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7-21 08:16

중남미 출신 사상 첫 세계 해양대통령 선출

아르세니오 도밍게스 파나마 후보 당선
 


사상 처음으로 중남미 대륙에서 국제해사기구(IMO) 신임 사무총장을 배출했다. 

IMO는 현지시각으로 18일 열린 신임 사무총장 선거에서 파나마 출신의 아르세니오 안토니오 도밍게스 벨라스코(Arsenio Antonio Dominguez Velasco·사진) IMO 환경국장이 선출됐다고 밝혔다. 

이번 사무총장 선거엔 총 7명의 후보가 도전했다. 남성 4명 여성 3명이었다. 도밍게스 당선자를 비롯해 수아트 하이리 아카 전 튀르키예 교통부 해양차관, 미나 키비메키(여) 핀란드 교통통신부 장관, 도미니카 출신의 클레오파트라 둠비아헨리(여) 전 세계해사대학(WMU) 총장, 케냐 출신의 낸시 카리기투(여) IMO 명예대사, 중국 출신의 장샤오제 IMO 기술협력국장, 방글라데시 출신의 모인 아흐메드 전 국제이동위성기구(IMSO) 사무총장 들이다.

이날 도밍게스는 4차 선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차기 사무총장에 당선됐다. 로이즈리스트에 따르면 투표 개시 직전 방글라데시 후보가 사퇴한 가운데 치러진 1차 투표에서 그는 승선 근무 이력을 가진 튀르키예 후보와 치열한 경합을 벌였지만 2차 투표 이후 탈락한 후보들의 표를 착실히 쓸어 담으면서 우위를 점했다. 8년 전 임기택 현 사무총장이 썼던 선거 전략과 비슷한 방식이었다. 

첫 투표에서 도밍게스는 40개 IMO 이사회 회원국 중 11곳의 지지를 얻었고 아카는 10표를 가져갔다. 나머지 후보의 득표 수는 키비메키 6표, 장샤오제 5표, 카리기투 5표, 둠비아헨리 3표였다. WMU 총장 출신의 도미니카 후보가 탈락한 2차 투표에선 도밍게스 15표, 아카 10표, 키비메키 6표, 장샤오제 5표, 카리기투 4표였다. 남미 지역 여성 후보를 밀어준 표가 도밍게스로 쏠렸음을 알 수 있다. 

3차 투표에선 또 다른 여성 후보가 명단에서 빠졌고 결과는 도밍게스 17표, 아카 10표, 키비메키 8표, 장샤오제 5표로 마무리됐다. 이번에도 도밍게스는 아프리카 후보를 지지했던 표를 대부분 흡수했다.

도밍게스는 마지막 4차 투표에서 득표수를 21표까지 늘리며 과반을 확보해 승부를 결정 지었다. 파나마 후보는 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10표를 늘린 반면 튀르키예와 핀란드 후보는 각각 1표, 2표밖에 추가하지 못했다. 

파나마에서 태어는 도밍게스는 2004년부터 2014년까지 IMO 주재 파나마 대표를 역임했고 2014년 IMO 주재 파나마 대사로 임명돼 2017년까지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 의장을 지냈다. 이후 IMO의 핵심 요직인 행정국장 해양환경국장의 역할을 수행하며 인지도를 쌓아왔다. 

그는 선거 운동 기간 동안 “선원은 다른 직업과 달리 보람뿐 아니라 모험과 위험이 따르는 직업으로, 이를 존중하는 게 우리의 임무이며 사무총장 임기 동안 선원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고 공약해 IMO 이사회의 눈도장을 찍었다. 또 선박 운항 효율을 높이는 기술 혁신을 촉진하고 글로벌 공급망의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친환경 자율 운항 선박 도입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이달 3일부터 7일까지 열린 제80차 MEPC 회의에서 IMO 환경국장으로서 2050년까지 해양 분야에서 탈탄소를 달성한다는 내용의 새로운 친환경 목표를 제시하는 데 큰 역할을 하면서 선거전에서 우위를 점한 것으로 분석됐다. 

도밍게스 신임 사무총장의 임기는 내년 1월1일부터 4년간이다. 2016년 1월1일 취임한 임기택 현 사무총장은 올해 연말 8년간의 임기를 마친다. 

이로써 IMO는 역대 최초로 라틴아메리카와 파나마 출신을 사무총장으로 선출했다. 지금까지 덴마크나 영국 프랑스 캐나다 그리스 등 구미 지역과 인도 일본 우리나라 등 아시아 출신들이 사무총장 자리를 나눠 가졌다. 파나마는 1958년 12월31일 IMO에 가입한 뒤 1979년 이사회 회원국에 올랐고 2002년엔 최상위 그룹인 A그룹 이사국에 선출됐다. 

1959년 국제연합(UN)의 12번째 전문 기구로 런던에서 출범한 IMO는 175개 회원국과 3개 준회원국을 두고 있다. 세계 해양산업의 주요 규제와 정책들을 제정하고 지휘하는 막중한 역할을 맡고 있어 이 조직의 수장인 사무총장은 세계 해양 대통령으로 불린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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