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22 09:06

논단/ 해상보험에서 보험자의 면책사유인 ‘감항능력 결여’와 인과관계

정해덕 법무법인 화우변호사(법학박사)
- 감항능력 결여와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는 영국해상보험법상의 근인설에 따른 근인관계보다 그 범위가 넓은 광의의 개념이라는 최근의 판례를 중심으로

Ⅰ. 해상보험에 있어서의 보험자의 면책사유

1. 보험자의 면책사유
해상보험도 일반보험과 마찬가지로 보험자는 그 손해가 보험계약에서 보상하기로 약정한 부보(담보)위험에 해당하는 경우에 한해 보험금지급의무를 부담하게 되나, 우리나라 상법과 영국해상보험법(Marine Insurance Act 1906; MIA)은 보험사고의 유형이나 그 책임범위가 넓은 해상보험계약의 특수성을 고려해 해상보험자의 법정면책사유를 규정하고 있으며, 해상보험에 통용되는 해상보험약관도 면책사항을 분명히 하기 위해 일정한 사유에 대해는 보험자가 보상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의 약정면책사유, 즉 면책약관(exclusion clauses)을 두는 것이 보통이다. 

2. 법정면책사유
우리 상법은 ①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생긴 보험사고, ②전쟁 기타의 변란으로 인한 사고, ③보험의 목적의 성질, 하자 또는 자연소모로 인한 손해를 보험자의 일반적 면책사유로 규정하는 한편(상법 제659조, 660조, 678조 참조), 해상보험자의 면책사유로서 ①선박의 감항능력 결여로 인해 생긴 손해(선박보험과 운임보험의 경우), ②용선자·송하인·수하인의 고의·중과실로 생긴 손해(적하보험의 경우), ③도선료·입항료·등대료·검역료·기타 선박 또는 적하에 관한 항해 중의 통상비용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상법 제706조).

한편, 영국해상보험법 제55조는 보험자의 면책사유로서 ①보험사고를 근인으로 하지 아니한 손해(loss which is not proximately caused by a peril insured against), ②피보험자의 고의적인 불법행위(wilful misconduct), ③지연(delay), ④통상적인 자연소모(ordinary wear and tear), ⑤통상의 누손과 파손(ordinary leakage and breakage), ⑥고유의 하자(inherent vice), ⑦쥐 또는 해충(rats or vermin, ⑧해상위험에 근인해 발생하지 아니한 기관의 고장(any injury to machinery not proximately caused by maritime perils)을 규정하고, 제39조 5항은 기간보험의 경우 감항능력 결여로 인한 손해(loss attributable to unseaworthiness)에 대해 보험자의 면책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해상보험의 실무상으로는 그 준거법을 영국의 법률과 관행에 따르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영국의 관련판례와 해상보험법의 검토가 중요한 문제로 대두된다.

3. 약정면책사유(약관상의 면책사유)
해상보험자는 보험약관에 별도로 면책사유를 규정하게 되며, 이러한 약정면책사유(약관상의 면책사유)는 법정면책사유 이외에도 해상보험거래에서 요구하는 각종 면책사유를 포함시키고 있다. 우리 해상보험실무에서는 적하보험에는 영국의 협회적하보험약관(The Institute Cargo Clauses; ICC로 약칭되며 ICC(A), ICC(B), ICC(C)의 세가지 약관이 사용됨), 선박보험에는 협회기간선박보험약관(The Institute Time Clauses-Hulls; ITCH)과 협회항해선박보험약관(The Institute Voyage Clauses-Hulls; IVCH)이 주로 사용된다. 

ICC(A), (B), (C)는 다 같이 제4조에서 일반면책조항(general exclusions)으로서 영국해상보험법 제55조의 법정면책사유와 그 밖에 필요한 약정면책사유들을 규정하고 있으며, 제5조에 소위 감항능력결여/부적합면책조항(unseaworthiness and unfitness exclusion), 제6조와 7조에 각각 전쟁면책조항(war exclusion)과 동맹파업면책조항(strikes exclusion)을 규정하고 있다. 

4. 면책사유의 효력과 입증책임
위 면책사유들은 면책을 받고자 하는 보험자가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면책사유는 다시 보험사고의 원인이 된 경우에 한해 보험자의 책임을 면제하는 소위 면책위험과 인과관계의 유무에 관계없이 보험계약에서 정한 보험사고의 범위에서 제외하는 소위 비담보위험으로 나눌 수 있으므로 동 면책사유가 면책위험과 비담보위험 중 어느것에 해당하는지 여하에 따라 보험자의 입증책임의 범위가 달라지게 된다. 면책위험과 비담보위험의 구별은 면책조항의 문언, 규정취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것이나 그 구별기준이 반드시 명확한 것은 아니다. 

Ⅱ. 해상보험에 있어서의 보험자의 면책사유로서의 감항능력 결여(Unseaworthiness)

1. 감항능력과 운송인의 감항능력 주의의무

가. 개념 
감항능력(감항성; Seaworthiness)이란 선박이 화물의 운송에 적합한 상태를 유지하면서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며, 이러한 감항능력의 부재, 불비, 부족, 결핍, 흠결 또는 결여를 감항능력 결여 또는 불감항성(Unseaworthiness)이라 한다. 
운송인의 감항능력주의의무란 운송인이 해상운송의 이행을 위해 제공되는 선박이 발항 당시에 감항능력을 갖추도록 상당한 주의를 기울일 의무를 말한다(상법 제794조).

나. 감항능력 주의의무의 내용 
우리 상법 제794조는 감항능력 주의의무의 내용으로 제1호부터 3호까지 다음의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1) 선체능력 주의의무: 선박이 안전하게 항해를 할 수 있게 할 것(제1호)
운송인은 선박 자체가 항해를 감당할 수 있는 상태, 즉 운송 중 항해에서 통상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극복하고 안전하게 항해를 항해를 할 수 있는 정도의 안전성을 갖추도록 주의를 다할 의무가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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