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ll of Lading (선하증권)과 Sea Waybill (해상화물운송장). 현대의 해상운송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가장 중요한 운송증서들의 명칭이다. 선하증권은 11세기 중반부터, 해상화물운송장은 1970년대부터 사용되기 시작되었다.
해상화물운송장의 등장 배경을 살펴보면, 1970년대에 들어서 컨테이너선 등 고속선박의 등장으로 운송물이 선하증권보다 도착항에 먼저 도착하는 경우가 빈번해졌고, 그 결과 수하인이 선하증권을 상환하지 못하여 운송물을 곧바로 인도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였다(선하증권은 그 원본을 상환하지 않으면 운송물의 인도를 청구할 수가 없는데, 이를 상환증권성이라고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대비하기 위하여 상환증권성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도 선하증권과 유사한 기능을 하는 해상화물운송장이 사용되기 시작되었다.
따라서 해상화물운송장은 필연적으로 선하증권과 유사한 기능을 가져야 하므로 선하증권과 유사한 사항이 기재되고(상법 제863조 제2항), 그 범위가 다소 제한되기는 하지만 선하증권처럼 해상화물운송장의 기재에 추정적 효력도 가지고 있다(상법 제864조 제1항).
그러나 그 등장 배경에서 확인되는 것처럼 해상화물운송장은 상환증권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는 선하증권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따라서 운송인은 해상화물운송장과의 상환으로 운송물을 인도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고, 해상화물운송장에 기재된 수하인 또는 그 대리인은 해상화물운송장 없이 운송물의 인도를 청구하여 운송물을 인도받을 수 있게 되었다.
현업에 종사하는 많은 실무자들은 이러한 해상화물운송장의 기능 및 선하증권과의 차이점에 대하여 잘 이해하고 있고, 필요에 따라 적절하게 선하증권과 해상화물운송장을 선택하여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개품)운송계약의 체결에 관한 추정력에 있어서 두 운송증서 간의 차이를 잘 모르고 있어서 불의의 손해를 보는 경우도 종종 보인다. 이를 간략히 살펴보자.
상법은 선하증권이 발행되는 경우 운송인과 “송하인” 사이에 선하증권에 기재된 대로 개품운송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854조 제1항). 선하증권상에 송하인으로 기재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선하증권에 의한 운송계약의 당사자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 확립된 판례의 법리(대법 2000년 3월10일 99다55052 판결)여서 송하인란의 기재 외에 다른 사정들도 고려할 필요가 있으나, 상법 규정에 따라 선하증권의 송하인란에 기재된 당사자는 운송계약의 당사자로 추정되는 경우가 일반적이어서 이를 반증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해상화물운송장은 달리 판단될 수 있다. 해상화물운송장에 대한 상법 규정은 선하증권과는 다르게 운송인과 송하인 사이에 운송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추정한다는 내용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제864조 제1항). 따라서 해상화물운송장이 발행된 경우에는 운송인은 그 운송장에 기재된 대로 운송물을 수령 또는 선적한 것으로만 추정되지, “송하인”과 사이에 운송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추정되지는 않는다.
실무상 여기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한 가지 예를 들면, 실화주가 해상화물운송장상에 송하인으로 기재됐다고 하더라도 운송주선인이 운송인과의 운송계약을 체결하였다면 실화주가 아닌 운송주선인이 운송계약의 당사자라고 판단될 여지가 있다.
위 예시에서 운송주선인은 대체로 실화주가 해상화물운송장의 송하인으로 기재되어 있고 자신은 운송물에 대하여 어떠한 권리도 가지고 있지 않으며 단지 실화주를 대신하여 운송인과 운송계약을 체결한 것에 불과하다고 항변하지만, 법리적으로 반드시 성공하는 항변은 아니다. 운송주선인은 원칙적으로 “자기의 명의”, “타인의 계산”으로 운송주선을 하는 자이므로(상법 제114조) 실화주의 대리인이 되지 않는 한 자신이 직접 운송계약의 당사자가 되어 운송계약에 대한 모든 권리의무를 가진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상법 제123조, 제102조; 서울고법 1982년 5월12일 82나168 판결).
이러한 법리에 따라 최근 운송인이 운송주선인을 상대로 제기한 체화료(컨테이너 초과사용료 등) 청구소송에서 법원은 실화주가 해상화물운송장의 송하인으로 기재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운송주선인을 운송계약의 당사자로 보아 운송주선인의 책임을 인정한 사례가 있다(부산지법 2023년 5월18일 2022나50410 판결). 따라서 해상화물운송장이 발행된 운송계약의 당사자를 판단할 때는 특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선하증권에 따른 법률관계와 해상화물운송장에 따른 법률관계 간에 차이가 있는 부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은 당연하다고 생각되면서도 혼동하기 쉬운 면이 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처리할 때는 선하증권과 해상화물운송장의 차이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조심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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