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ID 19가 초래한 불확실성에 대응해 나가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화두에 오르고 있는 용어가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오랜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디지털 전환을 추진해온 기업들도 있지만, 이제는 모든 기업들이 이러한 전환을 시급히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특히 기업 활동의 50~70%가 아웃소싱되고 있으며(WEF 2016) 그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므로, 전반적인 산업의 디지털 전환에 있어서, 공급체인관리 및 이를 주도하고 있는 물류 기업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 지고 있다. 그러나 물류 산업 외부에서 가지고 있는 인식은, 물류 기업이 유통, 미디어, 금융 산업 등에 비해 디지털 전환이 미흡하여, 글로벌 산업 및 경제에 있어서의 디지털 전환 효과 실현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많은 물류 기업에 있어서 아직 디지털 전환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 때문이기도 하고, 물류 기업 차원의 개별적인 전환이 아니라 다양한 공급체인 구성원들과 연계하여 전환이 추진되어야 한다는 구조적인 어려움 때문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하여, 첨단 기술에 대한 많은 투자를 통해 물류 자동화 및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아마존, JD.com 등 전자상거래 기업, 크라우드 물류 플랫폼 등 IT 기반의 혁신 신생기업 등은 기존 물류 비즈니스 및 프로세스에 있어서의 시급한 혁신을 요구하는 도전이 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은 정보, 전산, 통신, 그리고 연결성 기술 간의 결합을 통해, 업무 프로세스와 디지털 시스템을 통합하는 것이며, 지게차와 같은 하드웨어들도 IoT 센서를 부착하여 실시간 모니터링 및 커뮤니케이션을 함을 통해, 종합적인 디지털 기반 시스템의 구성원으로 포함시킨다. 따라서 이러한 전환을 통해, 운영 효율성 제고 및 비용 절감, 새로운 서비스 창출 및 고객 경험의 개선,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 및 프로세스 모델의 도출, 전략적 차별화 및 경쟁 우위 확보, 공급체인 구성원 간의 관계 강화와 같은 다양한 가치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
물류 기업은 공급체인 구성원 간의 협력 및 디지털 전환을 선도함을 통해 이러한 가치 창출에 가장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나, 아래와 같은 여러 장애들을 극복하는 것이 전제가 된다.
디지털 전환의 장애 요인
첫째, 물류 기업은 각 고객이 속해 있는 여러 공급체인 구성원 그리고 자사와 협력 관계에 있는 여러 운송 및 물류 기업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공급체인 관리를 선도해야 하는 역할을 해야 하며, 따라서 전체 공급체인을 아우르는 디지털 전환을 선도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장애 요인이다. 여러 지역 및 산업에 속해 있는 기업의 공급체인관리 요구사항이 다를 뿐 아니라, 각 기업이 운영하고 있는 프로세스 및 IT 기술이 표준화되어 있지 않으므로, 이러한 복잡한 시스템들을 조정하고 호환성을 확보하는 것이, 물류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일 것으로 생각된다. 이와 관련하여, 최첨단의 기술을 도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급체인 구성원 간의 호환성 확보가 용이한 기술을 채택하고 이를 기반으로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디지털 전환을 주도하고 이를 기반으로 실제 프로세스를 운영할 인력의 확보도 중요한 장애 요인이다. 수년 전에 라스트 마일 관련 혁신기업 중 하나인 메쉬코리아를 방문했을 때, 물류, IT, 시스템 분석 및 디자인을 종합적으로 담당할 수 있는 인력 확보가 가장 큰 고민이라고 한 것이 생각난다. 이러한 융합인재의 양성은 필자가 속한 대학에서도 오래전부터 중점적으로 추진해오고 있으나, 여전히 빠르게 증가하는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셋째, 모든 혁신 과정의 걸림돌이 변화에 대한 저항이지만, 특히 디지털 전환은 일자리 손실, 업무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가 크므로, 고부가 가치 창출 업무로의 전환 등 강력한 동기 부여를 통해 이러한 우려를 최소화하고 새로운 실험 및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최소화하여야 한다.
넷째, 가장 극복하기 어려운 장애 요인 중 하나가 데이터 공유 및 보호와 관련된 우려이다. 이는 3PL, 4PL 관련 많은 실패 사례에서도 볼 수 있지만, 공급체인 파트너 간의 데이터 공유가 제한될 경우, 디지털 기반으로 전환된 시스템과 실제 현장에서의 프로세스 및 오퍼레이션은 따로 돌아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디지털 전환의 성공 요인
성공 요인은 결국 상기한 장애 요인들을 효과적으로 극복하는 방안이 될 것이다. 첫째, 변화에 저항하는 구성원에 대한 강력한 동기 부여, 변화와 혁신을 수용하는 유연하고 개방적인 조직 및 문화, 디지털 전환 혁신팀에 대한 강력한 권한 부여 및 전사적 차원의 지원 체계 구축 등 경영층의 리더쉽 및 추진 의지가 가장 근본적인 추진력을 제공한다.
둘째, 내부 구성원뿐 아니라, 고객 기업을 포함한 공급체인 파트너의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하므로, 기업 내 부서뿐 아니라 공급체인 소속 기업 간의 경계를 넘는 협업 프로그램이 개발되고 추진되어야 하며, 전체 공급체인 구성원들이 혁신과 성장에 대한 공감대를 가질 수 있도록 공동 워크숍 등이 추진되어야 한다.
셋째, 전체 공급체인이 목표로 하고 있는 방향, 우리 기업의 전략 방향, 디지털 전환의 방향, 우리 기업의 자원이 효과적으로 조화되어야 하며, 환경의 변화 및 전환의 진전에 따라, 전략 방향의 조정이 유연하고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넷째,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여러 공급체인 구성원 간의 프로세스 표준화와 데이터 통합을 위한 강력한 프로젝트 관리 체계가 중요하며, 프로세스의 단순화 및 표준화, 핵심성과지표(KPI) 확립을 위한 조정과 합의를 도출하여야 한다.
다섯째, 도출된 디지털 전환 프로그램이 안착하고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기 위해서는 유연하고 신속한 변화 관리 체계가 중요하다. 급격한 환경변화 속에서 시장 기회를 적시에 파악하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기회를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신속히 구축하고 규모의 경제를 확보함을 통해 비즈니스를 선점하고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여섯째, 혁신적인 디지털 전환은 새로운 첨단 기술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고 이로 인한 불확실성이 개입될 수 있으므로, 해당 기술 분야에 특화된 스타트업 활용을 통해 도입에 소요되는 기간을 최소화하고, 파일롯 프로젝트 운영을 통해서 성공사례 및 참고사례(reference)를 지속적으로 확보하면서 추진해 나가는 구축전략이 필요하다.
디지털 전환 사례 및 맺는말
삼성 SDS 물류 플랫폼의 진화과정이 디지털 전환을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인 것으로 판단된다. 삼성 SDS의 개방형 물류 플랫폼인 Cello Square는 소셜 네트워크, 모빌리티, 애널리틱스, 클라우드 기반의 IT 역량이 결합된 시스템으로서, 아래와 같이 혁신적 IT 기술의 도입에 따른 변화가 이루어졌다.
첫 번째 버전은, 빅데이터 기술이 적용된 분석 플랫폼으로서, 운송 지역 및 경로에 따라 발생된 자연재해 및 사고를 분석하고 물류 위험도를 측정하여 모바일로 화주와 물류 기업에게 제공하며, 적정 물류 비용 산정, 물류 기업의 시기별 물동량 예측 등을 지원하는 분석 플랫폼이다. 두 번째 버전은,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 기술의 융합을 통해 물류의 수요와 공급을 통합적으로 관리함으로써 효과적인 물류계획 수립 및 효율적인 공급망 관리를 지원하는 통합관리플랫폼이다. 세 번째 버전은, 빅데이터와 IoT 기술을 통해 축적된 기술적 노하우와 운영 경험을 블록체인 기술, 인공지능과 결합하여, 주문, 통관, 국제운송, 배송, 수급 조정, 반품, 대금 결제를 포함한 전체 프로세스를 최적화한 국제전자상거래 물류 서비스 등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장운영플랫폼이다.
이처럼 디지털 전환은 전 세계적인 정보 교환과 신기술 채택을 신속하고 용이하게 하고 경제의 모든 영역에서 원활한 엔드 투 엔드(end-to-end) 연결을 가능하게 함을 통해, 기존 공급체인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세계 선진 항만들에서도 기존 공급체인을 디지털 전환하여, 첫째, 웨어러블 장치, RFID, IoT, 빅데이터,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데이터, 둘째, AI, 로보틱스를 활용한 자동화, 셋째, 클라우드 컴퓨팅, 5G 네트워크, GPS 모니터링 기반의 연결성, 넷째, 소셜 네트워크, 모바일, 인터넷 앱 기반 디지털 고객 서비스 등을 활용함으로써, 항만 내부의 스마트화뿐 아니라 항만과 연계되는 해운, 내륙 부문과의 디지털화도 빠른 속도로 진전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물류 기업을 포함한 우리 기업들이 효율적으로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기대하는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이러한 혁신에 기반한 근본적인 변화를 수용할 준비가 얼마나 되어있는지가 중요하다. 따라서 새로운 기술 및 아이디어를 효과적으로 채택, 적응, 실행 및 활용할 수 있는 개방성 및 능력을 키워나가야 하며, 이를 기반으로, COVID 19로 인해 증폭되고 있는 불확실성과 리스크에 대한 강력한 대응 및 회복 능력, 즉 리질리언스(resilience)를 가질 수 있게 된다.
< 물류와 경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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