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17 09:05

“두자릿수 물류비 낮춰라” 인도, 철도·항만 대대적 투자

동부 화물전용 철도·비진잠 환적항 완공


인도 북동부를 횡단하는 동부 화물 전용 철도(EDFC)가 이달 1일 마지막 구간의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로써 동부 철도는 전 구간을 개통해 35시간에서 50시간 가까이 걸리던 화물 운송 시간을 약 18시간까지 단축할 수 있게 됐다.

화물 전용 철도(DFC) 프로젝트는 물류비를 절감하고 환적 효율성을 높이려고 인도 동부와 서부지역 철로를 구축하는 인프라 정책이다. 이 중 동부 프로젝트는 세계은행에서, 서부 프로젝트는 일본국제협력기구에서 자금을 지원받았다. EDFC는 석탄 조달을 목적으로 펀자브주에서 비하르주를 연결하는 총 길이 1337km의 철도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지난 2020년 12월 첫 번째 구간이 개통된 후 코로나19 여파로 공사가 지연되면서 전 구간이 마무리되기까지 3년이 걸렸다.

사업을 진행 중인 화물전용회랑공사(DFCCIL)의 라빈드라 쿠마르 자인 이사는 “약 140대 운행하던 열차를 앞으론 250대 수용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전 회랑이 가동되면 우타르프라데시, 펀자브, 하리아나, 라자스탄 지역의 석탄 공급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초기엔 철로 완공 시 연간 화물 운송량이 1억5300만t가량 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최근 발표에 따르면 2036년~2037년 사이에 연간 2억5100만t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서부 화물 전용 철도(WDFC)는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1506km로 계획된 해당 철도는 마하라슈트라주 뭄바이의 자와할랄네루항(JNPT)부터 우타르프라데시주의 다드리를 잇는다. 바이타르나-JNPT 구간은 내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곳을 제외한 구간은 내년 3월경 완공될 예정이다. 지난 8월 다드리-사난드, 베스탄-산잔 구간이 운영을 시작했으며 지난달 30일엔 뉴반두-뉴사난드 구간이 개통됐다.

인도 정부는 서부 철도를 수출 통로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북서부 주요 항구와 연결하고 델리-뭄바이 산업회랑과도 연계한다는 구상이다. WDFC 측은 철도 공사가 끝나면 연간 화물 운송량이 2억8400만t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최근 개통한 뉴반두-뉴사난드 구간과 관련해 DFCCIL의 총괄 책임자인 마니시 아와스티는 “피파바브 포르반다르 잠나가르 등 구자라트에 위치한 항구와 연결해 운송 시간을 단축하고 화물 터미널, 하역 센터와의 연계성을 향상시키겠다”고 발표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권보배 연구원은 최근 아세안 물류시장 동향 보고서에서 인도 철도 개발 소식을 전하며 “인도는 이단 적재(Double Stack) 철도를 주로 배치하므로 더 많은 화물을 이송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단 적재 철도는 한 개 화차가 국제표준 컨테이너를 이중으로 적재해 운반할 수 있도록 고안된 화물철도다. 1단 컨테이너 대비 화물운송 용량이 큰 데다 전용 선로가 생기면 효율성이 높아져 운송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을 거란 해석이다.
 

 

인도 GDP대비 운송비 비중 16% 달해

인도 정부에 따르면 인도는 국내총생산(GDP) 중 운송비 비중이 16%에 달해 물류 인프라 개선이 주요 과제로 꼽히고 있다. 특히 철도를 통한 화물 운송은 인프라 부족으로 여객열차와 화물열차가 같은 선로를 사용하면서 화물 운송이 지연되는 일이 잦은 편이다. 이에 지난 3월 니틴 가드카리 도로교통부 장관은 “정부는 도로와 철도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면서 “주요 도시와 허브 사이의 거리를 줄이는 데 중점을 두고 녹색 고속도로와 산업 회랑을 건설하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아미트 샤 내무부장관 또한 “향후 7년 동안 물류비를 GDP의 5.5%로 낮추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인프라 확충은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추진하는 핵심 정책인 만큼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 예정이다. 모디 총리는 지난해 인도 독립 75주년 행사에서 운송 수단간 연결성을 제고하고자 2024년에서 2025년까지 해운, 물류, 항공, 철도 등 7개 핵심 부문에 100조루피(약 1600조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내수와 수출 시장에서 인도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려면 물류 비용 절감이 필수적이라는 의견이다.

인도는 항만시설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15일엔 최남단 항구인 비진잠항에 대형 화물선 <전화 15>(Zhen Hua 15)호가 정박하면서 신규 항만 개항을 알렸다. 케랄라주에 위치한 비진잠 국제 항구는 지난 2017년 아다니 그룹 산하 항만회사인 아다니 포트의 주도로 착공해 4년 만에 완공됐다. 외신에 따르면 2024년 5월까지 전체 가동될 예정이며, 화물 처리량은 1단계 100만TEU 수준에서 620만TEU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비진잠은 극동과 중동 유럽을 연결하는 주요 항로와 인접한 점을 내세워 인도 최대 환적 항만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스리랑카의 콜롬보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두바이항 등과 경쟁하며 주변국에서 처리되는 환적화물을 유치하겠다는 구상이다. 인도는 지금까지 항만 인프라가 열악해 대형 컨테이너선이 정박할 수 없었지만 해당 항만은 항구 수심이 20m로 깊어 2만4000TEU 이상을 수용하는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처리할 수 있다. 외신에 따르면 항만 당국은 외국 환적항으로 빠져나갔던 컨테이너 환적 수요의 75%를 충족시킬 것으로 기대했다.

아다니 포트의 카란 아다니 대표는 2030년까지 비진잠 환적 터미널에 2000억루피(약 3조13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수소와 암모니아 같은 청정 친환경 연료를 공급하는 글로벌 벙커링 허브로 키울 것”이라면서 전략적 요충지로 이용하겠다고 덧붙였다.
 

< 박한솔 기자 hsol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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