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선 홍수 문제를 상쇄할 만한 뚜렷한 호재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컨테이너선 시장은 내년에도 약세를 지속할 것으로 관측됐다. 특히 공급 증가율이 10% 안팎을 기록, 수요를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돼 공급 과잉이 가중될 전망이다.
반면, 벌크선과 유조선은 화물 중량과 수송 거리를 나타내는 톤마일과 원유 소비가 증가하면서 시황이 호조를 띨 것으로 예측됐다.
내년 SCFI 800~1050p 기록 전망
김병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전문연구원은 지난 16일 서울 로얄호텔에서 열린 ‘제42회 KMI 세계해운전망 세미나’에서 내년 컨테이너 운임지수(SCFI) 평균치가 800~1050포인트(p) 대를 나타낼 것으로 관측했다.
11월17일 현재 올해 평균인 981p에서 -18~7%의 등락을 보일 거란 진단이다. 2022년 평균(3410)에 비해선 69~77% 낮은 수치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요가 감소하는 데다 신조선 인도가 잇따르면서 운임이 하락할 거란 설명이다.
김 연구원은 “내년 운임도 올해와 유사한 흐름으로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내후년까지 이어질 대량의 공급량을 상쇄할 만한 뚜렷한 요인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컨테이너 수급 불균형 정상화가 운임 회복의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4년 기간항로 평균 운임은 아시아-북미 서안 1500~1800달러(40피트 컨테이너), 아시아-유럽 600~800달러(20피트 컨테이너)로 각각 내다봤다.
북미 서안은 11월17일 현재 올해 평균 운임 1572달러와 비교해 최대 15%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상반기 금리 인하 시 수요가 회복될 가능성이 있지만 공급량을 상쇄하기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북유럽은 올해 평균 826달러에서 최대 200달러 이상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장기화가 수요에 부정적인 데다 대형선 인도가 지속되면서 운임 약세가 나타날 거란 예상이다.
아시아역내항로 평균 운임은 140~180달러(20피트 컨테이너)로 내다봤다. 올해 평균 운임인 170달러와 비교해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내년 중국 경제 성장률이 둔화될 거란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신조선이 노령선을 대체할 가능성이 커 올해와 유사한 흐름을 이어갈 거란 분석이다.
▲김병주 KMI 전문연구원이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
KMI는 내년 컨테이너 수요는 2023년 대비 2.3%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해운분석기관인 클락슨과 IHS마킷의 전망인 3.8% 3%보다는 낮지만, 드류리의 2% 대비 높은 수준이다. 내년 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9%로 예측되는 데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정책이 수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내년 북미항로 수요는 전년 대비 3.7% 증가할 것으로 관측했다. 클락슨 6.7%보다는 낮지만, 드류리 IHS 3.6% 2.8%와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고물가·고금리 상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내년 경제 성장률이 둔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수요에 영향을 미칠 거란 분석이다.
유럽항로 물동량 예상 증가율은 1.6%로 제시, 해운분석기관 중에서 가장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드류리 IHS마킷 클락슨은 물동량 증가율을 3.1% 2.9% 2.5%로 각각 관측했다. 긴축 통화정책으로 실물 경제가 정체되면서 물동량이 소폭 증가할 거란 지적이다.
아시아역내항로 물동량 증가율은 중국 경제성장률 둔화세가 지속되는 영향에 IHS마킷과 클락슨이 내놓은 4% 3.7%보다 낮은 3.3%로 잡았다. 다만, 드류리가 제시한 1.5%보다는 높았다.
공급량 증가율은 10% 내외로 수요를 크게 웃돌 것으로 점쳤다. 더불어 내년 신조선 인도량은 약 294만TEU, 해체량은 40만~60만TEU 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해운시장에 인도되는 신조선은 5000TEU급 이상이 전체의 약 85%에 달해 공급 과잉이 가중될 전망이다.
북미는 4000~1만2000TEU급 113척이 인도되면서 80만TEU, 유럽은 1만5000TEU급 이상 선박이 90척 공급되면서 124만TEU, 아시아역내항로는 3000TEU급 미만 선박이 199척 배선되면서 41만TEU가 각각 투입될 거란 분석이다.
김 연구원은 “유럽은 탈탄소 규제에 대응해 기존 선대의 교체 가능성이 높고, 아시아역내항로는 운임 약세가 지속될 경우 노령선의 폐선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케이프 벌크선 해체 320만t…78% ‘껑충’
내년 케이프사이즈 벌크선 시황은 수요가 공급을 상회하면서 회복세를 띨 것으로 전망했다.
KMI 황수진 부연구위원은 ‘건화물선 시장동향과 전망(케이프)’ 주제발표에서 내년 케이프 물동량 증가율이 2.7%로, 선대 증가율인 1%를 웃돌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글로벌 원료탄 물동량은 인도를 중심으로 개발도상국의 수요 증가에 힘입어 전년 대비 2.5% 증가하고, 내년 철광석 물동량은 중국의 수요 회복이 더디며 전년 대비 0.1%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케이프 벌크선은 전년 대비 37.5% 감소한 700만t이 인도될 것으로 예측했다. 더불어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를 앞두고 선박 해체량은 전년 대비 77.8% 급증한 320만t을 기록할 것으로 점쳤다. 내년 케이프 선대 발주잔량은 2550만t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진행된 발표에서 ‘파나막스·수프라막스 시장 동향과 전망’에서 팬오션 송상훈 책임은 내년 파나막스 선복량은 전년 대비 2.9% 증가한 261만1000t, 수프라막스는 3.5% 증가한 242만7000t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수요는 석탄이 중국 및 유럽 재고 증가로 감소하는 반면, 철재와 기타 화물이 경기 부양 및 유럽 경기 회복, 인플레이션 완화로 증가할 것으로 점쳤다.
송 책임은 “석탄 물동량은 감소가 전망되지만, 인플레이션 완화에 따른 경기 회복이 기대되면서 2023년 수준의 시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유조선 시황은 내년에도 호조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KMI 류희영 전문연구원은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톤마일 증가, 글로벌 경기 회복, 원유 소비 증가에 유조선 운임이 전년 대비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스라엘-하마스 등 중동 분쟁 확산에 따른 유가 급등 가능성, 시장 수급 불확실성 증대, 주요국 인플레이션 등은 시황 약세를 유도할 요인으로 꼽았다.
내년 유조선시장은 인도되는 신조선이 없는 데다 해체 선박이 5척 발생해 전년 대비 선복량이 0.5%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수요는 원유가 3.7% 늘어난 20억8600만t, 석유제품이 3.5% 증가한 11억2050만t을 각각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 부양에 따른 주요국 원유 소비 개선, 교통수단 등의 연료유 수요 증가로 물동량이 늘어날 거란 분석이다.
▲왼쪽부터 고병욱 KMI 해운연구본부장, 권우석 한국선급 책임검사원, 이상윤 인하대학교 교수, 류영수 HMM 팀장, 김대진 산업은행 연구위원 |
“연료비 부담에 선사들 에너지효율 제고방안 찾아야”
이어 진행된 토론에선 선사들이 친환경선박 도입 시 금융업계와 인식을 함께 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산업은행 김대진 연구위원은 팬데믹 이후 세계 경기는 상승과 하락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모호한 상황이라고 언급하며, 해운업 탈탄소화를 향한 투자 확대를 위해 선사, 조선소뿐만 아니라 금융기관 및 투자자에게 탈탄소 동향과 전망 정보를 체계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HMM 류영수 팀장은 환경규제 강화에 우리 선사들이 전략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으며, 특히 현재보다 5~6배 이상의 연료비 부담이 우려되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을 높일 방안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HMM 김민강 상무는 수급 불균형이 지속되는 가운데 내년 친환경 선대로의 교체는 실질 공급 감소 효과를 일으킬 수 있겠지만, 높은 재고율로 수요 급증은 힘들 것으로 예상돼 컨테이너선 시황은 부정적일 것으로 예측했다.
폴라리스쉬핑 박이수 상무는 내년 벌크선 시장이 올해 대비 소폭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특히 기후변화로 인한 곡물 수출 차질, 항만 체선 증가 등이 건화물선 시장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하며, 인플레이션 완화에 따른 경기 회복 기대감을 나타냈다.
KMI 김종덕 원장은 “우리나라 해운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현안 대응을 위해 이번 2024 세계해운전망 세미나를 준비했다”며 “이번 세미나에서 논의된 주요 이슈와 해운 시황 전망을 통해 정부, 협회, 선사 등과 협력해 깊이 있는 연구를 추진하고 대응 정책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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