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스타트업인 위레이저가 중소벤처기업부와 미국 오픈AI사가 공동으로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으며 관심을 끌고 있다. 이달 중순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오픈AI의 본사를 방문 후 최종 파트너로 선정되면 투자 유치와 협업을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려해운에서 10년 가까이 근무한 김현종 위레이저 대표는 오픈AI가 개발한 챗GPT의 생성형 AI를 이용한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개발해 해운물류기업들의 업무 자동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 대표는 인력난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기업에게 자사가 개발한 물류업무자동화 플랫폼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동화 플랫폼을 도입함으로써 단순 반복 업무에 투입되는 인력을 재배치해 업무 효율 제고와 비용 절감을 이뤄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Q. 주력 서비스인 ‘와이즈컨베이’에 대해 소개해 달라.
와이즈컨베이(WiseConvey)는 해운물류업계의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을 극대화하고자 만들어졌다.
화물 운송·통관에 필요한 수출입신고서, 선하증권(BL), 송장(Commercial Invoice), 발주서(Purchase Order), 포장명세서(Packing List) 등의 주요 전자문서에서 식별한 정보를 추출해 엑셀, 워드파일 등 여러 문서에 자동으로 입력한다. 문서에서 텍스트를 추출한 뒤 데이터를 입력하는 과정까지 단 10초도 걸리지 않으며 특히 추출 정확도가 99.9%에 달한다.
또 각 화면과 기능별 자동화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사용자가 원하는 범위만큼 자동화 업무를 선택해서 진행할 수 있다. 이 밖에 실시간 선적 정보 제공, 핵심 물류지표 분석, 글로벌 물류시장 동향 등의 기능도 제공해 편의성을 높였다.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AI의 에이전트(대리인)는 다양하다. 선적 예약 과정에서 화주 정보를 수집하는 에이전트, 스케줄을 관리하는 에이전트, 컨테이너 정보를 관리하는 에이전트, 선사와 통신하는 에이전트 등 여러 에이전트가 협력해 작업을 수행한다.
연중무휴 활용이 가능한 에이전트를 관리만 잘해도 웬만한 물류 업무가 돌아가는 셈이다. 출산 휴가와 병가 등으로 업무 공백이 생겼을 때 임시로 사람을 뽑는 게 부담스럽거나 단순한 업무를 처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
향후 물류업계에서도 인력난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빠르고 정확하게 일을 처리하는 게 현재 일을 잘하는 기준이라면, 앞으로는 AI를 잘 다루고 그에 대한 결과물을 잘 승인해 주는 사람이 일을 잘하는 사람이 될 거라 생각한다.
▲와이즈컨베이(WiseConvey) 실행 화면 |
Q. 중소포워더에 가장 필요한 플랫폼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드린다.
중소포워더들은 인력 수급의 어려움, 단순 반복 업무의 부담, 그리고 이로 인한 오류 발생 등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최근엔 중국발 해외 직구 확대로 해상특송 화물이 크게 늘면서 처리해야 할 문서가 하루에 수십만 건에 달하면서 업무 부담이 가중됐다.
결국 인력을 늘려야 하는데 위레이저의 AI 기반 자동화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준다.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물류 문서 작업, 화물 추적, 데이터 관리 등의 업무를 자동화함으로써 단순 업무에 소요되는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포워더 입장에선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단순 노동에 위레이저의 플랫폼을 도입하고 인력을 재배치함으로써 업무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오류도 최소화한다. AI 기술을 활용함으로써 데이터 입력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실수를 줄일 수 있다. AI 비전은 문서에서 텍스트를 추출하고, 이를 데이터 입력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에러를 방지할 수 있다. 이는 전체 물류 과정의 신뢰성을 높이고 오류로 인한 비용과 시간 손실을 줄여준다.
마지막으로 여러 채널과 작업을 동시에 처리함으로써 업무 효율을 극대화한다. 이는 사용자들이 같은 정보를 여러 번 입력하는 수고를 줄여준다. 궁극적으로 위레이저의 솔루션을 도입하게 되면 중소포워더들이 대기업에 버금가는 서비스 품질과 업무 효율을 누릴 수 있게 된다.
Q. 플랫폼을 만든 계기가 궁금하다.
고려해운에서 수출입 업무·영업, 정보전략기획실(전산) 등의 팀에서 9년간 근무했다. 특히 전산팀에서 3년 동안 근무하면서 정보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경험한 게 창업에 큰 도움이 됐다.
평소 빅데이터와 AI, 알고리즘, 자동화, 엑셀에도 관심이 많았다. 2014년 빅데이터 전문가 과정을 이수했고, 경영전문대학원(MBA)에서도 데이터 의사결정에 초점을 맞춰 공부했다.
코로나 전이나 지금이나 많은 물류기업들은 단순 반복 업무를 수작업으로 직접 처리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중소기업으로선 인건비 비중이 크다 보니 결국 인력을 줄여야 이익률을 높일 수 있다. 오픈AI의 챗GPT가 발표된 가운데 코로나 이후에도 자동화가 여전히 더딘 국내 물류업계의 현실을 보고 창업에 뛰어들었다.
▲김현종 대표가 중소벤처기업부와 오픈AI가 추진 중인 '매칭데이 프로젝트'에 선정돼 축하를 받고 있다. |
Q. 최근 성과는 무엇인가?
중소벤처기업부와 오픈AI가 공동 추진 중인 ‘매칭데이 프로젝트’에 선정된 게 가장 큰 성과다. 중소벤처기업부는 국내 AI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모색하고 기술개발 역량을 키우고자 지난해부터 오픈AI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협업 프로젝트에 스타트업 220곳이 신청했고, 오픈AI의 심사를 거쳐 14곳이 선발됐는데 위레이저도 포함됐다. 높은 경쟁률을 뚫은 데다 물류 스타트업으로는 유일해 의미가 깊다.
이달 중순 위레이저를 포함한 AI스타트업 14곳은 오픈AI 본사를 방문해 실제 협업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오픈AI의 최종 협업사로 선정되면 투자 유치와 사업화 비용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팀원들에게 오픈AI 지분투자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업할 수 있을 만한 비즈니스를 가지고 있다고 늘 얘기했는데 현실이 됐고 기회가 왔다.
또 다른 성과는 AI 에이전트의 개발과 활용이다. ‘HSCODE FINDER’라는 AI 에이전트는 자연어로 입력되는 품목이나 제품의 설명에서 6자리 HSCODE 분류를 자동화할 수 있으며, 추가적인 세부 조정과 강화 학습을 통해 각 국가의 규정에 따라 10자리 또는 12자리까지 분류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는 국제물류 및 수출입 과정에서 필수적인 HSCODE 분류 작업을 자동화함으로써 물류 효율성을 대폭 향상시킨다. 이처럼 현재 각 화면과 기능에 맞는 40개 이상의 AI 에이전트를 생성·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계속해서 개발하고 있다.
또 회사별 특성에 맞도록 새로운 모델을 구축하는 것도 단시간에 가능하도록 AI 모델을 소형화시켰다. 적은 비용으로 회사별 특성에 맞는 AI 모델 구축을 이뤄낸 것도 성과다. 올해 물류기업의 요구에 대응한 맞춤형 플랫폼을 공급할 계획이다.
Q. 향후 비전과 중장기 사업계획은?
위레이저의 향후 비전과 중장기 사업계획은 AI 기술을 국제물류시장의 필수 부분으로 통합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향후엔 AI 에이전트가 모든 단순 반복 작업을 대체하고, 인간은 AI 에이전트를 관리하는 역할에 집중할 것이다.
위레이저는 실제 물류 업무에 맞는 AI 모델을 개발하고자 연구를 지속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물류업계의 요구와 현실에 부합하는 AI 솔루션을 제공하고자 한다. 이러한 전략을 실시해 국제물류시장에서 AI 기술의 통합을 가속화하고, 미래 물류시장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많은 포워더를 회원사를 두고 있는 국제물류협회에도 서비스를 제안 중이다. 국제물류 업무를 극대화하는 것은 위레이저 전략의 핵심 부분이다. AI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위레이저는 강력한 영업 네트워크와 업계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물류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Q. 업계나 당국에 당부할 말씀은?
국제물류업계가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려면 AI 기술을 적극 도입해 혁신을 이뤄내야 한다. AI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물류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현대화할 수 있다.
위레이저는 AI 기술을 통해 인적 자원을 더욱 전략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물류기업의 업무 현대화를 이뤄내려면 업계와 당국의 지원과 협력이 필수적이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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