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와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최대 1조원 규모의 위기대응 펀드를 조성해 본격적인 저시황기 진입과 환경 규제 강화로 어려움에 직면한 국적 해운사의 경영 안전판을 마련하고 중소·중견선사의 환경‧사회‧투명경영(ESG) 역량 강화를 지원한다.
두 기관은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이 같은 내용의 해운산업 위기대응 펀드 출범 행사를 열었다. 위기 대응 펀드는 ▲해운산업 구조조정 지원 펀드 2500억원 ▲국적선사 환경‧사회‧투명경영(ESG) 지원 펀드 2500억원으로 구성된다.
해운산업 구조조정 지원 펀드는 국적선사에 부실 징후나 경영 위기가 발생했을 때 사전·사후 구조조정이나 국적선사 간 인수합병(M&A)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과거엔 해운 구조조정이 사후 조치에 머물러 위기가 오면 선대·터미널 등 국적선사의 핵심 자산을 헐값에 매각해 해운 경쟁력이 저하되는 악순환이 반복됐지만 이 펀드가 가동하면 경영 위기 전에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을 할 수 있어 해운 자산의 해외 유출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SG 지원 펀드는 국적 중소선사가 3등급 이상의 친환경 선박을 짓거나 친환경 설비를 장착할 경우 담보인정비율(LTV)을 최대 90%까지 적용해 저리로 자금을 지원하는 상품이다. 자금 용도를 친환경 프로젝트에 한정해 발행하는 녹색채권을 인수하는 역할도 포함한다.
ESG 지원 펀드는 중소선사가 국제사회의 탈탄소 규제에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친환경 선대 확보에 지원될 예정이다. 중소선사 수요가 적으면 중견선사까지 지원 대상이 확대된다.
정부는 위기 대응 펀드 규모를 처음엔 5000억원으로 조성한 뒤 향후 민간 투자자와 국적선사 투자를 유치해 최대 1조원까지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이 펀드는 선사들이 톤세제로 혜택을 본 법인세 절감액과 배당금 등 HMM 구조조정 과정에서 창출된 공적자금 지원 성과를 중소·중견 선사 경쟁력 강화에 다시 투입함으로써 해운산업의 자생적 성장 생태계를 구축하는 효과를 끌어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해운업계는 지난 2015년 공사의 전신인 한국해양보증보험에 자본금 5500억원 중 51%인 2800억원을 출자하는 협약을 체결하고 톤세 절감액의 10%를 매년 출자하고 있다. 2019년까지 550억원을 출자한 뒤 지난해 10월 790억원을 추가 출자해 전체 출자 규모를 1338억원으로 늘렸다.
이날 행사에선 선화주가 상생 협력을 강화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주요 화주기업인 포스코플로우 현대글로비스와 한국해운협회가 업계를 대표해 참여하고 펀드 투자기관인 해진공도 동참했다.
국적 해운사와 수출입기업은 국적선사의 ESG 역량을 강화해 화주의 친환경 공급망을 구축한다는 공동 목표를 설정하고 친환경 선박 공동 투자 등의 다양한 협력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은 “해운산업 위기대응 펀드가 격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우리 해운산업의 든든한 안전판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적극적인 지원을 이어나가겠다”며 “국적선사와 투자기관, 화주기업의 많은 관심과 투자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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