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25 09:04

판례/ “운이 좋았던 어느 선주”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해양수산부 고문변호사)
<4.11자에 이어>

4. 당심의 판단
가. 관련 법리 양벌규정의 취지는 법인 등 업무주의 처벌을 통해 벌칙조항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데 있는 것이므로, 여기에서 말하는 법인의 사용인에는 법인과 정식 고용계약이 체결돼 근무하는 자뿐만 아니라 그 법인의 업무를 직접 또는 간접으로 수행하면서 법인의 통제·감독하에 있는 자도 포함되고 (대법원 2006년 2월24일 선고 2003도4966 판결 대법원 2009년 4월23일 선고 2008도11921 판결 등 참조), 이 경우 법인은 위반행위가 발생한 그 업무와 관련해 법인이 상당한 주의 또는 관리·감독 의무를 게을리한 과실로 인해 처벌되는 것이라 할 것인데, 구체적인 사안에서 법인이 상당한 주의 또는 감독을 게을리했는지 여부는 당해 위반행위의 관련된 모든 사정 즉, 당해 법률의 입법 취지, 처벌조항 위반으로 예상되는 법익 침해의 정도, 위반행위에 관해 양벌규정을 마련한 취지 등은 물론 위반행위의 구체적인 모습과 그로 인해 실제 야기된 피해 또는 결과의 정도, 법인의 영업 규모 및 행위자에 대한 감독가능성이나 구체적인 지휘·감독 관계, 법인이 위반행위 방지를 위해 실제 행한 조치 등을 전체적으로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 (대법원 2010년 4월15일 선고 2009도9624 판결, 대법원 2010년 12월9일 선고 2010도12069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1) 해양환경관리법 제22조 제1항은 “누구든지 선박으로부터 오염물질을 해양에 배출해서는 아니된다”라고 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128조 제1호는 과실로 제22조 제1 항 및 제자의 규정을 위반해 선박 또는 해양시설로부터 폐기물·유해액체물질·포장 유해물질을 배출한 자에 대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으며, 같은 법 제130조는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해 제126조부터 제129조까지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위반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게도 해당 조문의 벌금형을 과한다. 다만, 법인 또는 개인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해당 업무에 관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정하고 있다. 위 관련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위 양벌규정의 취지는 선박의 실제 소유자가 누구인지 혹은 위반행위를 한 사용인과 직접적인 고용계약 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위반행위자에 대해 실질적으로 주의 또는 관리·감독 의무를 부담하는 자에게 형사책임을 물어, 해양환경보존을 위한 벌칙규정의 실효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2) 위 관련 법리의 취지 및 관련 규정들을 종합적으로 해석해, 이상필을 피고인의 사용인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해 보건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해 조사한 증거들에 의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비록 피고인과 이상필 사이에 민사상 고용계약이 체결되지는 아니했으나, 피고인은 이상필에 대해 관리· 감독의무를 부담하는 자로서 이상필이 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오염물질 배출행위를 하지 않도록 관리·감독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상필은 피고인의 사용인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와 판단을 달리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어서,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다.

1) 피고인과 2013년 9월1일 이 사건 선박의 선주인 영성글로벌과 사이에 이 사건 선박에 대한 선원 및 선박관리에 관한 관리계약(이하 ‘이 사건 관리계약’이라 한

다)을 체결했는데, 이 사건 관리계약 중 이 사건 공소사실과 관련된 부분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관리계약서>
제5조 관리 회사의 일반적 의무
“을(피고인, 이하 같다)”은 이 계약에 의거해 다음과 같은 업무를 수행한다.
1. 선원 관리
1) 선원의 선발. 단, 선·기관장의 선발 시에는 “갑(영성글로벌, 이하 같다)”과 협의해 동의를 얻어야 한다. 2) 선원의 배선 및 지휘감독 4) 선원의 교육 훈련 5) 선원 급여, 퇴직금, 제수당의 지급 및 주부식의 보급 8) 기타 선원과 관련한 일체의 업무
2. 기술 관리
1) 선박의 보수, 정비 2) 해사 기술 자료의 수집 및 본선 통보 3) 항만 정보의 수집 및 본선 통보 4) 선용품, 기부속, 청수 및 연료유, 윤활유의 보급 등의 업무 6) 정부 검사 및 선급 검사 수행 업무 7) 기타 “갑”이 특별지시에 의거한 기술관리 업무 

제6조 선주의 일반적 의무
“갑”은 이 계약에 의거해 다음과 같은 업무를 수행한다.
1) 선원 관리비용, 기술 관리비용 및 관리 수수료에 대한 지급 2) 선체, 기관 보험 및 선원 재해보험 3) 본선선용금의 송금 등 기타 “을”의 요청에 따른 업무 
제10조 면책
“갑”은 본 계약에 의해 다음 사항에 대한 “을“의 책임을 면책하며 제삼자로부터 을을 보호한다.
1) 선상에서의 선원의 직무수행 중 선원의 고의, 태만, 비행, 실수 등 기타 일제의 행위로 인한 손해 2) “을” 또는 “을”이 직접 고용한 직원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인해 발생한 배상책임을 제외하고, 본 계약을 수행하기 위해 “을“의 고용인이 행한 어떠한 결정, 행위 등으로 기인한 손해 및 제삼자로부터 제기되는 여하한 종류의 배상청구 2) 피고인의 안전관리팀장인 정광현은 경찰에서 ‘피고인이 영성글로벌 소유의 이 사건 선박을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으며, 선원관리, 선박의 기술적인 관리 그리고 보험관리, 기타 업무로 영성글로벌이 요청하는 일반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선원관리라 함은 영성글로벌의 승인을 받아 선원을 고용하는 업무, 고용한 선원의 배선, 지휘감독, 선원의 승하선 이동 및 교통편의제공, 선원의 교육훈련, 선원의 급여, 퇴직금, 제수당의 지급, 선원 재해보상, 복지후생 등의 업무, 선원 의료보험, 국민 연금에 관한 업무 등을 말한다’라고 진술하면서1), ‘저희(피고인)는 사용자인 영성글로벌을 대행해 선원을 고용하고, 관리하고, 교육을 하고 감독을 하는 것입니다’라고 진술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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