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28 09:10

기고/ 해상 여객운송 계약의 효력

변호사가 된 마도로스의 세상이야기(54)
법무법인 대륙아주 성우린 변호사(現 해양수산부 고문변호사, 前 해양경찰청 고문변호사)


지난 14일 코로나19로 중단됐던 국내 크루즈 관광이 3년여 만에 강원도 속초항에서 재개되었다는 뉴스를 접했다. 속초항 국제크루즈터미널에 입항한 선박은 무려 700여명이나 승선하고 있는 2만9000t급 독일 국적 크루즈인 <아마데아>호다. 필자가 최근 크루즈산업에 관하여 국내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단체인 한국크루즈포럼에 가입하여 다양한 전문가들과 소통하던 차에 저 뉴스를 듣게 되어 더욱 반가웠다.

초호화 여객선인 크루즈는 운송계약을 인수하는 해상여객운송인과 그에 대한 대가로 운임을 지급하는 여객이 약정하는 ‘해상 여객운송 계약’을 기초로 운영되는 선박이다(상법 제817조).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하지만, 크루즈 관광이 점차 활성화됨에 따라 여러 법적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번 기고에서는 위와 같은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단초(端初)가 될 수 있는 우리나라 상법상 해상 여객운송 계약의 효력 등을 간단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해상 여객운송 계약은 당사자의 의사합치만으로 성립하고 특별히 서면이나 방식을 요구하지 않는 낙성, 불요식 계약이다. 운임 지급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상여객운송인이 선급을 받고 승선표를 교부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지만, 그 때 발행하는 승선표는 기명이든 무기명이든 여객의 특정을 위한 것일 뿐, 여객운송계약의 성립을 위하여 반드시 발행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상법은 해상 여객 운송인에게 일정한 법적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여객선이 자동차나 철도에 비하여 운송 구간이 길고, 항공기에 비하여 속도가 느려 항해 기간이 장기간이라는 사실에서 기인한 의무 부과로 볼 수 있다.

여객의 항해 중의 식사는 다른 약정이 없으면 해상 여객 운송인의 부담으로 하며, 항해 도중에 선박을 수선하는 경우에는 해상 여객 운송인은 그 수선 중 여객에게 상당한 거처와 식사를 제공하여야 한다(상법 제819조 제1항, 제2항). 

다만, 해상 여객 운송인이 여객의 권리를 해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다른 선박이나 그 밖의 다른 운송 수단에 의하여 목적항(상륙항)까지 운송을 계속하게 하는 등 운송의 편의를 제공한 때에는 운송인은 거처, 식사제공의무를 면하게 된다(상법 제819조 제2항 단서 조항).

나아가 우리나라 상법은 해상 여객 운송인의 손해배상책임에 대하여 여객 자신이 입은 손해에 대한 책임과 수하물에 대한 책임으로 구분하여 규정하고 있다.

해상 여객 운송에서 여객 자신이 입은 인적 손해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은 육상 여객운송의 손해배상책임과 같다(상법 제826조 제1항, 제148조). 따라서 해상 여객 운송인은 자기 또는 사용인이 운송에 관한 주의를 해태하지 아니하였음을 증명하지 아니하면 여객의 운송으로 인하여 받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상법 제148조 제1항). 

다만, 해상 여객 운송인은 선박소유자 등의 총체적 책임 제한으로, 여객의 사망 또는 신체의 상해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한도액을 그 선박의 선박검사증서에 기재된 여객의 정원에 17만5000SDR을 곱하여 얻은 금액을 여객에게 주장할 수 있다는 사실은 관련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매우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상법 제770조 제1항 제1호).

위탁수하물의 손해에 대하여는 해상 여객 운송인은 해상 물건 운송인의 책임과 동일한 책임을 부담하며(상법 제826조 제2항), 휴대수하물의 손해에 대한 해상 여객 운송인의 책임의 발생 요건은 육상 여객 운송인의 책임의 경우와 동일하다(상법 제826조 제3항, 제150조).

한편, 상법 학자들 간 아직도 해상 여객운송 계약에 관한 상기 상법 규정들이 국제적인 조류와 동떨어져 있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경제 발전에 따라 유럽이나 미주 등에서 보편화되어 있는 크루즈 관광 등 국제 여객 운송이 국내에 보편화되면, 법과 현실이 괴리되는 현상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이에 필자도 우리나라 상법도 여객 운송에 관한 최신 국제 조약을 수용하는 등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동조한다.

▲ 성우린 변호사는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전 팬오션에서 상선 항해사로 근무하며 벌크선 컨테이너선 유조선 등 다양한 선종에서 승선 경험을 쌓았다. 배에서 내린 뒤 대한민국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로펌에서 다양한 해운·조선·물류기업의 송무와 법률자문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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