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자에 이어>
<평석>
1. 시작하며
이번 호에서 소개할 사안은 화주가 항공운송 중 일어난 육상사고에 관해 배상을 청구해 1%도 안되는 소액만 인정받고 나머지는 전부 배척당한 사건이다.
2. 사실관계의 요약
원고는 물류회사로서 실화주인 모회사로부터 금속주형을 한국의 인천국제공항에서 베트남의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까지 항공운송할 것을 인수했다. 7개의 나무상자에 실려 운송된 화물은 노이바이 국제공항에서 도착후 개봉해 보니 2개의 나무상자 내에 실려 있던 화물(합계 115kg)이 파손돼 쓸모가 없어졌다. 화물은 원고가 실화주로부터 받았을 때는 정상품이었다. 이에 원고는 피고 항공사를 상대로 파손물품의 가격에 해당하는 4600만원의 청구 및 이에 대한 이자와 소송비용을 청구했다.
3. 법원의 판단
가. 이 사건 사고를 항공운송 중의 사고라 할 수 있는지
항공운송화물에 대해서는 해상운송화물과 마찬가지로 국제조약과 상법으로 운송인의 책임을 제한하고 있다. 본건에서는 정확히 어디에서 화물이 부서진 것인지 석연치 않은 면이 있고, 이 사건에서는 의당 이 이슈가 다뤄졌다. 이 사건에서 논란이 된 조항은 아래 1955 헤이그 의정서(Warsaw Convention, as Amended at the Hague, 1955) 18조다:
(1) 운송인은 탁송 수하물 또는 화물의 파괴, 망실 또는 손괴된 경우에 있어서의 손해에 대해서는 그 손해의 원인이 된 사고가 항공 운송중에 발생한 것인 때에는 책임을 진다.
(2) 전항에 있어서 항공 운송중이란 수하물 또는 화물이 비행장 또는 항공기상에서 또는 비행장외에 착륙한 경우에는 장소의 여하를 불문하고 운송인의 관리하에 있는 기간을 말한다.
(3) 항공 운송의 기간에는, 비행장외에서 행하는 육상운송, 해상운송 또는 하천운송의 기간을 포함하지 아니한다. 다만, 이러한 운송이 항공운송 계약의 이행에 있어서 적하, 인도 또는 환적을 위해 행해진 때에는, 손해는 반증이 없는 한 모든 항공 운송중의 사고로부터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항공운송 중 항공기 적재함 내에 적재된 나무상자가 부서질 정도의 이상 기류 등은 없었으므로, 항공운송 중의 고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18조 2항, 3항은 항공운송 중의 사고뿐만 아니라 항공운송회사가 항공운송을 위해 육상에서 점유, 관리하고 있던 중의 사고로 확대하고 있는 취지다. 대법원도 마찬가지로 본다:
대법원 2014년 11월27일 선고 2012다14562 판결 - 이 사건 항공화물운송장 뒷면에 기재된 책임제한에 관한 계약조건은 약관으로서 항공운송과 육상운송이 결합된 이 사건 운송계약의 내용을 이룬다고할 것이므로, 그 적용 범위를 제한하는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위 책임제한 규정은 육상운송구간을 포함한 이 사건 운송계약 전반에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따라서 비록 이 사건 도난사고가 육상운송구간에서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화물에 대해 고가의 신고가 되고 또한 소정의 추가요금이 지불되지 않았다면 피고의 책임은 위 계약조건에 정해진 범위 내로 제한된다고 보아야 한다.
본 사건에서도 법원은 “그 육상운송이 항공운송계약의 이행 과정에서 적하, 인도 또는 환적을 위해 행해졌다면, 반증이 없는 한, 화물에 생긴 손해는 항공운송 중에 발생한 사고의 결과인 것으로 추정된다. [중략] 그러므로 이 사건에서 화물파손은 항공운송 중에 발생한 것으로 여전히 추정[된다]” 라고 보았다.
나. 항공운송 화물에 대한 책임의 제한
항공운송 화물에 대해서는 항공사의 약관으로 국제조약이나 상법에 따른 책임의 제한을 받는다. 본건 약관에서는 상기에 언급한 의정서가 적용되고 그 22조 2항은 항공운송인의 책임을 ‘파손 화물 중량 1kg당 250 프랑스 금 프랑(French Gold Francs, FGF)’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 FGF는 프랑스에서조차 폐지된 화폐 단위다. 따라서 “250 FGF” 문구의 해석에 관해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이에 관해서는 1996년 11월28일에 서울중앙지법이 “당시 미국 국내법에 의한 금의 공정가격을 기초로 해 15 FGF에 해당하는 순금 0.888671 gram의 가치를 1 SDR로 한 것이다. [중략] 따라서 250 FGF를 SDR로 환산해 보면, 1 SDR은 15 FGF이므로 250 FGF는 16.66 SDR (250/15)이 된다.”(96가합5709 판결)라고 설시한 바 있고, 이후 재판실무상 이를 따르고 있다. 본건에서 법원도 역시 “국제통화기금 특별인출권(SDR)을 이용하는 환산방법에 따르면 250프랑(FGF)은 16.66 SDR이다.”라고 본 후 1 에스디알을 당시의 한화로 환산해 115킬로그램 * 16.66 * 1,642.46원 (= 약 314만원)으로 판결했다. (이 사건에서의 피고는 항공운송인의 보험사였고 보험계약상 피보험자의 자기부담금이 300만원이라서 화주가 받아간 돈은 청구액의 0.3%가량인 14만원에 그쳤다.)
4. 결론에 대신해
이 사건에서 항공운송인은 약 4600만원어치의 사고를 일으키고도 불과 14만원만 지급하고 책임을 면할 수 있었다. 이 판결은 운송계약에 있어서 계약 문구, 특히 책임제한 조항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예라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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