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항만 물동량이 둔화할 거란 관측이 나왔다. 한국항만협회 해외항만개발협력지원센터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공급망이 정상화되면서 운송 안정성이 확보되고 운임도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지만 인플레이션 위험과 긴축 통화 정책으로 인해 전반적인 항만 활동까지 부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기업들은 올해 들어 공급망 정상화 흐름에 맞춰 항공 운송에서 해상 운송으로 전환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그러나 경기 불확실성 여파로 내수 시장이 악화되면서 항만 시장도 둔화세가 뚜렷해졌다. 선사들은 물동량 감소에 맞서 지속적으로 공급을 조절하면서 운임 방어에 힘쓰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항만협회는 국제신용평가사 피치솔루션의 자료를 인용해 내년 미국 전 항만의 컨테이너 처리량이 올해 대비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북미를 대표하는 서부 로스앤젤레스항과 롱비치항은 각각 -0.7%, -0.9%의 감소세를 띤다는 관측이다. 올해 두 항만은 부진했던 지난해(991만1200TEU, 913만3700TEU) 실적의 기저효과로 7%와 5% 성장할 듯 보이지만 시장 상황에 비춰 내년엔 감소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서부 항만 노사 분규의 반사이익으로 지난해 성장세를 띤 뉴욕·뉴저지항은 올해는 최근 3년간 가장 낮은 실적을 내고 내년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큰 이슈였던 미 서안 항만의 노사 분쟁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시작한 노사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선사들은 물류 적체를 우려해 동부 항만으로 뱃머리를 돌렸다. 지난 6월 협상은 잠정 타결됐지만 화주들은 서부 항만 이용을 여전히 꺼리고 있다.
다만 중장기 전망은 긍정적이다. 협회는 미국 항만 전체 물동량이 2025년 이후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현재 미국의 소비 수준은 증가세에 들어섰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줄어들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긴축 종료 시기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바이든 행정부가 내세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및 인프라법(IIJA)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향후 5년간 교통 인프라 투자가 증가한다는 점도 우호적이다. 항만·수로 개발 사업엔 170억달러 정부 지원이 들어갈 예정이다. APM터미널, PSA, SSA마린 등 대규모 항만 운영사들이 항만 시설 개발과 운영에 참여했으며, 에너지 기업들도 LNG 수출 시설 및 기타 석유·가스 관련 시설 개발에 나섰다.
현재 뉴올리언스항에서는 18억달러 규모의 신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신항 루이지애나 국제터미널(LIT) 개발 사업은 200만TEU 처리 능력의 컨테이너 터미널을 건설하는 민관 협력 프로젝트다. 이르면 2025년 착공해 2028년에 첫 번째 선석이 준공될 예정이다. 뉴올리언스항은 수출화물 위주였던 화물 구성을 수입화물로 다변화하고 창고, 물류센터 및 기타 부가가치 서비스를 유치하는 데 힘쓰겠다는 계획이다.
< 박한솔 기자 hsol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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