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13 09:08

하루를 가장 먼저 시작하는 새벽배송

“우리가 자는 동안 택배는 어떻게 왔을까?”
​현장취재/ 새벽배송




아침에 일어나 설레는 마음으로 문을 열어보면 어느새 택배가 도착해 있다. 전날 저녁에 구매하면 다음날 새벽에 물건을 받는 게 당연한 시대다. 온라인이 오프라인의 장점까지 넘보게 됐다. 기존 오프라인 구매의 장점은 물건을 사자마자 확인하고 사용할 수 있는 점이었다. 반면 온라인은 시간이 소요되지만 더 저렴한 구매가 가능했다. 그 기다림의 시간이 가격의 차이였다. 하지만 이제 온라인 쇼핑도 저녁에 주문한 상품을 새벽에 받을 수 있게 됐다. 그 기다림의 차이가 없어지고 있다. 우리가 자는 동안 상품을 집 앞까지 갖다주는 새벽배송 업체를 찾았다.

기자에게 택배트럭 조수석을 제공한 안모씨는 얼마 전 새벽배송에 뛰어든 신참이다. “제가 새벽배송을 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어요. 다들 힘든 시기잖아요. 저도 직장이 코로나19로 인해 문을 닫는 바람에 이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여자가 다가가기엔 힘들다는 주변의 만류가 있었지만 도전하게 됐습니다.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걱정만큼 힘들지는 않아 다행스러워요. 당연히 장단점은 있지만 새벽공기 마시는 게 저는 좋아서 즐겁게 일하고 있어요”

배달업계에선 보통 새벽배송을 심야배송과 새벽배송으로 나눈다. 심야배송은 23시부터 익일 7시까지고 근무자는 30~150개의 물건을 배송한다. 새벽배송은 새벽 3시부터 7시까지고 40박스 미만의 물량을 처리한다. 

배송단가는 주간 심야 새벽 모두 다르며 이 단가는 지역마다 차이가 있다. 비가 오거나 물량이 많으면 프로모션으로 금액이 올라가기도 한다. 보통 물량은 한 집 기준이 아닌 상품 수가 기준이며 한 상품이란 비닐봉지에 들어 있는 작은 제품일 수도 있고 생수 2ℓ 6개들이 한 박스일 수도 있다. 한 집에 6개의 박스를 배송하면 6건의 배송실적을 올린 것으로 간주된다.

최근 여성이나 높은 연령층의 직원이 생수나 무거운 것을 들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생수만 배송하거나 무거운 것만 배송하는 직원이 따로 생겼다. 당연히 건당 금액도 더 받는다. 안씨는 배송하기 전 간단한 준비물이 필요하다고 귀띔했다. 스마트폰 터치가 되는 장갑이다. 박스나 무거운 물건을 들다 보면 손을 많이 다치기도 한다. 손을 보호하기 위해 장갑은 필수다. 그는 터치되는 장갑이 필요한 이유는 배송을 완료할 때마다 문 앞에서 사진을 찍고 마감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보조배터리도 필요하다. 휴대폰으로 계속 지도를 보고 송장 확인도 해야 해 베터리가 금방 닳는다.

카트도 꼭 필요한 장비다. 한 아파트에 몇 개씩 물건을 한 번에 나르기 위해서다. 특히 생수나 무거운 택배를 배송하다 보면 카트의 필요성을 절감한다고 안씨는 전했다. 시간이 곧 돈이기 때문에 차에 빠르게 싣거나 내려 사용할 수 있는 카트를 이용한다. “새벽배송엔 손전등도 꼭 챙겨야 해요. 박스 위에 고객 이름과 송장번호를 확인해야 하는데 밤에는 손전등이 없으면 정말 안 보여요. 오배송 하면 경우 캠프에서 다음날 전화가 오는데  고객을 다시 찾아가서 문제를 해결하고 고객에게 사과도 해야 해요. 오배송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손전등을 비춰가며 주의 깊게 재차 확인하는 방법밖에 없어요. 특히 주소가 복잡한 주택단지는 더 조심하고 있어요.”

간혹 경비원이 박스나 물건 포장지에 크게 동호수를 적어놓고 경비실 앞에 두고 가라고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굵은 유성 매직을 준비하면 좋다. 물건을 차에 실을 때 박스 상태도 확인해야 한다. 박스 상태가 안 좋은 경우 담당자에게 문의해서 다시 포장해야 한다. 그대로 배송을 하면 배송 평점이 깎여 불이익을 받기도 한다.
 


물건을 적재할 때의 노하우에 대해서 안씨는 “동선을 먼저 체크한 뒤 배송지 역순으로 쌓는 방법이 좋다”고 말했다. “마지막 배송지 물건부터 차량에 적재하면 순서대로 물건을 꺼낼 수 있어 시간이 절약돼요. 기자님도 해보시면 금방 능숙해지실 걸요?” 안씨는 새벽배송일을 7시까지 마쳤다. 그는 심야나 새벽배송이 좋은 점은 길이 안 막히고 코로나19 사태 이후 새벽 심야 배송은 모두 비대면으로 바뀌었다. 문 앞이나 경비실 앞에 물건을 두고가면 되니 시간이 절약된다. 주차도 심야가 주정차하기 주간보다 훨씬 편하다.

안씨는 마지막 배송지를 앞두고 새벽배송의 단점은 밤낮이 바뀌다 보니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많이 피곤한 거라고 말했다. 또한 새벽엔 고객과 연락하기 어렵기 때문에 요청사항이 있다면 수행하기 곤란한 경우도 발생하고 어두운 밤은 택배들이 도난되는 일도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그는 도난품이 생기면 택배기사가 책임져야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억울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예비 배송기사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새벽배송은 주간배송처럼 원하는 지역 설정이 불가능하다. 수량도 정해져 있지 않아 수령금액이 일정하지 않다. 가끔 배송권역에서 벗어난 곳에도 갈 수 있다.

새벽배송 할 때 힘든 점 중 하나는 경비원분들과 사이가 좋지 않다는 점이다. “사람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모두 자는 시간에 배송하기 때문에 주무시고 있는 경비원을 깨우면 화를 내기도 해요. 특히 아파트보다 공장이나 회사 경비실의 경우 왜 회사에 새벽에 배송을 시켰냐고 화를 많이 내서 난감할 때가 많아요.”
겨울철의 경우엔 새벽에 차도에 얼음이 언 노면 살얼음을 조심해야 한다. 안전이 우선이기 때문에 안전 운행과 서행 특히 과속 카메라 신호위반 카메라를 주의해야 한다. 이외에도 배달 오토바이를 조심해야 한다.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른다.

 


안 씨는 “말해 놓고 보니 주의할 점이나 단점이 너무 많네요. 하지만 전 지금 이렇게라도 일 할 수 있는 자체에 감사해요”라며 마지막 하나 남은 택배물품을 들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오늘 새벽에도 곳곳에서 만족하며 고된 업무를 수행하는 분들의 숨은 노고가 없다면 아침에 현관을 열었을 때 택배가 와서 느끼는 기쁨은 누릴 수 없을 것이다. 새벽배송의 과로와 처우개선에 조금 더 신경 써 근무환경이 계속 개선돼 나가길 기대해본다. 

< 박재형 기자 jh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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