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2-11 09:05

택배기사 처우 좋아졌다는데…끝나지 않는 택배파업

국토부 “사회적합의 잘 지켜진다”…조사결과 발표
노조 핵심쟁점인 요금인상분 배분문제 타결 안돼


CJ대한통운 택배 파업이 결국 설 연휴를 넘겼다. 하지만 우려했던 택배대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파업에 참여한 택배 기사 수가 전체의 7% 수준에 그쳐 영향력이 크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다만 파업 참여율이 높은 광주광역시나 성남 울산 등 일부 지역에선 아직도 2~3주에 걸쳐 배송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파업이 50일 가까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해결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달 국토교통부가 택배사들이 택배 기사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양호하게 이행하고 있다고 결론지었으나, 노조 측은 점검 과정에서 파업의 핵심 쟁점 중 하나인 택배요금 인상분 배분에 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국토부가 지난 1월1일부터 1월21일까지 총 25개 택배 터미널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점검지 모두 분류 전담 인력을 투입했거나 전담 인력을 투입하지 못한 경우 분류작업에 참여하는 택배 기사에게 비용을 지급하는 형식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고 있었다.

점검지 25곳 중 7곳(28%)은 분류 인력이 전부 투입돼 택배 기사가 완전히 분류작업에서 배제됐다. 12곳(48%)은 분류 인력이 투입됐지만 택배기사가 일부 분류 작업에 참여했다. 6곳(24%)은 구인난 등으로 분류 인력을 투입하지 못해 택배 기사에게 별도로 분류 비용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류 비용을 별도로 지급받는 택배 기사의 월 평균 추가 수입은 약 50만원 정도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회적 합의에 포함된 심야 배송 제한과 사회보험 가입 등도 정상적으로 이행되고 있었다. 점검 대상 터미널에서는 오후 10시 이후 심야 배송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택배 4사의 고용·산재보험 가입률은 90%를 웃돌았다. 본사에서 보험 가입비 전액을 부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토부의 이 같은 발표에도 택배 노조 측은 사회적 합의 문제가 해소될 때까지 파업을 이어가겠다고 선언했다. 노조 측은 11일 서울을 중심으로 노동자 대회를 열고 투쟁을 계속 전개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파업의 핵심 쟁점 중 하나인 요금 인상분 배분에 관한 조사가 빠져 있어 국토부의 점검 결과를 온전히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앞서 택배 노조 측은 택배요금 인상분의 일부만이 사회적 합의 이행에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조 측은 “CJ대한통운이 택배요금을 170원 인상했는데 이 중 50원 정도만 사회적 합의 이행에 사용하고 나머지는 가져갔다”고 비판했다. 합의문에는 택배사업자 및 영업점이 택배요금 인상분을 분류작업 개선, 고용보험 및 산재보험 가입 등 택배기사 처우 개선에 최우선적으로 활용하고 택배기사에게 부담이 전가되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비노조·대리점연합, “명분없는 파업 철회 촉구”

파업이 길어지면서 택배업계를 포함한 소비자들 사이에서 노조의 파업 중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점차 거세지고 있다. 특히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비노조 택배연합회 소속 택배기사들과 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은 노조 파업 장기화로 일감이 줄면서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고 반발했다.

CJ대한통운택배 대리점연합은 지난달 민주노총을 비롯해 참여연대, 종교, 시민단체가 동참한 기자회견에서 “보여주기식의 구시대적 노동운동을 중단하라”고 파업에 동참한 노조원들에게 요구하면서 파업은 정당성과 명분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비노조 택배기사들도 지난달 파업 반대 집회를 열고 노조 파업 중단을 촉구했다. 비노조 택배연합회 측은 “파업 장기화로 소비자들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파업 이후 거래처 30% 가량 감소했다”고 전했다.

택배 기사들은 물량을 배송하는 만큼 수입을 가져가는 구조다. 대부분이 개인사업자 신분인 만큼 일감이 줄어들면 수익도 감소하게 돼 생계에 직접적인 피해를 끼친다. 비노조 택배연합회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택배노조 총파업 철회를 요구하는 2차 집회를 개최한다.

한국통합물류협회도 “국토부가 분류인력 투입 등에 대한 현장점검 결과 합의 사항을 양호하게 이행 중이라고 평가한 데 공감한다”며 “즉각 파업을 중단하고 조건 없이 현장에 복귀해 줄 것”을 요구했다.

통합물류협회 관계자는 “그간 택배업계가 사회적 합의를 성실하게 이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 왔다”며 “국토부가 지적한 분류전담 인력의 숙련도 제고 및 휠소터 등 자동화 설비 확대 등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 나아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홍광의 기자 keho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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