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물류 공급망이 빠른 속도로 회복되면서 치솟았던 물류비도 점차 진정되고 있다. 올해도 세계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둔화 기조가 계속될 전망이지만 원자재와 물류비 등 고정비용이 상대적으로 안정되고 있어 국내 수출 기업들의 부담을 한층 덜 수 있게 됐다.
미국 뉴욕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글로벌공급망압력지수(GSCPI)는 올해 첫달 0점대까지 떨어지면서 공급망 혼란이 상당 부분 개선됐다. 올해 1월 GSCPI는 1년 전 같은 시기보다 0.24포인트(p) 후퇴한 0.95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3월(2.44)에 견줘 1.49p 낮은 수준이다. 동일본대지진 여파로 코로나19 이전 최대치를 기록했던 2011년 4월(1.56)보다도 0.61p 하락했다.
이 지수는 재작년 12월 최고점인 4.31에 도달한 후 지난해 1분기까지 점차 완화되는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작년 1분기 평균 3p 미만이었던 지수는 4월 들어서 코로나19 재확산 추세에 따른 중국 도시 봉쇄 조치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 연이은 악재에 3.42까지 다시 일시 상승했다.
상승세는 길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에 따라 유럽 지역에서 공급망 압력이 계속될 거란 뉴욕연은 측의 예상과는 달리 작년 5월부터 다시 빠른 속도로 지수가 꺾이기 시작했다. 5월과 6월 각각 2.59 2.31를 기록하며 평균 2p대를 유지했다. 이후 7월엔 1.84까지 떨어지면서 공급망 압력이 안정되는 추세를 보였다. 이후 4분기엔 평균 1p대를 나타내며 소폭 반등했으나, 올해 들어 다시 1p 미만으로 떨어지며 완연한 회복세를 띠었다.
코로나19 발발 이후 2배 가까이 인상됐던 물류비도 컨테이너 해상 운임 약세에 힘입어 계속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글로벌 컨테이너 운임지수를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기준 946.68로, 1년 전 같은 시기에 견줘 5분의1 수준까지 대폭 떨어졌다. 지난해 최고치(5109)에 비해선 80% 가까이 추락한 수치다. SCFI는 올해 2월 초 32개월 만에 세 자릿수로 떨어진 이후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발 컨테이너운임지수(KCCI)의 경우 지난 2월 말까지 16주 연속 하락했다. KCCI는 지난 2월 27일 기준 중남미를 제외한 노선에서 하락세를 보이며 전주 1542 대비 3% 떨어진 1496으로 집계됐다. 처음 발표됐던 지난해 11월7일 2892와 비교하면 48% 떨어진 수치이며, 발표 이후 매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항공화물운임도 급락했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올해 1월 글로벌 미국행 항공화물 운임지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올 1월 기준 190으로, 코로나 발발 직후인 2020년 4월(246.2) 대비 22.8% 하락했다.
다만 한껏 올랐던 물류비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데 오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지역의 인플레이션 압력과 물가 수준이 여전히 높은 이유다.
글로벌 해상 운임이 전체적으로 하향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대서양항로 운임은 오히려 인상됐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해 1월 유럽-미국행 운임은 FEU당 575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33달러 더 올랐다. 이는 코로나19 이전 시기인 2019년 평균치에 견줘 두배 가까이 인상된 수준이다.
운임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로 글로벌 해운사들과 화주 간 맺은 장기 운임 계약이 지목됐다. 2021~2022년의 높은 운임 수준이 반영된 장기 운임 계약이 현 시점에서 시장 운임 하락을 더디게 만들어 인플레 압력을 키우고 물가 하락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분석이다.
유럽-미국항로에선 전체 운임 계약 중 70%가 장기 계약이다. 아울러 인건비와 창고보관료 등 기타 비용 상승도 물류비 절감을 더디게 만드는 요인으로 알려졌다.
< 홍광의 기자 keho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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