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29 09:05

판례/ 전시물품의 수침손에 따른 배상책임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해양수산부 고문변호사)

<11.15자에 이어>

1. 대상판결: 대법원 2013년 9월12일 선고 2013다29332 판결 

2. 사실관계 

(1)원고는 기계, 장비, 부품제조, 무역업 등을, 피고 KML는 복합운송주선업, 전시품전문운송업 등을, 피고 CD는 철도소운송, 항만운송사업 등을 하는 회사이다.
(2)원고는, 일본 IW사로부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한국공작기계대전에 TUBER TENDER(“이 사건 화물”)을 전시하는 것과 관련한 일체의 업무를 위탁받았다.
(3)원고는 복합운송주선인인 피고 KML에게 이 사건 화물을 부산항에서 전시회장까지 반입하고 전시회장에서 부산항을 거쳐 일본 오사카항까지 반출하는 업무를 위탁했다.
(4)피고 CD는 킨텍스 내에 도착한 참가업체들의 전시장 내외로의 운송 및 상차작업을 담당했고, 이에 따라 피고 KML는 원고로부터 위탁받은 업무 중 이 사건 화물의 킨텍스 내에서의 반입·반출 업무를 피고 CD에 재차 위탁했다.
(5)피고 KML는 DY해운에 부산항에서 일본 오사카항까지 해상운송을 의뢰했다. 
(6)이 사건 화물은 전시회장에 반입될 당시 진공포장 된 상태였는데, 피고 KML는 목재 포장재을 전시회 기간 동안 전시회장 부근에 야적해 보관했고, 피고 CD은 전시회가 종료된 후, 포장재를 그대로 사용해 진공포장이 아닌 일반포장을 한 후 DY해운이 가져온 컨테이너에 적입했다.
(7)DY해운이 일본 오사카항에 입항한 후 화물을 확인해 본 결과 심한 녹손이 발생했다. 
(8)이탈리아 제조사는 수리는 가능하지만 수리비가 많이 들고, 수리 후 기계의 성능을 보장할 수 없어 고철로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9)원고는 IW 와 20,000,000엔을 지급하고 일체의 권한을 이전받고 피고들에게 이 사건 소를 제기했다. 

3. 재판의 진행경과 및 판결의 결과   

(1)1심법원은 피고 KML에게는 원고청구 금액 전액(275,248,000원)을 배상하라고 한 반면, 피고 CD에 대해서는 피고 CD 가 포장 당일 비를 맞게 했다거나 비에 젖은 포장재를 알고 사용했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 CD의 불법행위가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면서 원고청구를 기각했다. 
(2)피고 KML은 항소를 했으나, 항소심은 피고 KML의 항소를 기각했다. 
(3)피고 KML은 상고했으나, 상고가 기각됐다. 

4. 상고심 판결 내용

(1)피고 KML은 부산항에서 오사카항까지의 운송은 DY의 업무범위이고 피고 KML의 업무범위가 아니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원고와 피고 KML은 이 사건 화물을 전시회장까지 반입했다가 전시회종료 후 다시 일본 오사카항까지 반송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필요한 운송주선 및 그 밖의 통관절차, 인도, 포장 등 부수적 업무까지 포함한 일체의 업무를 위탁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운송주선계약 내지 민법상 위임계약을 체결한 경우이므로 업무범위에 포함된다. 
(2)운송주선인은 상법 제115조에 따라 화물의 수령, 인도, 보관, 운송인의 선택, 기타 운송에 관한 주의를 해태하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하지 못하면 책임을 부담하는데, 피고 KML은 이를 증명했다고 볼 수 없다.
(3)비록 원고측에서 진공포장을 할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진공포장을 할 필요가 없다고 한 사실만으로 손해의 발생이나 손해의 확대에 기여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과실상계를 하지 않았다고 해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5. 평석

(1)이 사건 화물은 까르네(Carnet) 방식으로 수출입 진행을 하게 되고 그 업무범위가 포괄적인 성격을 가지게 되는데, 이러한 업무를 수행한 피고 KML 의 업무가 운송업무인 도급인지 운송주선업무인 위임의 경우인지 불분명한 면이 있지만, 법원은 후자의 경우로 보았는데, 전자의 경우로 보더라도 피고 KML는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는 경우인 바, 결론에 있어서는 법원의 판결이 타당함에 의문이 없다.
(2)피고 CD가 진공포장을 했다면,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기는 하지만, 빗물에 젖은 포장재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처음부터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원고가 진공포장을 거부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과실상계 사유가 된다고 보기는 어려워, 과실상계를 하지 않았다고 해 법원의 판단이 잘못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3)실제로 적은 포장재로 포장을 하고, 이 사건 화물을 컨테이너에 적입해 육상운송을 한 피고 CD는 면책됐음에 반해, 피고 KML는 책임을 면하지 못하는 중대한 차이가 발생하는데, 이는 입증책임의 차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계약책임을 부담하는 피고 KML은 운송주선인으로서 상법 제115조에 따라 무과실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지위에 있는 반면, 원고와의 관계에서 계약관계가 없는 피고 CD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원고가 입증책임이 있다.  상법은 운송인과 운송주선인의 자신의 업무영역에서 과실 없음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운송인이나 운송주선인은 자신의 잘못이 없음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해 두지 않을 경우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것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4)위 사건의 경우, 계약관계에 있는 당사자와 그렇지 않은 당사자간의 입증책임의 차이로 인해 소송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의미 있는 판결이라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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