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해양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해양수산 분야 대통령 직속기구를 설치하고 해양 전문가의 국회 진출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과 신해양강국국민운동본부 주최로 지난 20일 열린 ‘신해양강국 전략 마련을 위한 세미나’에서 이동현 평택대 총장직무대행은 이 같은 내용의 7대 신해양강국 전략을 제시했다.
이 교수가 주장한 신해양강국 전략은 ▲해양산업 위상 확립 ▲해양수산 분야 국회 진출 ▲국가적 차원의 해양수산 어젠다 발굴 ▲해양·조선·기상 행정 통합 ▲민간 주도의 해양거버넌스 구축 ▲해양수산부 장관 리더십 강화 ▲융복합과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스마트 해양 실현 등이다.
해양 전문가 국회 진출 길터야
그는 해양수산 핵심 정책을 행정부 수반이 직접 참여해 국가적 의제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해양수산과 타 산업의 정책을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해양수산위원회를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 직속으로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해양수산비서관을 대통령실에 신설해 해양을 국정 우선 순위로 확보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해양 수산 분야의 국회 진출을 장려하기 위해 차기 국회 직능비례대표에 해양 전문가를 3명 이상 포함시키고 바다선거구 등 해양인의 국회 진출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양 전문가의 국회 진출은 고려대 김인현 교수도 전부터 주장해온 내용이다.
이 교수는 박근혜 정부 시절 해양수산부 부활 과정에서 제기됐던 해양 행정 일원화 카드도 다시 꺼내들었다. 기후 변화에 대비해 기상청을 해양수산부로 이관하는 한편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담당하는 조선해양플랜트 업무와 국토교통부에서 담당하는 항공육상물류 업무를 해양수산부로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 밖에 보좌시스템과 지방과의 협업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해수부 장관의 리더십을 강화·확장하고 해양경제인연합회와 한국해양회관을 설립해 국가해양력 제고를 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해양회관은 역사 자료 인물 회의 전시 세미나 레스토랑 숙박 컨벤션 기능을 갖춘 450만 해양인과 해양강국의 거점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문 국정과제 추진방안’을 발표한 KMI 최상희 연구부원장은 새정부의 해양수산부문 3대 국정과제와 4대 정책방향 외에 신해양강국 실현에 필요한 ▲항만의 생활물류 거점화 및 부가가치화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응한 해외물류영토 개척 ▲스마트 물류 소부장 국산화 ▲해양영토 안보 역량 강화 등 11개 추가과제를 제시했다.
또 중점 추진 전략으로 ▲초격차 기술 확보 ▲빅데이터 장터 구축 ▲스타산업 육성 ▲규제개혁 등을 들었다.
해운조선 일원화는 민간부터
김종덕 KMI 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종합토론에서 김인현 고려대 교수는 “해운과 조선 행정을 일원화하려면 민간에서부터 하나가 돼야 한다”며 “현재 9%에서 15%로 늘어난 조선산업 내수 비중을 50%에 이르는 일본 중국을 벤치마킹해서 3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동현 교수 의견에 동조해 “국회에 해양 전문가 3명 이상을 진출시켜 바다 관련 입법을 책임지는 앵커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상호 한국해양진흥공사 기획조정실장은 “선박금융, 친환경 선박, 저유황유 등의 원가 압박에 민간이 우선 대응하겠지만 나머지는 공적 기관에서 채워줘야 한다”며 “최근 종합물류기업으로 전환하는 머스크처럼 민간의 대응을 뒷받침할 수 있는 최소 30년 단위의 계획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광수 목포해양대 대학원장은 “신해양강국의 범위나 기준에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해양산업뿐 아니라 문화 역사 등 다양한 요소를 포함시켜 조화롭게 발전시켜야 한다”며 “해양 분야의 국민적 인식이 높아지면 정부부처 내에서 해양수산부 위치가 자연스럽게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이근관 교수는 영국·프랑스 사이에서 해상무역을 하며 발전했던 네덜란드의 사례를 들며 “한국도 해양국가로서 정체성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동선 해군미래혁신연구단 단장은 “우주개발진흥법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가칭 해양개발운영촉진법을 제정해 해양전반에 대한 정책 수립, 과학탐사 촉진, 평화적 이용, 국가안전보장, 국가번영 등을 담아야 한다”며 해양력 제고를 위한 통합거버넌스 구축 필요성을 제기했다.
김종덕 원장은 개회사에서 “해양수산부가 설립된 지 26년이 지난 지금 미국·영국·프랑스 등 세계 해양강국의 움직임을 주목하면서 제2의 도약을 위한 치밀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인호 신해양강국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는 “인도네시아에선 해양수산부 장관이 부총리고 프랑스에선 외교부 다음의 위상을 갖고 있다”며 “우리도 조선 물류 기상 기능을 해수부로 통합해야 국가가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송상근 해양수산부 차관은 축사에서 “해수부가 26살 청년의 길을 걷고 있지만 국민의 요구에 도달했는지 물어본다면 개인적으로 부족한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며 “청년을 넘어서 자립하고 일어나서 가족을 이루고 다시 재도약해 장년으로 향하는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정책을 발굴하고 수립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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