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해양플랜트협회 정진택 회장(삼성중공업 사장)이 기조 강연을 하고 있다. |
조선업 최대 화두인 인력난을 외국인 근로자가 아닌 ‘스마트 조선소’ 구축으로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외국인 인력 투입은 단기 솔루션에 그쳐 한국 조선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어내지 못할 거란 지적이다. 조선업 인력 유출과 감소 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주 52시간 근무제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의 환경에 대응하려면 조선소의 스마트 경영이 절실하다는 조언이다.
최근 창립 63돌을 맞아 한국선급(KR)이 웨스턴조선 서울에서 개최한 세미나에서 기조강연에 나선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정진택 회장(삼성중공업 사장)은 “근본적인 혁신 없이는 (조선업이) 버틸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며 “스마트조선소 구축 등으로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자”고 말했다.
정 회장, 출혈경쟁 막는 ‘페어플레이상’ 도입 주장
조선업계의 최대 당면 과제는 인력 확보다. 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조선업의 수주량은 3743만CGT(수정환산톤수)로 2017년 1798만CGT 대비 209% 폭증했다. 수주량 증가에 3년 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했지만 2016년 이후 장기간 이어진 불황으로 다수의 인력이 유출된 데다 조선 관련학과 졸업생이 해마다 줄면서 인력난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조선학과 졸업생은 850명으로 2014년 1241명과 비교해 32% 급감했다. 같은 기간 연구기술 인력은 9만2000명으로 2014년 대비 55% 줄었다. 액화천연가스(LNG)선 수주 확대로 화물창 생산 인력이 내년 약 1300명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저출산 기조와 제조업을 기피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지속되면서 조선업 고령화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평균 연령 증가율이 일본에 비해 3배가 높을 정도로 한국은 급속한 고령화가 제조업에서 진행되고 있고 이렇게 되면 탄력성이 엄청나게 떨어진다”고 우려했다.
중대재해처벌법과 주 52시간 시행도 조선업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전에 비해 경영방침과 절차, 안전관리 체계 등을 재검토하게 됐지만, 근로자 1인이 창출하는 시간당 실질 부가가치(노동생산성)가 떨어진 데다 임금이 상승하고 라이프스타일이 변화하면서 외국인 인력 유입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정 회장은 “1~2차 협력사에도 주 52시간이 모두 적용되는 상황이 왔기 때문에 한국 조선업은 근본적인 혁신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 근로자 충원이라는 단기 처방이 있을 때 장기적인 솔루션인 스마트 혁신을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삼성중공업이 3년 전부터 진행 중인 ‘스마트 오퍼레이션’을 사례로 들며, 효율화를 이뤄내고 있다고 말했다. 생산 현장에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적용해 실시간 모니터링 및 사전 시뮬레이션을 통한 생산성 향상을 이뤄내고 있다.
또 3D 모델링 기반 ‘AR 구조 검사 시스템’ 개발과 메타버스 원격 품질관리 플랫폼 구축 등으로 품질을 높였다. 설계는 선주-선급-삼성중공업이 3D 모델에 기반한 차세대 승인 체계 구축을 추진, 내년 실시간 협업 플랫폼을 개발한다.
끝으로 정 회장은 한국 조선업이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페어플레이상’ 도입을 추진하자고 말했다. 인력을 빼가며 출혈 경쟁을 하기보다는 공정 경쟁과 상생 협력, 동반성장 등의 미래지향적 상생을 추구하는 기업에게 표창을 수여하자는 설명이다.
정 회장은 과거 조선업 불황 시 구조조정 당시를 떠올리며 “회사가 어려울 때 희망퇴직을 시키면서 고통스러웠다. 지금은 시장도 좋아지고 희망도 보이는데 가슴 아픈 건 같이 일했던 동료가 떠나는 것”이라며 “아무리 디지털화돼도 사람을 더 귀하게 여기는 인간 중심의 경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MM, 메탄올 컨선 印·중남미에 투입 예정
이어 진행된 세션에선 해운조선업계의 탈탄소 대응 현황이 소개됐다. 김영선 HMM R&D팀장은 2026년까지 15조원을 친환경 연료, 종합물류 등 사업다각화를 위한 미래 전략 사업에 투자하겠다는 회사의 청사진을 발표했다. 더불어 수소연료 전지 개발, 친환경 전주기 선박 평가와 관련한 정부 R&D 참여와, 학계·연구소·조선소·기자재업체와의 협업으로 공동연구 등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HMM은 지난해 7월 중장기 전략 발표 당시 친환경 선대 경쟁력을 글로벌 수준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혔으며, 지난 2월에는 메탄올을 연료로 하는 9000TEU급 친환경 컨테이너선 9척의 신조 계약을 맺기도 했다. 신조선은 인도 CIX 노선에 6척, 중남미 FIL 노선에 3척이 각각 투입될 예정이다.
이어 유병용 HD한국조선해양 상무는 “2030년 이후 그린수소 생산 비용이 감소하며 탄소중립 사회에서의 수소경제 성장이 예상된다. 수소 생산 비용의 변화에도 지역에 따른 생산량과 비용의 차이로 해상수송이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번 세미나에는 250여명의 해사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형철 한국선급 회장은 환영사에서 “기술세미나는 KR 발전에 기여해 주신 조선, 해운, 기자재 등 고객들의 성원에 보답하고자 마련된 행사로, 현재 업계의 큰 이슈인 탈탄소, 디지털과 관련한 기술개발 현황 및 업계의 최신 동향을 공유하고 해사업계 간 교류를 도모하고자 자리를 마련했다”고 전했다.
정태순 해운협회 회장은 “한국선급은 짧은 역사에도 등록톤수 8000만t 달성이라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으며 국적선급으로 대한민국이 세계 5위의 해운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말했다. 이어 “해운업계는 현재 탈탄소 디지털 시대로의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세미나는 국제해사분야 주요 현안의 최신동향을 공유하고 협력 관계를 다지는 중요한 원동력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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