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27 09:05

“HMM 자율성 최대한 보장해 글로벌선사 기틀 다진다”

인터뷰/ 한국해양진흥공사 김양수 사장
선박조세리스 도입 중점과제…연안해운·항만물류 지원 강화


올해부터 HMM을 단독관리하는 한국해양진흥공사는 해외선사와의 경쟁에서 효과적으로 전략을 수립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국내 대표 원양선사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할 계획이다.

해양진흥공사 김양수 사장은 기자단과 만나 “산은과 공동관리하던 시절엔 자구계획 이행 등 구조조정에 초점을 맞춰 비용을 쓰거나 인사를 할 때 관리인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했지만 단독관리 체제에선 이를 없애거나 최소화하겠다”며 이 같이 밝혔다.

정부는 지난 2019년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2020년까지 HMM을 공사와 산은이 공동관리하고 2021년부터 공사에서 단독관리하도록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과 해운시황 등을 고려해서 공동관리를 1년 연장해 올해부터 단독관리에 들어갔다. 단독관리 기간은 내년까지 2년이다.
 
김 사장은 HMM 매각 또는 민영화 방향은 정부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2월께 정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지난해 수조원의 이익을 실현한 선사가 투자와 사업 확장에 매진할 수 있도록  채권단 관리를 조기 종료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엔 “시기상조”라고 잘라 말했다. 다만 선사가 자율적으로 중장기 성장 방안을 수립하면 최대한 지원할 계획임을 내비쳤다.

“HMM이 살아난 건 코로나 때문에 해상운임이 올라서지 경쟁력이 좋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하기 힘들다. HMM 선복량이 82만TEU로 8위지만 7위 선사와 비교해도 차이가 최대 85만TEU 이상 난다. 항만비용이나 내륙운송비가 경쟁선사보다 높아 비용 경쟁력도 낮은 편이다.

산은과 해진공이 HMM에 2조7000억원의 영구채를 지원했다. 이를 회수하려면 HMM을 종합물류기업으로 육성하는 데 집중하고 경영이 부실화하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한다.” 

세제혜택 도입해 선박시장에 민간자본 유인

그는 HMM 관리를 제외한 중점 사업으로 선박 조세리스제도, 항만물류금융 도입 등 금융사업 다변화, 중소선사와 연안선사 지원 강화, 친환경 선박 도입과 선박 신조 지원 등을 들었다. 특히 선박 조세리스제도를 연내 도입해 민간자본이 선박금융시장에 투자하는 유인책으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선박 조세리스제도는 선박을 가속 상각하는 방식으로 영업비용을 늘려 법인세 절감 효과를 꾀하는 금융 기법이다. 세제혜택을 투자자와 선사가 공유하기 때문에 민간 투자자의 선박금융 진출을 기대할 수 있다. 일본의 콜옵션 포함 운영리스(JOLCO), 프랑스의 조세리스제도가 대표적이다.

해양진흥공사는 해양수산부와 함께 프랑스와 일본 모델을 집중 연구해 지난해 12월 이 제도를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에 포함시켰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올해 2월부터 7월까지 예타 심사를 벌일 예정이다. 

“선박투자회사에 주어지던 세제혜택이 없어져 민간자본을 선박시장으로 끌어들이는 데 한계가 있다. 선박 조세리스제도를 도입해 선박금융의 세제혜택을 되살리려고 한다. 민간자본을 선박시장으로 끌어들이는 유인책 역할을 할 거라 기대한다.”

연안선사 지원사업도 올해부터 강화할 계획이다. 김 사장은 올해 관련 예산 200억원을 편성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해운조합과 제휴해 일본에서 시행 중인 선박공유건조제도를 연구해 국내 실정에 맞는 연안선박 신조 지원책을 도입할 계획이다.

“내항선사, 특히 여객선사가 코로나로 운송을 못해서 많이 어렵지 않나. 지난해 12월부터 연안해운사 유동성을 지원하는 신용보증사업을 하고 있다. 이미 2곳을 지원했고 올해는 최대 200억원까지 활성화할 계획이다. 많은 기업들을 지원하고 혜택 폭을 높이고자 신용등급과 이자율을 많이 낮췄다. 전체 기업의 60% 정도를 지원 대상에 포함시켰다.”

김 사장은 최근 시범사업을 시작한 한국형 컨테이너운임지수의 경우 전문 패널 영입 등 정확도를 높이는 절차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공사의 컨테이너운임지수는 운임공표제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실제 선적운임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SCFI(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와 정합성 조사를 했더니 어느 정도 정확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상반기에 전문 패널리스트를 구성해서 정합성을 높이려고 한다. 6개월의 시범사업이 끝나면 선화주가 다 참고할 수 있도록 지수를 발표하겠다. 전문가를 많이 확보해서 보완 작업을 철저히 하는 게 성공의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국적선사 해외 항만터미널 확보 지원사업은 개발부터 운영까지 공사가 참여하는 패키지 사업 형태로 접근한다는 복안이다. 공사는 출범과 함께 해외 전용 터미널 확보 계획을 밝혔지만 아직까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미주나 유럽 등지에서 항만 전용터미널을 확보하고 운영할 국적선사는 HMM밖에 없을 거 같다. HMM의 중장기사업계획에 맞춰 공사도 같이 협력해서 순차적으로 확보해 나가는 방안을 찾겠다. 다만 지금은 터미널 가격이 많이 올랐다. 가격이 하락하거나 안정화되면 접근하는 게 현실적이다. 그 전까지 얼라이언스와 같이 터미널을 쓰는 방법을 강구하려고 한다.

동남아지역 터미널을 확보하는 사업의 경우 프로젝트를 만들고 계획도 짜고 했는데 지금까지 성공 사례가 사실 없다. 동남아(항만터미널)는 ODA(정부개발원조) 사업을 많이 하면 국가에서 반대급부로 주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가 ODA 사업을 많이 하지 않기 때문에 개발과 운영을 패키지로 묶어서 들어가지 않으면 동남아지역 항만을 확보하는 게 어려운 구조다. 공사 업무영역을 항만 개발까지 넓혀서 해외 항만사업을 모색하려고 한다.”

김 사장은 지난해 9월 공식 출범한 뒤 개점 휴업 상태인 K-얼라이언스(한국형 해운제휴그룹)의 지원 계획도 밝혔다.

“케이얼라이언스에 소속된 선사들이 아시아역내선사가 대부분이다. 지난해 공정위가 (동남아항로 취항) 국적선사에 56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데다 한중항로와 한일항로도 조사를 하다보니 케이얼라이언스가 구성된 뒤 아무런 활동을 못했다.

공사도 케이얼라이언스에 투자하려고 예산을 정하고 사업계획을 수립했지만 한 푼도 못 썼다. 과징금 문제가 어느 정도 일단락되고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선박이나 터미널 물류센터 등 영업자산 확보를 지원하는 방안을 협의해 나가겠다.”

조직 개편 추진…해운금융 통합·미들오피스 강화

김 사장은 중점사업을 원활히 진행할 수 있도록 조직 개편을 추진한다는 소식도 전했다.

컨테이너와 벌크를 기준으로 둘로 나뉘어져 있는 해운금융본부를 하나로 통합하고 선박조세리스제도 도입 등의 사업 기획이나 새로운 전략을 발굴하고 대응하는 조직을 신설한다는 방침이다. 재무·회계 조직과 최근 추세인 ESG(친환경·사회공헌·윤리경영) 경영을 지원하는 부서도 조직화할 계획이다. 다만 직접대출 기능은 우선 다른 사업부문을 확대하고 공사 규모가 커진 뒤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공사가 만들어지자마자 바로 HMM 지원 등을 하다 보니 미들오피스(위험관리)나 외화 조달 등의 기능이 약한데 금융기관은 이 부분이 굉장히 중요하다. 이들 기능을 보강해서 조직 개편을 하려고 한다.

또 항만이나 배후단지 개발, 외국항만 개발 등이 공사법에 안 들어가 있다. 공사가 선박금융뿐 아니라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해운과 항만을 같이 지원할 수 있도록 개발까지 포함해서 항만물류금융을 활성화하겠다. 지난해 항만물류금융팀을 만들어서 인천신항 배후단지에 물류센터를 짓는 사업을 했다.”

김 사장은 차기 정부에 바라는 점으로 자본금 확충 문제를 들었다. 해운업계는 해양진흥공사가 다양한 해운항만 지원 사업을 원활히 하려면 자본금을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사장은 정부뿐 아니라 지난해 호실적을 거둔 해운업계와도 공사에 추가 출자하는 방안을 협의할 계획이다.

“해양수산지식인 1000인모임(1000인회)에서 차기 정부에 요구하는 해양수산 정책 중 공사 자본금 확대 부분이 포함된 것으로 안다. 공사도 업무와 사업영역을 확대할 수 있도록 자본금 확충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선사들도 과거 해양보증보험 시절 톤세제로 거둔 수익금의 10%를 출자한다는 약정을 맺었고 이렇게 해서 들어온 게 민간 지분 2.2%다. 코로나 확산 초기 시황이 어려워질 걸로 예상해서 유예해줬는데 지난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냈기 때문에 (톤세제 절감분의 공사 출자를) 협의하려고 한다. 공사 자본금이 확충되고 튼튼해지면 혜택을 입는 건 선사들이다.”

그는 민간의 지분 참여가 공사의 지원사업에 형평성 문제를 초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엔 “개별 프로젝트의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건 공사 내외 전문가로 구성되는 투자심의위이기 때문에 지원 대상이 주주인지 아닌지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라며 “지원 기준은 개별프로젝트의 사업성 여부와 기업의 신용등급”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지난해 진출을 선언한 선주사업의 경우 “해운 호황으로 선가가 급등해 선박 매입에 리스크가 커졌다”며 “시범사업 과정에서 도입한 벌크선 2척을 운용하면서 능력을 키운 뒤 해운시장이 조정되고 안정화됐을 때 저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해서 선박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용선료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컨테이너선사들과 만나서 선박을 경쟁력 있게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한중 카페리선사들이 국내 조선소에서 선박을 짓는 조건으로 선박 금융을 지원하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지난해 HMM을 제외한 5개 기업에 6척 940억원의 선박금융을 지원해 2020년(233억원) 대비 4배 증가한 중소선사 지원 실적을 거뒀다고 설명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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