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8-21 09:36

해운시장 하반기 전망 희비…컨선 ‘흐림’ 벌크·탱크선 ‘맑음’

“컨선시장 2025년까지 높은 선복 증가율”
한국조선 올해 선박수주 전년比 31% 감소한 1150만CGT 전망


올 하반기 벌크선과 탱크선 시황은 공급량이 크게 적어 회복세를 띨 거란 관측이 나왔다. 반면 컨테이너선은 환경 규제에도 폐선량이 예상을 밑도는 데다 향후 인도되는 신조선이 상당히 많아 운임이 추가 하락할 것으로 예측됐다. 

조선시장은 선주들이 신조 발주를 관망하면서 선박 수주량이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이 같은 내용의 해운조선시황에 대한 하반기 전망을 담은 보고서를 최근 발간했다.

상반기 컨선 폐선 7만TEU ‘전체선복량 0.3% 불과’

컨테이너선시장은 수요 개선 가능성은 높지 않은 반면, 선복량 증가를 완화할 요인마저 보이지 않아 당분간 시황이 추가 하락할 거란 관측이 나왔다.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양종서 연구원은 “최근 금리 인상 속도가 둔화되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노력이 나타나고 있다는 희망적인 뉴스가 보도되고 있지만 컨테이너선시장에서 단기간 내에 획기적인 수요 개선이 이뤄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앞으로도 해운시장에 쏟아질 신조 컨테이너선이 상당하다는 점이 시황 약세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양 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향후 3년간 해운시장에 공급될 컨테이너선 신조선은 현재 선단의 28%에 달해 2025년까지 높은 선복량 증가율을 보일 전망이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 시행에도 폐선량이 예상을 밑돌고 있다는 점도 시황 부진 배경 중 하나로 지목됐다. 올 상반기 컨테이너선 폐선량은 38척 7만4000TEU로, 올해 초 전체 선복량 0.3%에 불과하다. 신조선 인도의 빠른 속도에도 폐선에 의한 선복량 조정이 시도되고 있지 않았다는 게 양 연구원의 설명이다.

양 연구원은 운임 하락에도 중고선 매매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올 상반기 컨테이너선 중고선 거래는 150척, 45만5000TEU로 전년 대비 각각 5% 2% 늘었다. 

그는 “현존선에너지효율지수(EEXI) 규제로 운항 속도를 감속해야 하는 상황에서 저탄소 또는 무탄소 연료의 대안이 확실치 않아 아직 관망할 수밖에 없는 일부 선사들이 운항 감속에 의한 보충 선복을 신조보다 우선 중고선으로 메우려는 시도 역시 하나의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 매우 강력한 규제로 평가되던 탄소집약도(CII)의 저등급 선박 퇴출이 보류된 점도 이러한 현상의 원인 중 하나로 추정했다.

벌크선시장 큰폭 운임상승 기대

양 연구원은 곡물 운송이 본격화되고 하반기 벌크선시장은 큰 폭의 운임 상승이 기대된다는 전망을 제시했다. 공급은 올해 1~2분기 모두 신조선 인도량이 최근 5년간 분기 평균에 미치고 못하고 있다. 여기에 EEXI 시행에 따른 감속 운항까지 이뤄지고 있어 실질적인 공급은 정체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곡물 운송이 활발히 이뤄지고 둔화된  세계 경기가 개선된다면 시황이 빠르게 개선될 거란 게 양 연구원의 설명이다.

탱크선시장은 공급량이 크게 적어 강세를 띨 전망이다.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플러스의 감산 기조와 사우디의 자발적 추가 감산, 경기둔화 등에 의한 수요 하락은 부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최근 수년간 탱크선 신조 발주가 미미한 데다 현재 건조 중인 신조선마저 선복량 대비 3.5%에 불과한 점은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 EEXI 규제로 운항 속도 감속까지 이뤄지고 있어 하반기엔 전반적인 강세 시황이 유지될 거란 게 양 연구원의 분석이다.

가스선시장도 견조한 수요에 힘입어 양호한 시황이 유지될 거란 낙관적인 예측이 나왔다. LNG선은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미국의 올해 LNG 수출 증가율이 전년 대비 12.1% 늘어날 것으로 점쳤다. 여기에 중국에서 수요가 증가하고 유럽의 러시아산 수입 물량이 기존 파이프라인에서 LNG로 전환되면서 양호한 시황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LPG선은 하반기 공급량이 많아 선복량이 빠른 속도로 늘겠지만 중국의 수요와 미국산 원거리 교역 물량이 증가하면서 이를 상쇄할 것으로 점쳐졌다. 사우디의 자발적 감소 등 석유 생산 감소와 이로 인한 LPG 가격 상승 가능성 등 시황의 불확실성이 존재하겠지만 시황을 크게 떨어뜨릴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2026년 선주들 발주 관망세 한풀 꺾여”

한국조선의 선박 수주량은 카타르 LNG 프로젝트에도 선주들이 신조 발주를 관망하면서 전년 대비 두 자릿수의 감소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하반기 카타르 LNG선의 발주 가능성이 높아 국내 조선사들의 대규모 LNG선 수주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컨테이너선에서 일부 선사의 메탄올 선박 주문과 달리 나머지 선사들의 움직임이 구체화될지 불확실하다. 여기에 7월 IMO가 탄소 감축 중기전략을 강화했지만 관망세를 유지하던 선주들의 신조 투자를 이끌만한 수준의 압박이 아니라 탱크선 벌크선 투자도 저조할 거란 게 양 연구원의 관측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양 연구원은 올해 우리나라 신조선 수주량을 전년 대비 31% 감소한 1150만CGT(수정환산톤수), 수주액은 29% 감소한 33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점쳤다. 글로벌 신조선 수주량도 전년 대비 26% 감소한 3500만CGT, 수주액도 25% 줄어든 1000억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그는 환경규제에 근본적으로 장기적인 대안이 될 저탄소 연료가 아직 뚜렷하게 제시되지 못해 신조선 수요가 정상화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점에서 암모니아 연료 추진선의 상용화가 원활하게 이뤄질 경우 2026년 IMO의 규제 영향 중간 점검 시기와 맞물려 선주들의 관망세가 한풀 꺾이며 신조선 수요가 증가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 연구원은 “현재 신조선 시황은 아직 해상 탄소중립과 관련 규제의 영향으로 정상화된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며 “2024~2025년 암모니아 엔진 개발이 수요 확대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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