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26 14:15

송년특집 / [2022년 10대 뉴스] 04 탈탄소 규제 앞두고 해운업계 대응책 마련 고심



내년 1월 시행되는 탄소 배출 규제를 앞두고 올 한 해 해운업계는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국제해사기구는 내년 1월1일부터 현존선박에너지효율지수(EEXI)와 선박탄소집약도지수(CII) 등급제를 시행한다. 탄소 규제 도입으로 국제해운의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을 2008년 대비 2030년까지 40%, 2050년까지 70% 감축한다는 목표다. EEXI가 선박의 온실가스 배출을 사전에 규제하는 조치라면 CII 등급제는 사후 규제 조치라 볼 수 있다.

EEXI는 기국 또는 선박검사기관에서 400t(총톤) 이상 선박의 연비를 사전에 인증토록 하는 제도로, 2013년 도입된 신조선 대상 에너지효율설계지수(EEDI)를 현존선으로 확대한 것이다. 선박이 화물 1t을 싣고 1마일을 항해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을 기관출력 재화중량톤수(DWT) 등의 선박 제원에 근거해 산출한다.

내년 평가기준은 1999년부터 2008년까지 10년간 건조된 선박의 톤마일당 CO₂ 배출량 평균값보다 20% 개선된 수치다.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는 선박은 엔진 출력을 제한하거나 친환경 연료 사용 또는 로터세일 같은 연비 개선 장치를 다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선박은 2023년 1월1일 이후 도래하는 첫 정기검사에서 연비 인증을 통과해야 한다.

CII 등급제는 1t의 화물을 1마일 운송하는 데 배출되는 CO₂ 양을 연료사용량, 운항거리 등 선박의 운항정보를 활용해 사후적으로 계산해서 규제한다. 운항 정보를 토대로 5000t 이상 외항선의 1년간 연비를 조사해 A(매우 우수) B(우수) C(보통) D(불량) E(매우 불량) 5단계로 평가한다.

최저등급인 E를 한 차례 맞거나 D를 3년 연속 맞으면 선주는 1달 이내에 C등급 이상으로 올라갈 수 있는 에너지효율개선계획(SEEMP)을 제출해야 한다. 계획이 미흡하거나 연비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해당 선박은 시장에서 퇴출된다. 제도 도입 후 1년이 지난 2024년에 첫 등급이 부여된다.

기술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EEXI에 비해 실제 배출한 탄소 총량을 토대로 선박 퇴출 여부를 결정 짓는 CII의 파장이 훨씬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해양수산부 조사에 따르면 국적외항선의 85%가 EEXI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고 20%는 퇴출 대상인 E등급 이상인 것으로 나타나 조속한 대응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국내 해운업계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컨테이너선사들은 탄소 규제에 대응한 선박 연료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세계 9대 선사 대부분이 탄소 중립 시기를 2050년으로 정한 가운데 덴마크 머스크만 이보다 10년 빠른 2040년에 무탄소를 실현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대만 양밍은 2050년까지 75% 감축하는 목표를 세웠다. IMO 계획과 비슷한 수준이다.

가장 빠른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머스크다. 이 선사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을 절반으로 줄이고 2040년까지 무탄소 경영에 돌입할 예정으로, 차세대 연료도 녹색 메탄올로 확정했다.

이를 토대로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0월 사이에 메탄올 연료를 쓰는 2100~1만7000TEU급 신조선 19척을 현대중공업에 발주하는 한편 중국 덴마크 스위스 미국 기업 9곳을 연료 조달처로 선정했다. 이와 별도로 스페인 정부와 메탄올 연료 200만t을 공급받는 협정을 체결했다.

프랑스 CMA CGM은 2050년 무탄소 경영을 달성하고자 15억달러(약 1조9300억원) 규모의 에너지특별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현재 LNG 연료 추진선을 운항 중인 CMA CGM은 기금을 통해 바이오연료나 재생합성메탄(e메탄) 등의 재생 가능 에너지를 개발할 계획이다.

아울러 지난 9월 바이오가스를 쓰는 7900TEU급 선박 3척, 7300TEU급 선박 4척을 발주했다. 조선소는 알려지지 않았다.

우리나라 HMM은 메탄올 연료를 쓰는 8000TEU급 컨테이너선 9척을 발주하려고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HJ중공업 등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업계에선 2곳 이상의 조선소를 선정해 친환경 선박 신조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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