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할 수 있는 기업이라는 점에 매력을 느꼈다. 비전이나 전략, 교육 등 모든 면에 있어 사람에게 초점을 두고 있다. 기업이 직원과 사람을 위하고 이를 기업문화로 만들었다는 점에 눈길이 갔다.
Q. 향후 DHL코리아의 사업 계획은?
올해 DHL코리아의 경영 목표는 이커머스 성장 전략 강화와 차이나 원플러스(China +1) 추세에 발맞춰 더 많은 사업 기회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최근 제조업체들의 탈중국화 현상이 가속화됨에 따라 자국이나 제3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리쇼링’ 추세가 확산되고 있다. 많은 한국 기업들도 중국에서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으로 공장을 이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외국 자본 투자와 개발에 동반되는 물량을 적극 활용하고자 한다. DHL은 본사 차원에서 프로젝트팀을 꾸려 새로운 사업 기회 창출을 도모하고 있다.
이커머스 성장 전략도 중요한 사업 계획 중 하나다. 한국은 다른 국가들과 달리 국내 이커머스 비중이 크고 직구·역직구 물량이 급증하면서 많은 물류기업들이 크로스보더 이커머스(CBEC)를 통한 글로벌 사업을 확장하는 추세다. 실제 국내 이커머스 셀러가 해외로 물품을 판매하는 역직구 시장은 매년 성장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역직구 금액은 전년 대비 6% 증가한 9억1000만달러로 5년 연속 최고 기록을 경신했고, 앞으로도 성장세가 계속될 전망이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으로 대변되는 중국 이커머스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 본격 진출하면서 K-콘텐츠를 필두로 전 세계에서 한국 아이돌의 앨범이나 굿즈를 주문하는 등 해외 소비자가 국내 기업의 제품을 직접 주문하는 사례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DHL코리아는 글로벌 특송사로는 최초로 이커머스 전문팀을 조직해 잠재 고객 발굴, 고객 니즈 파악, 맞춤 솔루션 개발 등의 사업 운영을 해오고 있다.
Q. 최근 DHL을 포함한 국제특송기업들이 한국 시장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은 수출입 물류에 유리한 지리적 입지를 선점하고 있으며, 최근엔 국제특송수요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또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인근 국가들의 물류 산업은 준수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DHL코리아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 시장 내 케파를 키워 향후 10년 동안 고객들의 물량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도록 물류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그 투자 전략의 일환으로 지난해 9월 약 1750억원 규모의 DHL 인천 게이트웨이 확장 공사를 마무리 지었으며, 기존에 노후화된 20개 이상의 서비스 센터들도 확장·이전했다. 라스트마일 배송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이 서비스센터의 물류 처리 능력이다. 수출입 화물의 집하장 역할을 하는 서비스 센터의 역량이 뒷받침돼야 신속하고 안정적인 배송이 가능하다.
또 고객 편의 향상과 접점 강화를 위해 다양한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올해 3월엔 BGF네트웍스와 ‘CU 편의점 해외 발송 서비스 이용’에 대한 업무 제휴를 맺었다. 전국 1만5000여 개 주요 CU 편의점에서 특송 물품 접수 서비스를 론칭하는 등 지속적으로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며 한국 내 서비스를 확대한다. 싱가포르항공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신규 B777 화물기 5대를 취항하는 등 항공 네트워크도 꾸준히 강화하고 있다. 이들 화물기는 총 1224t의 적재량을 처리할 수 있다.
Q. 서울과 경기 남부권역 물류 네트워크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고 들었다.
DHL코리아는 국제특송업체 중 한국에서 가장 많은 35개의 물류 서비스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엔 서울 중심 사업 지구의 늘어나는 특송 수요에 대응하고자 기존의 강북 서비스센터(1842㎡)를 강서(5443㎡)로 확장·이전하며 규모를 약 3배 더 키웠다.
서울 동남권에 위치한 하남 지식산업센터, 성남 산업단지 공단과 분당 판교 테크노벨리 확장에 따른 반도체, 섬유, IT, 의약품 등의 수출입 물량 증가에 대비해 인근 송파서비스센터도 기존 시설 규모보다 약 1.5배 더 확대했다. 지난 2022년엔 의왕 서비스센터를 기존보다 3배 더 확장하는 가운데 평택 서비스센터도 새로 개장하는 등 경기 남부권역의 수출입 물량 지원을 위해 물류 네트워크를 크게 강화했다.
▲지난해 9월 새로 개장한 DHL 인천 화물 터미널 전경 |
Q. 지난해 국내 ‘고그린 플러스’ 서비스를 첫 론칭하는 등 친환경 배송 서비스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고그린 플러스’는 고객이 직접 지속가능한 항공유(SAF) 사용을 선택해 탄소 배출 감축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하는 고객 참여형 지속가능 서비스다. 글로벌 특송사 중 DHL이 최초로 도입한 서비스로, 국내에선 작년 6월 처음 론칭했으며, 현재 약 1700여 고객이 이용하고 있다. SAF는 폐식용유 등 재사용 가능한 자원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생산에서 사용까지의 전 과정에 있어 최대 80%에 이르는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 효과를 가져온다.
Q. DHL코리아의 기업 문화에 대한 호평이 자자하다. 최근엔 GPTW가 뽑은 ‘대한민국에서 일하기 좋은 기업’에 10년 연속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DHL은 직원을 동기부여하고 업계에서 가장 잘 훈련된 인재를 육성하는 노력이 궁극적으로 물류 서비스 품질을 개선시키는 선순환으로 이어진다고 믿는다. 모든 직원이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수평적인 기업 문화를 조성하고자 다양성과 포용성을 인사 정책의 기초로 삼고 있다.
DHL은 직원 중심의 기업 문화 조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타운홀 미팅과 스킵 레벨 런치 등이 DHL 사내 문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시다. 타운홀 미팅은 경영진이 전국 모든 사무소에 찾아가 회사의 현 상황과 각 부서의 이슈에 대해 브리핑하는 자리다. 해당 미팅엔 전 직원들이 참여한다. 이들은 가감 없이 정보를 공유 받으며, 경영진은 현장 직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스킵 레벨 런치는 말 그대로 계급장을 떼고 식사하는 자리를 뜻한다. 회사 대표와 다양한 부서·직급의 직원들이 함께 점심 식사를 하며 서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프로그램이다.
< 홍광의 기자 keho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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