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수기를 지나고 있는 한일항로 시황이 생각보다 강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한일항로를 취항하는 선사 중 한두 곳은 올해 2기(3~4월) 선적상한선(실링)을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일본의 회계연도가 마감하는 3월과 골든위크 연휴가 시작되는 4월은 한일항로에서 물동량이 가장 많이 몰리는 시기다.
선사들은 이를 겨냥해 이 기간 실링을 83%로 정했다. 전기인 1~2월보다 5%포인트(p),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p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3월 수요가 예상보다 약세를 띠면서 일부 선사들은 실링 달성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사들은 올해 3기(5~6월) 실링은 2기보다 낮은 80% 선으로 정할 것으로 보인다. 4월29일부터 5월8일까지 이어지는 골든위크로 수요가 약세를 띨 것으로 예상되는 까닭이다. 선사 관계자는 “일본 회계연도가 끝나는 3월엔 일반적으로 물동량이 크게 늘어나지만 올해는 이러한 모습이 나타나지 않았다”며 “4월엔 골든위크 연휴 전 밀어내기 수요가 나타나 실적을 끌어올릴 수 있었지만 3월 부진을 만회하지 못한 곳도 눈에 띈다”고 말했다.
공식 집계된 2월 수송실적은 플러스 성장을 거뒀다. 한국근해수송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2월 한국과 일본을 오간 컨테이너 물동량은 14만8700TEU를 기록, 지난해 같은 달의 14만2500TEU에 견줘 4.4% 증가했다.
수출입화물이 약세로 돌아섰지만 환적화물이 모처럼 두 자릿수의 증가율을 보이며 전체 실적을 끌어올렸다. 같은 달 수출화물은 4% 감소한 2만5200TEU, 수입화물은 5% 감소한 2만6700TEU를 기록했다.
이로써 수입화물은 2020년 10월 이후 이어진 플러스성장이 17개월 만에 중단됐다. 수출화물은 지난해 11월 이후 3개월 만에 다시 우하향곡선을 그렸다.
2월 환적화물 실적은 10% 증가한 9만6800TEU를 냈다. 지난해 9월 이후 5개월 만의 오르막길 행보다. 특히 두 자릿수 성장률을 낸 건 2018년 9월 이후 3년5개월 만이다. 환적화물은 지난 몇 년간 플러스 성장을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고전하다 기저효과 등에 힘입어 큰 폭의 성장률을 냈다.
운임은 전달 수준을 유지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4월 현재 국적 근해선사의 부산발 일본 게이힌(도쿄·나고야·요코하마) 한신(오사카·고베)행 공표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315~320달러를 형성하고 있다. ±10%의 편차를 허용하는 공표운임 특성상 시장운임은 300달러 안팎인 것으로 관측된다.
원양 또는 외국선사 운임도 과거와 비슷한 수준이다. 우리나라 HMM, 일본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는 지난달과 같은 180달러 165달러를 각각 부과하고 있다.
프랑스 CMA CGM의 자회사인 CNC는 고베항로에 350달러, 덴마크 머스크의 아시아 역내 자회사인 씨랜드는 오사카항로에 500달러의 운임을 각각 신고했다. 중국 SITC는 이보다 대폭 낮은 100달러를 게이힌항로 운임으로 설정했다.
수입항로 운임은 200~250달러를 유지하고 있다. 게이힌항로 운임은 200달러, 한신항로 운임은 250달러 선이다.
선사 관계자는 “운임은 다른 항로에 비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최성수기임에도 기대할 만큼의 수요가 따라주지 않아 하방압력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25일 한일항로를 취항하는 국적선사 14곳과 중국선사 1곳을 대상으로 2002년부터 2018년까지 운임 담합 조사를 벌인 심사보고서를 발표했다. 공정위는 한일항로에선 매출액과 과징금 부과비율을 특정하지 않았다. 다만 위반의 정도가 8.5~10%의 과징금을 부과해야 하는 수준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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