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0 09:01

시황침체 장기화에 글로벌 포워딩업계 울상…지난해 외형·이익 ‘동반후퇴’

유럽계 포워더 매출·영업익 두자릿수 역신장…미국계 XPO 나홀로 증가세


지난해 글로벌 주요 포워더들이 극심한 수요 부진 등의 시장 침체 여파로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2022년의 코로나19 특수 기저효과까지 더해져 외형과 이익이 전년보다 두 자릿수로 역신장했다.

2023년 가장 많은 매출고를 올린 독일 DHL의 물류사업부문인 DHL서플라이체인과 DHL글로벌포워딩은 외형과 이익이 모두 후퇴했다. 두 사업 부문의 합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62억6300만유로(약 52조1300억원) 23억8400만유로(약 3조4300억원)를 기록, 1년 전보다 22.3% 25.6% 감소했다.

다만 부문별로 비교하면 명암이 엇갈렸다. DHL글로벌포워딩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93억500만유로(약 27조7500억원) 14억2300만유로(약 2조500억원)로 전년보다 36.1% 38.4% 하락했다. 연료·차량 비용과 인건비 상승 등이 실적 부진에 영향을 끼쳤다. 반면 공급망 부문인 DHL서플라이체인은 장기 고객 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3.2% 7.6% 상승한 169억5800만유로(약 24조3800억원) 9억6100만유로(약 1조3800억원)로 집계됐다.

화물 취급량도 약세였다. 해상 물동량은 2022년 329만4000TEU에서 2023년 308만9000TEU로 6% 줄어들었다. 항공 화물도 재작년 190만2000t에서 지난해 167만2000t으로 12% 감소했다. DHL은 올 하반기부터 포워딩 등 물류 시장이 회복될 것으로 내다보며, 2026년 연간 영업이익 목표치를 전년보다 15억유로 가까이 인상된 75억~85억유로(약 10.8조~12.2조원)로 설정했다.

스위스 퀴네앤드나겔도 지난해 계속된 수요 부진의 여파로 전 사업 부문에서 저조한 실적을 거뒀다. 퀴네앤드나겔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40.0% 줄어든 238억4900만프랑(CHF, 약 35조7400억원)를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각각 19억300만CHF(약 2조8500억원) 14억6400만CHF(약 2조1900억원)로 49.0% 48.0% 하락했다.

사업 부문별로 보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해상 운송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86억100만CHF(약 12조8900억원) 10억1500만CHF(약 1조5200억원)로 54.0% 50.0% 내려앉았다. 항공 운송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69억3700만CHF(약 10조4000억원) 5억5500만CHF(약 8300억원)로 41% 61% 역신장했다. 해상·항공 물동량도 2022년 438만6000TEU 223만2000t에서 2023년 430만TEU 200만t으로 전년보다 2.0% 10.4% 떨어졌다.

다만 긍정적인 점은 해운 부문에선 중소기업(SME) 고객의 물동량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고 아시아·태평양, 유럽 등 주요 노선의 시장 점유율도 계속 확대된다는 것이다. 항공 운송의 경우 작년 후반기 전자상거래와 신선제품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어 향후 물동량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 밖에 육상 운송은 2300만건의 주문량을 소화했으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11.0% 9.0% 줄어든 35억4100만CHF(약 5조3100억원) 1억3300만CHF(약 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계약물류의 경우 매출액은 3.0% 후퇴한 47억7000만CHF(약 7조1500억원)를, 영업이익은 7.0% 오른 2억CHF(약 3000억원)을 기록했다. 

 


덴마크의 대형 물류기업인 DSV도 외형 축소와 이익 감소 등 전반적인 실적 부진을 보이며 시황 침체의 영향을 피해 갈 수 없었다. DSV은 지난해 매출액 1507억8500만크로네(DKK, 약 29조1000억원) 영업이익 177억2300만DKK(약 3조4200억원) 순이익 124억700만DKK(약 2조3900억원)를 기록, 전년 대비 각각 36.0% 29.7% 29.8% 후퇴했다. 해상·항공 운임 약세와 화주들의 높은 재고 수준, 물동량 감소 등이 실적 부진에 주된 요인으로 지목됐다.

다만 해상 화물 취급량은 작년 7월 이후 회복세를 띠며 연말에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됐다. DSV 측은 올해 영업이익 예상치를 150억~170억DKK(2.9조~3.3조원)로 설정하며, 해상·항공운송 시장의 성장률이 3~4%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부문별로는 포워딩 매출액이 47% 역신장한 929억7200만DKK(17조9200억원), 영업이익은 35% 감소한 133억6300만DKK(2조5800억원)였다.

화물 취급량은 항공 화물이 16% 하락한 130만5827t, 해상 화물이 6% 감소한 251만9295TEU였다. 육송의 매출액은 8% 후퇴한 381억5500만DKK(7조3600억원), 영업이익은 2% 떨어진 20억900만DKK(3900억원)였다.
 
‘공급과잉 여파’ CH로빈슨·UPS 등 미국계포워더 부진

미국계 주요 포워더인 CH로빈슨과 UPS서플라이체인은 육상운송 시장의 운임 약세와 공급 과잉 추세 등의 영향을 받아 외형과 이익이 모두 감소했다. CH로빈슨의 지난해 매출액은 28.7% 줄어든 175억9600만달러(23조1500억원)를 기록,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각각 59.4% 65.4% 후퇴한 5억1500만달러(6800억원) 3억2500만달러(4300억원)로 집계됐다.

이 중 북미육상운송(NAST) 사업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124억7100만달러(16조4100억원) 4억6000만달러(6100억원)로 1년 전보다 21.2% 44.8% 하락했고, 글로벌 포워딩 사업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29억9800만달러(3조9400억원) 8600만달러(1100억원)로 56.0% 80.8% 감소했다. 

 


UPS의 물류 부문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2022년 164만3100만달러(21조6100억원) 18억6000만달러(2조4500억원)에서 2023년 131억6900만달러(17조3200억원) 11억8800만달러(1조5600억원)로 각각 19.9% 36.1% 떨어졌다.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의 배송 수요 침체와 더불어 유럽 지역에서의 평균 일일 운송량이 줄어든 게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또한 북미 트럭운전사 노조인 ‘더팀스터즈(The Teamsters)’와의 노사 협상 중에 발생한 비용 증가도 실적 부진의 주된 요인 중 하나로 꼽혔다.

XPO로지스틱스는 본지에서 조사한 6개의 주요 글로벌 포워더 가운데 유일하게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플러스 성장하는 두각을 나타냈다. 이 회사는 작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77억4400만달러(10조1900억원) 4억3800만달러(5800억원)로 전년 대비 0.3% 16.2% 증가했다고 밝혔다. 소량트럭화물(LTL) 사업 강화에 따른 추가적인 물량 확보 등이 실적 호조의 배경이 됐다. 다만 순이익은 전년보다 71.6% 줄어든 1억8900만달러(2500억원)에 머물렀다.

XPO는 미국 최대 트럭 운송사였던 ‘옐로(Yellow)’의 28개 서비스 센터를 인수하면서 주요 거점의 물류 네트워크를 확보해 과열된 북미 LTL 시장 내에서 사업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부문별로 북미 LTL은 0.6% 늘어난 46억7100만달러, 유럽지역 운송사업은 0.1%오른 30억7300만달러의 매출을 냈다.
 

< 홍광의 기자 keho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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