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02 09:04

美 대선결과에 해운정책 출렁인다

개정 외항해운개혁법 등 자국보호 신호탄


오는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해운물류 시장도 판도가 바뀔 거란 예측이 나왔다. 현 정부 체제가 유지되면 외항해운개혁법과 친환경 정책이 강화되고, 공화당이 집권하면 수입 관세를 추가하는 등 자국 보호 법안이 심화될 전망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동향분석 보고서에서 미국이 지난 2022년 시행한 외항해운개혁법(OSRA 2022)을 시작으로 자국 시장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졌다고 내다봤다. 특히 이 법안의 후속조치인 FLOW(Freight Logistics Optimization Work)는 미 교통부가 주관하는 정보공유 시범 사업으로, 향후 폐쇄적 협의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KMI 이성우 한미물류공급망연구 센터장은 이에 대비해 한국 해운물류 기업이 FLOW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공급망 리스크와 미국 정책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대(對)미 수출은 눈에 띄게 약진했다. 연간 수출 비중은 2002년 이후 최대치인 18.3%를 기록했고, 월별로는 지난해 12월 사상 최초로 중국을 추월해 20년 만에 최대 수출국을 기록하기도 했다. 해상 물동량 기준으로는 한중 화물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한미 화물량도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여 중·고가 화물을 중심으로 미국 시장의 중요도가 커지고 있다.

KMI에 따르면, 이런 가운데 오스라2022는 외항선사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팬데믹 시기, 미 서안 물류망 혼잡과 항만 노조 파업 문제 등이 맞물리면서 미국 해상운임은 5~10배 폭등했다. 미 연방해사위원회(FMC)는 해운 얼라이언스의 운임과 항만 추가운임 부가에 대해 조사했고, 당국은 외국 컨테이너선사가 부당 이득을 취해 자국 물가가 급등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2022년 6월 오스라2022를 개정 공표했다.

이 법안 개정은 미국 법 제·개정 가운데 이례적으로 단 10개월 만에 발의부터 발효까지 이뤄진 사례다. KMI 보고서는 미국이 물가 급등으로 불만이 커지자 외부로 전환하려고 정치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평가했다.

미국은 해운산업에 한해 일정한 범위 내에서 독점금지법 적용을 면제하고 정부가 불공정거래 행위를 규제하고 있다. 외항해운개혁법 또한 이에 근거해 개정이 이뤄졌다. 개정법은 미국발 수출화물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고 미국 해운정책 총괄 의결기관인 FMC의 감독 권한을 확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국 주도로 글로벌 공급망을 마련하고 시장을 관리하겠다는 구상이다.

 


 
아직까지 외항해운개혁법이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법안 발효 이후 해상운임이 떨어지면서 물류기업 규제가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KMI는 “FMC 보고 사항이 강화되고 화주가 불가피한 상황으로 화물 반출을 못하면 추가 비용이 면제되는 정도가 변했다”고 현지 선사의 인터뷰를 전했다. 다만 외신에 따르면 이 법안이 발효되고 10개월 사이 20억달러 이상, 287건의 민원이 제기된 바 있다.

트럼프 집권시 10% 추가관세 예고

최근 미국이 발의한 해운물류 법안은 외항선사의 독점 방지, 선박 온실가스 감축 두 가지 기조를 보인다. KMI는 현재 발의 단계인 법안이어도 자국 상황에 따라 예상보다 신속하게 채택, 발효될 수 있고 정권 교체에 따라서도 변동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외항해운개혁법처럼 자국 이익이 훼손된다고 판단하면 얼마든지 규제 강화에 들어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은 과거 1916년 해운법 시행 이후 1984년 1998년 두 차례 규제를 완화하며 외항선사의 동맹을 허용하는 정책을 펼쳐왔다. 그러나 지난해 4월 발의된 `해운 독점금지법(Ocean Shipping Antitrust Enforcement Act)는 선사들의 얼라이언스 자체를 금지하고 있어 향후 법안이 발효되면 해운시장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KMI는 오는 11월에 치러질 미국 대선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권 정당인 민주당 정부가 그대로 유지되면 지금과 같은 법안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향후 공급망 리스크가 심화되면 물류비를 외항선사에 전가시키거나 친환경·디지털화를 명목으로 정보 협력체를 만들어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 가능성이 있다.

특히 외항해운개혁법의 실행방안 중 하나인 FLOW가 향후 해당 정책에 참여한 기업을 중심으로 폐쇄적 정보 공유 집단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FLOW는 화주·물류기업·선사 등으로 구성된 회원사들이 수출입 화물 흐름을 감시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사업이다. CMA-CGM(프랑스) 에버그린·완하이(대만) 하파크로이트(독일) 머스크(덴마크) MSC(스위스) ONE(일본) 등이 참여한 타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화주기업인 삼성만 참여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는 분석이다.

반대로 공화당이 집권하면 자국 보호 법안이 강화될 거란 전망을 내놨다. 공화당은 모든 수입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보편적 관세’ 공약을 내걸고 있다. 미국의 CPA 경제 분석에 따르면 이 법안이 시행되면 소비자 물가가 상승하고 실질 수출입이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KMI는 미 정부가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화주·선사·물류업체에 비용을 압박하는 구조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트럼프 대선 후보가 자국 무역적자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어 한국이 수출 흑자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우리 물류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 박한솔 기자 hsol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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