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야 의원이 공동 발의한 외항해운개혁법 개정안(OSRA 2021)이 하원을 통과한 가운데 해운업계는 충분한 토론을 거치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미 연방 하원은 지난 8일 찬성 364, 반대 60으로 오스라2021을 가결했다. 하원은 농업 소매 의류 낙농 등 주요 미국 화주단체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이 법안을 공청회나 법안 심사 회의(mark-up) 등의 전통적인 입법 절차를 생략하고 속전속결로 처리했다.
민주당 존 가라멘디 하원 의원과 공화당 더스티 존슨 하원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은 선사의 책임을 강화한 게 핵심이다. 우선 선사가 미국 항만에서 취급한 수출입 물동량의 중량과 적컨테이너 공컨테이너 개수(TEU)를 분기별로 미 연방해사위원회(FMC)에 보고토록 했다. 부당한 선적 제한 조치 등도 금지된다.
아울러 선사와 항만터미널운영사에게 체화료(디머리지) 체선료(디테션) 같은 초과 보관 할증료를 연방법에 근거해서 부과하도록 했다. 적법한 비용 부과라는 점을 증명하지 못할 경우 제재를 받게 된다. 입증 책임도 화주가 아닌 선사가 지도록 했다.
법안을 발의한 존슨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사우스다코타주 기업들이 항만 적체와 선적 거부 사태를 경험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중국을 비롯한 외국적 해운사들은 공정하지 않은 사업을 하고 있고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 미국 항구에서 사업을 하려면 미국법을 따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운업계는 이 법안이 공청회나 법안 심사 회의(mark-up)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을 들어 졸속 입법이라고 비판했다. 상원에선 이 법안의 신중한 검토가 반드시 진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주요 컨테이너선를 회원사로 둔 세계선사협의회(WSC) 의장인 존 버틀러는 “하원은 적절한 토론이나 위원회 절차 없이 오스라 2021을 통과시켰다”며 “이 법안은 공급망 문제에 대한 분노를 정치적으로 표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버틀러는 “문제는 이 법안이 전 세계가 겪고 있는 종단 간 공급망 혼란을 해결하고자 설계된 게 아니어서 (현재의) 혼란을 해결하지도 못하고, 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WSC는 앞서 법안이 발의되자 성명서를 내 “결함투성이의 초안에 기반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해운 부두 육송 철도 창고 등 모든 공급망 참여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재의 공급망 혼란 책임을 선사에게만 떠넘기는 건 불공정한 데다 수십년간 국제무역에 기여해온 시장구조를 훼손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해운전문지인 저널오브커머스(JOC)는 상근직원이 120명에 불과한 FMC가 기존의 해운동맹 감시 업무를 유지하면서 보관 할증료를 받는 선사 단속을 강화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보도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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